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인가 단순 전매상인가
'한정템'·스포츠경기 표 등
구매 차단·가격상승 야기
"무역상도 일종의 리셀러 이득만 노린 상행위 문제"

데이비드 베컴. 정확한 크로스 패스로 '택배 기사'라는 별명이 붙은 전직 축구 선수다. 빼어난 축구 실력과 함께 조각에 가까운 외모로 은퇴 이후에도 유명세를 치르는 그다.

베컴은 축구 선수로 뛰면서 유명 스포츠 브랜드로부터 후원을 받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도 그는 해당 브랜드 축구화를 신었는데, 그의 명성과 맞물리면서 그 축구화는 세계적인 선풍을 일으켰다. 지금도 축구화 마니아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는다.

지난해 과거 디자인을 살린 해당 축구화가 한정판으로 출시됐다. 빨간색과 크림색으로 조합한, 베컴이 신었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반가운 마음도 잠시, 한정판이라는 이름이 붙은 사실을 확인한 순간 그들이 떠올랐다. 바로 '리셀러'다.

베컴의 축구화는 출시되자마자 동났다. 제품 발매를 손꼽아 기다리던 마니아 대부분은 '바늘구멍'을 뚫지 못하고 구입에 실패했다.

실패한 마니아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리셀러'에게 정가 두 배 이상의 웃돈을 주고 나서야 축구화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리셀러는 '전매상'에 가깝다. 우리말로 치자면 '되거리 장사'를 하는 셈이다. 물건을 사서, 곧바로 되넘겨 팔아 수익을 얻는 이들을 일컫는다.

극단적으로는 스포츠 경기나 유명 공연 표를 선점해 웃돈을 붙여 판매하는 암표상도 포함이 되기에, 리셀러라는 이름이 부정적인 효과를 희석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평창 롱패딩' 잔여물량을 사기 위해 시민들이 줄을 서고 있다. /연합뉴스

리셀러들은 대체로 상황 판단이 빠르다. 마니아 사이에서 인기가 있을 한정판 제품 등을 재빨리 포착한다.

이들 리셀러를 대중적으로 알린 사례는 최근 평창 동계 올림픽 롱 패딩 사례가 있겠다.

다른 제품에 비해 가격이 저렴해 인기를 끈 롱 패딩에 웃돈을 붙여 되팔려는 시도는 비판을 받았다. 스스로 줄을 서 힘들게 구입한 제품에 웃돈을 붙여 파는 행위가 무엇이 잘못됐느냐며 항변한 리셀러도 있었지만, 비판은 가라앉지 않았다.

온라인에서 리셀러가 웃돈을 붙여 판매하려는 롱패딩 관련 게시글에는 비난과 조소가 이어졌다. 리셀러가 아닌 다른 사람이 '물건 판매 완료'라는 댓글을 써서 판매를 방해하기도 했다.

리셀러가 기존 소비자에게 비난을 받는 까닭은 권장 소비자 가격에 제품을 구입할 기회를 제한한다는 점이다. 가격 상승에 따른 피해도 만만치 않다. 웃돈을 붙여 되파는 행위가 반복되면 가격 상한선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결과를 낳는다.

반대로 모든 리셀러를 동일 선상에 놓고 비판하는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무역상도 넓은 의미에서 리셀러라고 볼 수 있는데, 이들의 상업 행위를 같은 잣대로 비판할 수 있느냐는 설명이다.

신재익 경남과학기술대 유통학과 교수는 "외국 직구나 국내에서 구매가 불편한 물건을 대신 사서 재판매하는 행위는 수요·공급 법칙에 따라 자연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영업 등록을 하지도 않고 세금도 내지 않으면서 불로소득을 목적으로 재판매를 하는 것은 법적, 윤리적 문제가 있다고 본다"는 의견을 보였다.

리셀 행위가 부가적인 사회 현상을 일으키는 일도 있다.

최근 미국 뉴욕에서는 한 데님 브랜드와 스포츠 브랜드의 합작품 발매가 취소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발매 예정 상점 주변으로 사람이 몰려들었고, 인근 주민 안전 우려를 일으키면서 뉴욕 경찰이 발매 연기를 명령한 것.

'전매'라는 자연스러운 경제 시장의 활동이 어느덧 문화적 현상으로 확대되면서 비난과 옹호가 대립 양상을 보이고 전방위적 파급 현상을 빚는 데까지 이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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