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변화보다 '지키기 전략' 족쇄
무기력 땐 팬심 등돌리기 시간문제

대부분 창원 시민들이 그렇듯 나 또한 처음 야구장에 간 것은 오래전 롯데의 경기 때였다. 어린 시절 부모님을 따라간 야구장은 완전 별천지였다. NC가 창단하기 전, 마산에서는 1년에 겨우 손에 꼽을 정도로 열리던 롯데전은 마치 축제 같았다. 엄청난 함성과 가슴을 두드리는 음악 소리. 수많은 관중은 응원 구호 아래 하나가 됐고, 모두 목이 터져라 스트레스와 열정을 쏟아내는 현장에서 함께하는 '야구'는 TV 중계에서 보던 '야구'와는 전혀 다른 그 무언가였다.

NC 창단 후 많은 지역민이 NC에 무한사랑을 보냈다. 경남도민일보도 시즌 개막 때나 플레이오프 진출 때 NC를 자세히 소개하는 특집호를 만들어 'NC 사랑'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이런 지역민의 사랑에 NC는 그동안 좋은 성적으로 화답했다. NC의 승승장구는 지역 팬들에게 희망과 꿈을 안겼다.

그런 NC가 올들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4월 부진에 시달릴 때만 해도 "역대 4월은 NC에 잔인한 달이었다. 5월만 되면…"이라며 팬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런데 5월에도 탈출구를 찾을 수 없을 지경으로 부진 늪에 빠져들었다. 선두 다툼은커녕 리그 꼴찌 탈출이 당면과제가 됐다. 투타 모두 제역할을 못하고 NC의 희망이었던 불펜도 무너졌다. '믿고 보는 NC 외인'이라던 외국인 선수들도 올해는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현재 NC의 문제는 여러 악재가 있지만, 이러한 악재를 넘어설 무언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수들은 줄부상에 시달리고, 외국인 선수들의 성적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등 그동안의 성공에 안주, 과감한 투자와 변화보다는 지키기를 택했던 구단 전략이 족쇄가 되었다.

급기야 김경문 감독이 3일 전격적으로 물러났다. 표면적으로는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 때문이라지만, 한편으로는 선수 연봉을 둘러싼 구단과의 갈등, 외국인 선수와 관련한 프런트와의 불화 등 여러 이야기가 들린다. 일각에서는 외국인 투수 베렛의 부진에서 시작된 감독과 프런트의 기 싸움에서 프런트가 이겼다는 말도 한다. 물론 이런 불화설에 대해서 구단에서는 부인하고 있다.

김 감독은 불펜진 혹사 등 '과'도 있지만, 신생팀을 1군 진입 2년 만에 가을 야구 무대로 올려놓은 '공'이 더 크게 평가받는다. 개인 통산 1700번째 경기로 지휘봉을 내려놓은 김 감독. 900승까지 단 4승을 남긴 채 한국시리즈 우승의 한을 풀지 못하고 NC 감독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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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중 감독이 물러나고 감독대행 체제로 전환한 NC에 대해 팬들의 불만과 우려가 높다. 선수단과 프런트 분위기도 좋을 리 없다. 그렇다고 패배에 익숙해지는 현 상황을 더 이상 두고 볼 수도 없다. 빨리 분위기를 추스르고 반등의 열쇠를 찾아야 한다. 투자와 소통은 기본이다. 지금처럼 계속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면 팬들의 마음은 언제 돌아설지 모른다. 지더라도 '포기를 모르는 NC'답게 지는,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끝까지 끈질기게 싸우는 NC의 모습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팬들은 기다리고 있다. 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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