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시절 우정으로 뭉친 회사 연 매출 500억대 성장이 꿈”

박용재(48) (주)싸이젠텍 대표에게 창원은 태어난 곳은 아니지만 각별한 도시다. 고교 시절 꿈과 음악과 우정으로 맺어진 인연이 사회생활을 하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우리 회사에 창원고 동문·후배가 많다"며 "그만큼 신뢰가 깊은 건데 창원·경남 사람들은 확실히 끈기, 근성 이런 게 있는 것 같다. 일을 시작하면 끝을 보려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서울 출신 아버지와 창원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Q. 창원 출신으로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출생지, 출생연도 등 간략한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태어난 곳은 서울입니다. 서울 왕십리 출신의 아버지와 창원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1남 1녀 중 장남으로 1970년 9월 22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태어났습니다. 이후 '아메리칸 드림'을 향한 아버지의 도미에 따른 어머니의 취업으로 외가가 있는 마산에 이사를 왔고 산호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됐죠. 미국 최대 청소용역회사인 GBM(General Building Maintenance) 대표인 아버지(박선근 씨)와 같이 살지는 않았고, 지금은 돌아가신 외할아버지(백종기 전 흥농학원 이사장)의 엄격한 가르침 하에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이후 창원중, 창원고 그리고 부산의 고신대 화학과를 다녔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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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재 (주)싸이젠텍 대표이사. / 고동우 기자

Q. 아버지도 경영인이군요. 창원에 가족·친척이 아직 많이 살고 있을 것 같습니다.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었다고 보는 분이 많죠. 직원만 3000명, 18개 사무소가 있는 회사입니다. 외가 집안이 대대로 창원 동정동에 터 잡아 살아왔고 지금도 어머니가 성주동에 살고 계십니다."

Q. 서울에는 언제부터 살게 됐는지요. 대학 졸업 후일 것 같습니다만.

"1996년 당시 국내 과학장치 선두기업이었던 (주)신한과학에 입사하면서입니다. 이 회사의 분석기기사업부에서 해외 기술을 국내에 적용하는 업무를 담당했죠. 2001년에는 독일의 입자분석기 제조사인 심파텍(Sympatec GmbH) 한국 지사장직을 제안받고 2007년까지 근무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해 벤처기업인 지금의 (주)싸이젠텍을 창업했죠."

입자분석 전문기업, 싸이젠텍을 창업하다

Q. 싸이젠텍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입자분석용 정밀광학분석장치 전문 제조사입니다. 독일, 일본이 독점하던 입자이물분석기(CALPAS)를 독자기술로 개발해 LG화학 등 국내 대기업에 납품하고 중국·일본 주요 기업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9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고 연 매출액은 50억 원 정도 됩니다. 또 2014년부터 회사를 과학기술사업부와 문화기술사업부로 나눠 음악·조경 등에 필요한 기술을 지원하는 한편 100년 전통의 미국 명품 시계탑 제품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Q. 용어가 좀 어렵습니다. 입자이물분석기라는 게 무엇이고 주로 어디에 쓰이는 건가요.

"플라스틱 원료는 석유화학산업에서 칩(펠렛) 형태로 나오는데, 이 펠렛 내에 흑점·백점 등이 박혀 있으면 플라스틱 주요 사용처인 TV, 휴대폰 등의 도광판 커버나 피복 재료에 불량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전기·통신 신호 누전 등으로 오작동의 주원인이 되죠. 바로 이런 '이물'(이색 및 이형)을 측정하고 이 이물이 박힌 펠렛을 미리 제거하는 게 입자이물분석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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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 설치된 명품 시계탑. 싸이젠텍의 주력 상품 중 하나다. / 박용재 제공

Q. 명품 시계탑이 특히 흥미롭습니다. 어떤 제품이고 또 어디에 설치되어 있나요.

"일렉트릭타임이라고, 에디슨이 만든 제너럴일렉트릭사(GE)에서 출발한 자회사 제품입니다. 높은 기술력이 들어간 만큼 고가입니다. 1~2억 원 정도 하죠. 저희 회사가 아시아 독점 총판을 하고 있습니다. 국내에 현재 20곳 정도 설치되어 있는데 서울 예술의전당, 왕십리역사, 서울사이버대광장 등이 그곳입니다. 경남에도 김해 아이스퀘어몰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창원고 스쿨밴드 '엘레강스' 드러머로 맹활약

Q. 음악 관련 기술개발은 어떤 건가요. 고등학교 때 밴드 활동을 했다고 알고 있는데 아무래도 관련이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 준비 단계입니다만, 음향센서, 3차원 음향 발생장치 등입니다. 네, 음악과 악기에 대한 관심이 많은 만큼 자연스럽게 사업으로 연결됐죠. 창원고 시절 스쿨밴드인 '엘레강스' 활동을 했습니다. 1982년 탄생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밴드이고 지금도 매년 '엘레강스의 밤' 행사 준비를 위해 창원을 오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지난 1월 13일 행사가 있었습니다."

Q. 지금도 연주 활동을 하는군요. 어떤 악기를 다룹니까. 음악을 좋아하게 된 계기나 배경도 알고 싶습니다.

"드럼을 연주합니다. 군 복무 시절에도 군악대에 있었고 지금도 틈틈이 밴드 동호회에서 연주를 하고 있습니다. 음악과 인연을 맺은 건… 음악에 대해 별생각 없던 초등학교 6학년 때 어느 회사 판촉행사에서 웸(Wham)의 뮤직 비디오를 보게 되면서였어요. 당시 대다수 학생이 그랬듯 '이종환의 별이 빛나는 밤에', '전영혁의 음악세계' 등을 열심히 들었죠. 그리고 '하필' 창원중에 입학한 게 결정적이었습니다. 창원중 바로 옆에 있는 창원고 축제 때 엘레강스 선배들 공연을 보게 됐고 저도 저런 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결국 마음속으로 그렇게 바라던 창원고에 배정됐고 밴드 활동도 할 수 있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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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월 열린 싸이젠텍 창립 10주년 기념행사에서. 왼쪽이 박용재 대표. / 박용재 제공

Q. 회사 경영자로서 경영 철학, 원칙, 목표 같은 게 있습니까.

"저희 회사의 좌우명은 제가 직접 만든 'Solidify the Imagination'입니다. 직역하면 '상상의 고체화'라고 할 수 있는데요. 생각한 것을 그냥 지나치지 말고, 고체, 즉 현실적인 물체로 만들자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좋은 생각, 기발한 생각은 많을 수 있지만 그것이 현실로 표현되지 않는다면 좀 더 나은 제품의 개발을 통한 인류에의 기여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회사 발전과 관련해서는 세계적으로 필요성이 증가하는 이물제거설비의 개발 및 혁신, 보급으로 연 500억 원대 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입니다."

Q. 앞서 엘레강스 행사 때문에 창원에 간다고 했는데 얼마나 자주입니까. 평소 창원·경남 분들과 교류가 많은지도 궁금합니다.

"창원에는 분기에 한번 정도 가는 편이고 공연이 있을 때는 아무래도 자주 가게 되죠. 참고로 우리 회사에 창원고 동문·후배가 많습니다. 고교 시절 우정이 신뢰로 이어진 건데 창원·경남 사람들은 확실히 끈기, 근성 같은 게 있는 거 같아요. 일을 시작하면 끝을 보려는 의지가 있습니다. 성격이 좀 급한 게 단점이지만 이 역시 또 그만큼 속도가 있다는 것이니 장점도 될 수 있죠. 관련해서, 듣기 안 좋은 말일 수 있지만 '대충대충', '적당히'를 추구하는 것도 있어 보입니다. 이건 너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효율이 굉장히 높다는 이야기가 될 수 있어요. 어쩌면 '완벽주의'보다 더 어려운 것입니다."

Q. 앞으로 삶의 계획을 말씀해주십시오.

"창원을 사랑하는 만큼 창원을 지향하고 싶습니다. 이물제거기 사업이 잘되면 향후 창원에 공장도 만들고 싶습니다. 저 개인이 만든 회사가 아닌 우리 모두의 회사로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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