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3월 7일 김대중 대통령은 미국을 공식 방문하고 있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 면전에 "This man"이라고 했다. 우리말로 좋게 쳐 줘도 '이 사람이', '이 자식이'라는 막말이었다. 왜 그랬을까?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비밀리에 평화선언을 추진하고 있었다. 분위기는 좋았다. 빌 클린턴 대통령 방북과 북한-미국 수교 얘기도 나올 때였다. 하지만 2000년 11월 조지 부시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모든 게 달라졌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설정한 조지 부시는 이라크 다음으로 북한을 생각하고 있었다. 당시 백악관 앞에서는 연일 '북한을 공격하지 마라', '한반도에게 평화를'이라는 피켓이 나붙었다.

국정원 안모 과장은 김대중 정부가 추진 중인 평화선언 핵심정보를 'CIA 한국지부' 한국계 요원에게 흘렸다. 그렇게 미국에 모든 정보가 넘어갔고, 조지 부시는 기다렸다는 듯이 막말을 했다. 감히 미국 허락 없이 왜 그걸 하느냐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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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신의주특구를 지정하고 양빈이라는 성공한 중국계 네덜란드 사업가를 장관으로 임명했다. 그곳에 한국과 미국 자본을 대거 투자해 '상해와 같은 도시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양빈은 장관으로 지명된 뒤 10일 만에 북한으로 오던 비행기 안에서 중국 당국에 의해 체포됐다. 중국은 자기 코앞에 외부세력 거점이 만들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 없었다. 그렇게 김정일의 개방정책은 물거품이 됐다. 그것이 강대국에게 포위된 한반도의 서글픈 운명이었다. 오는 4월 27일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은 그 운명의 굴레를 깨기 위한 또 하나의 발버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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