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바타·오카·나카오 씨
각자 좋아하는 선수 응원
클럽하우스 방문 계획도
"경남 성공 신화 꼭 보고파"

경남FC와 FC서울의 K리그1 11라운드 경기가 열린 2일 오후 창원축구센터에서 특별한 일본 사람 3명을 만났다.

경남의 일본인 선수 쿠니모토 다카히로를 응원하러 도쿄에서 온 시바타 히로카츠(56) 씨, 여성해를 응원하러 후쿠오카에서 온 오카 마리카 씨, 그리고 부산에 사는 나카오 모모카(30) 씨. 각자 출발지는 달랐고, 응원하는 선수도 달랐지만 경남이 꼭 이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하나였다. 나카오 씨의 남편 주호준(34) 씨 통역으로 경남FC 회의실에서 짤막 인터뷰를 했다.

시바타 씨는 컴퓨터 엔지니어이면서 J리그와 K리그 경기 사진 찍는 취미를 갖고 있다고 했다. 휴대전화에 저장된 사진을 보여주는데 전문가 뺨치게 잘 찍었다. 그러자 "렌즈가 좋은 것일 뿐"이라고 활짝 웃었다.

그는 원래 쿠니모토가 아비스카 후쿠오카에서 뛸 때 눈여겨봤는데 좋지 않은 일로 방출된 후 능력이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지만 소식을 모르고 있었다고 했다.

"어느 날 쿠니모토 팬이 경남으로 갔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경남을 눈여겨봤습니다. 한국에 출장 왔다가 춘천에서 열린 강원FC와 경기를 보고는 일부러라도 경남 경기를 챙겨봅니다."

그는 이날 창원에 오기 전, 서울 출장 온 길에 수원삼성블루윙스와 경기도 응원했다고 했다.

쿠니모토가 일본에서 두 번이나 방출된 이유는 정확하게 알려진 게 없고, 본인 스스로도 밝히기를 꺼려 안갯속이다. 혹시 방출 이유를 아느냐고 물었더니 "일본은 보수적이어서 팬들도 정확한 내용을 잘 모른다"며 "나도 궁금해 쿠니 팬에게 물어보기도 했지만 모른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여성해를 응원하러 왔다는 오카 씨는 지난 1일 인스타그램에 한국으로 응원하러 간다며 설레는 마음을 남긴 것이 기자 눈에 포착돼 인터뷰를 하려고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다. 나이를 묻자 "한때 28살이었던 적이 있었다"고 눙치는 게 유머 감각이 뛰어나 보였다. 지난 3월 10일 하성민을 응원하러 왔던 나카지마 유키(3월 13일 자 17면 보도) 씨하고 친구라고 말했다. 한국에 응원하러 오면 한 번씩 만나 좋아하는 선수 얘기도 한다고. 여성해가 7년 전 J리그 사간도스에서 뛸 때부터 팬이 됐다는데 "상냥한 게 좋아서"라고 말했다.

"일본 프로 선수들은 팬들과 거리감이 좀 있어요. 여성해 선수는 운동할 때는 멋있게 하면서 팬을 대할 때는 다른 일본 선수와 상당히 달랐어요. 상냥하다고 할까요?"

그는 함안에 있는 클럽하우스를 꼭 방문하고 싶다고도 했다. 이날도 FC서울 팬에게 번역 앱으로 클럽하우스 위치를 묻는 모습을 발견해 손쉽게 그를 찾았고 덤으로 다른 2명까지 인터뷰하는 데 성공했다.

3일은 선수단이 휴무인 데다 개인 일정도 빼기 어려워 포기하고 6월쯤에는 작정하고 클럽하우스에 방문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단이 선수단 스케줄을 미리 공지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통역을 해준 주호준 씨와 결혼해 부산에 사는 나카오 씨는 "남편이 축구를 좋아해 따라왔다가 쿠니모토가 경기하는 모습 보고 반해 팬이 됐다"고 말했다. 주 씨와 결혼 사연을 물었더니 "프라이버시"라면서도 한국에 여행왔다가 곤란한 처지가 됐는데 주 씨 도움을 받은 게 인연이 됐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 시바타 씨는 "경남에는 방출된 선수도 있고 재정도 열악한 팀이지만 스토리가 있는 팀"이라며 "그래서 성공 신화를 꼭 보고싶다"고 말했다.

오카 씨도 "오늘은 꼭 이겼으면 좋겠다. 계속 응원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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