한국소비자원 이용실태조사
작년 2조 3000억 이상 구매 전년비 29% 증가 역대 최고
의류·건강보조식품 등 인기...피해도 증가 소비자 상담 1463건

사회인 야구를 즐기는 이모(37·김해시 장유3동) 씨는 운동하는 데 필요한 야구용품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에서 직접 구매한다. 국내에서보다 훨씬 저렴한 데다 종류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회사원 백모(38·창원시 마산합포구 산호동) 씨는 해외직구 마니아다. 3년 전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때 처음 해외 구매 사이트를 이용한 뒤로 한 달 평균 5회가량 해외직구를 하고 있다. TV, 청소기 등 가전제품뿐 아니라 건강보조식품, 의류, 생활잡화 등 다양하게 구매하고 있다. 백 씨는 국내 가격과 비교하면 훨씬 저렴하고 국내에서는 판매하지 않는 제품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 해외직구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소비자의 해외직구 규모는 21억 1000만 달러(2359만 건)로 사상 첫 20억 달러(약 2조 2000억 원)를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6년 16억 3454만 달러(1740만 건)보다 29.1% 증가했다. 최근 5년간 해외직구 평균 증가율 27%를 크게 웃돈 것이다.

이처럼 해외직구 이용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소비자원이 해외 구매 경험이 있는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이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최근 내놨다.

이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복수응답)의 78.1%가 국내가보다 저렴한 가격 때문에 해외 구매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라고 응답한 비율도 62.2%로 높았다. 그 뒤를 △우수한 제품 품질(15.9%) △다양한 제품 종류(14.5%) △해외 구매 호기심·성취감(5.5%)이 이었다.

또, 해외 가격과 국내 가격의 차이 체감도를 조사한 결과, 전체적으로 27.7% 저렴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유아·아동용품은 해외가격이 국내 가격보다 31.8% 저렴하다고 체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주로 구매하는 품목(복수응답)은 △의류(40.7%) △건강보조식품(38.9%) △가방·지갑 및 잡화(34.8%) 순으로 나타났으며, 주요 대상 국가(복수응답)는 △미국(82.5%) △일본(31.2%) △중국(21.3%) 순이었다.

이들이 해외 구매 사이트를 선택하는 기준(복수응답)은 △저렴한 가격(62.4%) △신속하고 안전한 배송(43.2%) △상품의 다양성(29.0%) △사이트 신뢰성(23.7%) 순으로 조사됐다.

해외직구 이용이 늘어나면서 피해 사례도 늘고 있다. 소비자원이 운영하는 '국제거래 소비자포털'에 접수된 국제거래 소비자 상담 건수는 2016년 361건에서 지난해 1463건으로 급증했고, 올해는 5월 기준으로 벌써 1306건을 기록했다.

이번 조사에서도 응답자 가운데 55.9%(559명)가 해외 구매를 하면서 불만이나 피해를 당했다고 답했다. 유형별(복수응답)로는 배송 지연·오배송·분실 등 배송 관련 문제가 53.8%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하자 있는 제품 수령(24.9%) △반품·환불 지연 및 거부(24.7%) 순으로 높았다.

피해를 당한 소비자 가운데 54.4%는 해당 판매처에 처리를 직접 요청했지만 14.7%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백 씨는 "블랙프라이데이 때 제품을 구매했는데 평소 배송 시간보다 한 달이나 더 걸렸다. 커피캡슐을 50개 구매했는데 40개밖에 들어 있지 않은 일도 있었다. 확인도 어렵고 귀찮아서 그냥 넘어갔다"면서 "해외직구를 하면 AS나 구매·배송 과정에서 문제에 원활하게 대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소비자원은 해외직구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고 피해 발생 시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피해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난달 '국제거래 소비자상담 사례집 및 매뉴얼'을 제작·보급했다. 또, 국제거래 소비자포털(http://crossborder.kca.go.kr)을 통해 소비자 피해 예방 가이드라인과 관세·통관절차·병행 수입 등 해외 구매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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