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업자득일 때 드러내놓고 통쾌해하기도
정치인들 막말로 인한 불행엔 동정 안해

지난 10일 모 방송사 프로그램에서 유시민 작가는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 등 현 야당을 향해 "싹 망해야 돼"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누군가는 '속 시원한 발언이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한 개인의 편협한 사고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아마 이번 지방선거 결과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하게 나타나면, 유시민 작가는 야당에 대해 "망해도 싸다!"라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는 종종 다른 사람의 불행에 대해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지만 속으로 고소하게 생각할 때가 있다. 특히 내가 부러워하거나 질투하는 사람의 경우 고소함은 배가된다. 내가 속 좁은 사람이어서일까?

많은 사람은 자신과 다른 사람을 끊임없이 비교한다. 나보다 잘난 사람을 보면 왠지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고, 나보다 못난 사람을 보면 자신이 그나마 괜찮게 느껴진다. 왜 끊임없이 비교할까? 진화심리학자들은 남들보다 이득이 되는 자질이 있으면 사회적 서열이 올라가고 그에 따라 이득 축적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것은 생존과 직결된다. 생존력을 높이려고 나의 사회적 서열을 끌어올리는 방법도 있지만, 다른 사람의 높은 서열을 끌어내리는 방법도 있다. 다른 사람의 높은 서열이 떨어지는 것은 나에게 이득과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즉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되는 것이다.

이런 경우 속으로 좋을지라도 겉으로 드러내 놓고 좋아하지 못한다. 남의 불행에 대해 드러내 놓고 좋아하는 것은 점잖지 못한 행동이니 말이다. 그러나 불행이 그 사람의 자업자득이라는 생각이 들면 드러내 놓고 통쾌해 한다. "망해도 싸다!"라는 말은 망해도 될 일을 한 탓에 망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의미다. 이것은 나의 주관적 편견이 아니라 인과응보의 정의가 구현되는 것이다.

2012년 미국 켄터키대학교 리처드 H. 스미스 교수는 위선자들이 자신이 비난하던 행동을 하다가 발각됐을 때 우리가 얼마나 쾌감을 느끼는가에 대한 실험을 수행했다. 실험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후, 한 그룹에는 어떤 학생이 대학 내 부정행위 근절 운동 조직 회원이라고 알려주었다. 다른 그룹에는 그 학생이 한 단체 회원이라고 알려주었다. 이후 그 학생이 표절 아니면 절도 때문에 정학을 당했다는 내용을 알려준 후, 그 학생의 부도덕한 행위에 대해 참가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조사했다. 실험 결과 그 학생이 한 단체 회원일 때보다 학내 부정행위 근절 운동 조직에서 활동하다가 표절로 걸렸을 때 더 위선적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으며, 이 경우에 받은 처벌을 더 응당하고 더 통쾌하게 여겼다. 재미있는 사실은 부정행위 근절 운동 조직의 회원인 학생이 절도보다는 표절로 걸렸을 때 더 통쾌해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은 더 위선적으로 보이고 그래서 불행을 당해도 싸다고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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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몇 정치인들의 막말이 문제가 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지난 2일 창원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지방선거 필승 결의대회에 참석하던 중 당시 피켓 시위를 하는 민중당 당원들을 보며 "창원에는 빨갱이들이 많다. 성질 같아서는 대번 두들겨 패버리고 싶은데"라고 했다. 또 한 사람이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다. 2013년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후보는 형수에게 욕설을 했다. 홍 대표의 막말과 이 후보의 욕설은 유권자들에게는 다르게 다가올 것이 분명하다. 홍 대표의 막말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의 욕설은 경기도지사로서의 도덕성에 '위선자'라는 흠집을 낼 수 있다. 음성파일 유포가 불법이라고 손해배상 판결이 났음에도 홍 대표는 음성녹음 공개를 통해 선거에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한다. 공익성과 후보 검증 차원에서 공개하려는 것이라고 한다. 겉으로는 공익성을 내세우지만 자유한국당의 속내는 훤히 보인다. 어느 쪽에 유권자들이 손을 들어줄지는 6월 13일이 지나면 알 수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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