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님, 그러면 예산서 전체를 드리겠습니다. 그게 원하시는 내용입니다."

작년 8월부터 전국 지자체 사회단체 지원금 내역 조사를 하면서 공무원들과 500통 이상 통화를 나눴다. 처음 민간단체 지원내역을 달라고 하자 저런 식으로 대답하는 곳이 더러 있었다. 관내 거의 모든 사업이 민간단체에 의해서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지자체의 민간단체 의존도는 예상보다 심각했다. 

민간단체 전체 지원내역을 파악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래서 주요 사회단체 20곳을 지정하고 '이 단체와 관련해 예산서 상에 있는 내용만' 달라고 했다. 그렇게 '타협'한 결과 1744억 원이라는 금액이 나왔다.

관변단체 구성원들이 다른 이름으로 지원금을 타기도 할 것이다. 혹은 여러 단체가 모여 컨소시엄 형태로 받기도 할 것이다. 산하기관 예산에서 지원되는 금액도 있을 것이다. 단체 이름이 명시되지 않은 사업금액도 있을 것이다. 그런 지원금은 모두 다 누락됐다. 1744억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이다.

지원받은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 완벽하게 확인할 방법은 없다. 2014년 <뉴스타파>가 관변단체 영수증 문제를 보도했을 때, 서울시청은 영수증 단위까지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기자가 질의했을 때는 결산보고서까지만 공개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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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진짜 문제는 이게 아닐 수 있다. 어쨌든 관변단체 운영비는 날이 갈수록 조금씩 줄고 있으며, 늘 지원 받던 일상적 사업비에 대한 지자체의 감사는 강화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문제는 새마을회관, 노인회관을 짓거나 노인 일자리 사업, 대규모 행사 등 수억~수십억 단위 뭉칫돈을 지원 받을 때다. 비리는 그런 덩치 큰 돈에서 생긴다. 이를 파헤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관변단체 문제는 아직 손도 못 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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