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르면 열흘 뒤 외국 취재진이 보는 앞에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기로 한 가운데 그 과정이 생중계될지 관심이 쏠린다.

북한은 12일 발표한 외무성 공보에서 23일부터 25일 사이에 기상 상황을 고려해 갱도 폭발을 통한 핵실험장 폐쇄 의식을 진행하겠다면서 한국과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기자들의 현지 취재를 허용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제기자단을 위해 원산에 숙소를 보장하고 기자센터를 설치한다면서 "국제기자단 성원들이 핵시험장 폐기 상황을 현지에서 취재·촬영한 다음 기자센터에서 통신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건을 보장하고 협조한다"고 덧붙였다.

취재진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로 이동해 핵실험장 갱도 폭발 등 폐쇄 과정을 지켜본 뒤 원산으로 돌아와 취재 내용을 송출할 수 있게 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렇게 되면 갱도 폭파 과정의 TV 생중계나 실시간 보도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풍계리와 원산이 직선거리로도 200㎞ 이상 떨어져 있는 점을 고려하면 전 세계 시청자들이 실제 폭파 장면을 볼 수 있기까지는 여러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6월 있었던 영변 냉각탑 폭파 당시에도 생중계는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영변을 찾은 미국의 CNN 등은 생중계를 염두에 두고 취재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국 평양으로 귀환한 뒤 취재 영상을 송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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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6월 영변 냉각탑 폭파. / 연합뉴스

이번에는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전 세계에 확언한다는 취지에서 '깜짝 생중계'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현재로서는 녹화중계 쪽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북한이 핵실험장이 협소하다는 이유를 들어 취재진을 한국과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으로 한정한 점도 주목된다.

2008년 영변 냉각탑 폭파 당시 6자회담 참가국의 언론사가 현장을 취재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이번에는 일본이 빠지고 영국이 들어간 셈이다.

일본이 최근 미국을 설득해 북미 비핵화 협상에 중·단거리 탄도미사일과 대량살상무기 등을 의제로 포함하려 해온 점 등이 배제 배경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13일 "북한이 일본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 같다"면서 "비핵화 협상의 의제를 확대하려는 일본에 대한 불만이 있을 것이고 비핵화 이후 본격적으로 경제개발을 하려면 일본의 자본이 필요하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에서 어떤 언론사가 풍계리를 찾게 될지도 관심사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외부에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변 냉각탑 폭파 당시에는 한국의 MBC, 미국의 CNN, 일본의 TBS, 중국 CCTV 등이 북한의 초청장을 받아 방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취재진은 참관단과 함께 냉각탑에서 1㎞ 정도 떨어진 산 중턱에서 폭파현장을 지켜봤다.

/연합뉴스 = 백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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