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과의 신뢰가 가장 중요한 자산"

문득 도로를 보면 깔끔한, 어딘가 달라진 차들이 보인다. 어느샌가 신종 차량(신차)이 출시했단다. 차가 없는 '뚜벅이'인 필자에게 차는 잘 모르는 영역이다. 운전면허증은 주민등록증을 대신하는 신분증으로 쓰고 있는 신세다. 수천만 원을 웃도는 신차 가격은 높은 장벽이다. 가격 고민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중고차'로 생각이 미친다. 국내 연간 거래량이 400만 대에 육박한다는 중고차 시장. 여러 대를 동시에 소유하는 게 드문 자동차의 특성상 중고 자동차 시장의 성장은 어느 정도 보장된 셈이다. 중고 자동차 매매 상사를 운영하는 박천준(48) 대표를 만나 중고 자동차 시장의 현황, 그리고 창원 공단 지역에 자리 잡은 '엠모터스프라자'에 대해 물었다.

출퇴근을 위해 버스를 타면 창원 공단을 지난다. 그러던 중 어느샌가 번듯한 건물이 하나 생겼다. 공단 구역이다 보니 '무슨 기업이 들어올까' 싶었는데 '엠모터스프라자'(이하 엠프라자)라는 중고 자동차 매매 상가였다. 영화에서 종종 보던 '백화점식' 중고 자동차 상가다. 1년에 한 번씩 상가에 들어선 상사 대표들이 운영위원장을 선발해 그 운영위원장이 상가의 대표를 맡는다고 한다. 2018년 한 해를 책임지게 된 건 대덕모터스의 대표이자 엠프라자의 운영위원장, 박천준 위원장이다.

중고 자동차 매매업에 뛰어든 지 16년

Q. 중고 자동차 판매업에 뛰어든 건 언제인가요?

"2002년에 처음 시작했습니다, 이제 16년 됐습니다."

Q. 원래 이 업계에 관심이 있으셨나요?

"처음부터 중고차 딜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습니다. 개인 사업을 하다가 사정이 안 좋아졌고, 그때 매형의 권유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마침 고등학교를 공업고등학교, 대학은 기관학과를 졸업했기에 적응은 한결 쉬웠습니다."

Q. 개인 상사를 운영하는 데다 엠프라자의 위원장을 맡고 있을 정도면, 어느 정도 자리 잡았다고 보이는데. 어떤가요?

"초창기보다는 많이 나아졌죠. 안 나아지면 이 업을 계속할 수가 있었겠습니까.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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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천준 엠모터스프라자 위원장. / 이종현 기자

Q. 여느 일들도 마찬가지지만, 쉬운 업계는 아닙니다.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왜 없겠어요. 많이 있죠. 그래도 그중에 하나만 꼽아보자면… 고정 수입이 없다는 겁니다. 저는 두 딸을 두고 있는 가장입니다.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안정적인 수입을 바라죠. 이건 저뿐만 아니라 이 업계서 일하는 사람 대부분의 생각일 겁니다."

Q. 수입 외에, 업무 환경에서의 어려움은 없나요?

"결국 영업직이라는 게 힘들죠. 영업이라는 건 누가 알아주지도 않잖아요. 한두 번 잘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어려서부터 어떤 인간관계를 형성해왔는지가 중요한 겁니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사람 만나면서 기반을 닦고… 지금도 제때 집에 들어가는 건 일주일에 한 번 될까 말까 한 수준입니다. 어느 정도 자리 잡은 제가 이 정도니까, 젊은 친구들은 더하겠죠."

중고 자동차 매매 시장

Q. 중고차 매매 시장과 신차는 떼놓고 생각할 수 없을 거 같은데요.

"실제로도 밀접해 있습니다. 신차 매장에서 차를 사면, 자연스레 중고차가 나옵니다. 바로 폐차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폐차보다는 중고차로 내놓는 경우가 많죠. 그 중고 차량을 딜러가 매입해 차량 검사, 정비 등을 한 뒤 중고차로 판매합니다."

Q. 중고차 상당수는 신차 매장을 통해 매입하는 거군요?

"주변 지인이나 인맥을 통해 매입하는 경우도 있고, 신차 매장을 통해 매입하는 경우고 있습니다. 어느 쪽의 비중이 큰가는 상사마다, 딜러마다 다르죠."

Q. 경기가 나빠지면 비싼 신차보다는 중고차가 잘 팔린다고 하는데, 어떤가요?

"경기가 어려울 때 중고차 시장은 호황인 거 아니냐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 오해입니다. 경기가 나쁠 때 신차 수요보다 중고차 수요가 낫긴 하겠지만, 시장 상황이 안 좋아지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Q. 창원은 경남도 최대 규모의 도시입니다. 그만큼 소비자도 많고 판매자도 많을 텐데, 몇 개 정도의 상사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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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엠모터스프라자 매장 외부 모습. / 이종현 기자

"창원시에 있는 상사가 126개 정도 됩니다. 꽤 많은 편이죠. 상사들 모두가 다 나누는 거다 보니까, 썩 좋은 상황은 아닙니다. 그래도 많은 상사가 모여 있다 보니, 주변 도시에서도 창원으로 차 사러 오곤 합니다. 거제·통영·진주·고성 등이요."

Q. 딜러의 하루 업무 일과는 어떻게 이뤄지나요?

"이 역시도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제 주변의 경우로 말씀드리자면, 오전에 신차 매장으로 출근하곤 합니다. 그쪽 영업 사원과 유대관계를 가지는 거죠. 신차 판매 때 생기는 중고차를 매입하는. 그리고 오후에 사무소로 와서 세차한다든지 시동을 걸어본다든지 하는 차량 관리를 합니다. 그러다 6시에 퇴근인데, 말이 퇴근이지 제2의 영업 시작이죠."

Q. 주로 거래하는 차종이나 브랜드가 있습니까?

"아무래도 현대기아차가 자주 보이죠. 중고차를 사는 분들은 가격 대비 성능을 따지는 분들이 많은데, 이 부분에선 아직 현대차가 최고인 거 같아요. 수입차는 전체 매출 중 3% 정도입니다."

창원 엠모터스프라자

Q. 엠모터스프라자는 언제 설립된 건가요?

"지난해 9월 1일에 오픈했습니다."

Q. 여러 상사가 매장 하나에 들어서 있는, '백화점' 형태의 매장인데요. 이게 중고차 시장에서는 보편적인 형태인가요?

"'중고차 백화점'은 최근 유행하고 있는 형태입니다. 옛날에는 노상에 자동차를 늘여놓고는 했는데요. 서울을 중심으로 백화점 형태의 매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지역도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야 한다고 생각이 엠프라자의 출범 계기죠. 소비자 입장에서도 좋은 시설에 여러 차를 비교해가며 살 수 있기에 좋습니다."

Q. 둘러보니 매매 상사도 많아 보이고. 다른 시설도 있는 것 같던데요.

"총 47개의 상사가 들어와 있습니다. 식당과 편의점, 커피숍, 보험사 등의 편의시설도 있죠. 차량 정비를 위한 정비소와 성능검사장 등도 갖춰져 있습니다."

Q. '위원장'이신데. 생소한 명칭입니다.

"엠프라자 내부 정관에 따라, 입점한 47개 상사 대표분들이 무기명 투표를 합니다. 한 해를 대표할 위원장을 뽑는 거죠. 그 밑에 부위원장 1명과 이사진 5명, 간사 2명이 엠프라자 운영을 이끌어나갑니다. 저는 2018년까지 위원장직을 맡았습니다. 2019년부터는 위원장 임기를 2년씩으로 늘리기로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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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엠모터스프라자 매장 옥상에 있는 차량 정비소, 성능검사장 등. / 이종현 기자

Q. 위원장의 업무는 뭔가요?

"매장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매입·매출 관리 등의 전반적인 운영·관리하는 업무라고 보시면 됩니다. 거의 봉사직이죠. 저는 12월에 위원장으로 선출돼 2018년을 맡게 됐습니다."

Q. 설립된 지 1년이 지났는데, 고객 반응은 어떤가요?

"대부분 만족스러워하시는 거 같습니다. 객관적 자료인 판매 대수도 1년 만에 경남 최대 판매 대수를 기록했습니다. 성공적인 출발을 했다고 자평합니다. 이제까지는 기반을 다지느라 소극적이었던 광고나 마케팅도 적극적으로 할 생각입니다."

중고차 거래 과정 및 주의사항

Q. 중고차라고 해도 낮은 가격은 아닙니다. 부담이 큰 거래인만큼 조심스러운데. 거래 절차는 어떻게 이뤄지나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지인이나 신차 매장에서 나오는 중고차를 딜러가 매입합니다. 요즘은 자동차 경매장에서도 물량이 나오는 편이고요. 매입한 차량을 정비하고, 차량에 문제는 없는지 시운전·성능검사 등을 거쳐 매매 차량으로 내놓습니다."

Q. 중고차를 볼 때 연식이나 주행거리, 사고 유무 등을 보라고 하던데요.

"물론 연식 얼마 안 됐고, 주행거리도 적고, 사고도 없는 차량이 좋습니다. 그런데 이런 차들은 가격이 높죠. 신차와 거의 비슷한 가격으로 나오는 차들도 있으니까요. 고객의 사정에 맞춰서 사는 게 좋습니다."

Q. 음… 그래도 팁 같은 게 있으면 좋을 거 같은데요.

"팁이라… 말씀하신 것처럼 연식이나 주행거리, 사고 유무인데요. 다만 연식이 오래된 차량은 사고 유무보다 현 차의 상태가 더 중요합니다. 차량이 노후되진 않았는지 살피는 거죠. 그리고 연식이 얼마 안 된 경우는 사고 유무와 주행거리 둘 다 신경 쓰셔야 하고요. 요즘은 고객들이 인터넷으로 공부를 많이 하고 오셔서 아무것도 모르고 오시는 분은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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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모터스프라자 매장 내부 모습. / 이종현 기자

Q. 판매자 입장에서 '좋은 차'는 어떤 차인가요?

"고객의 눈이나 딜러의 눈이나 같습니다. 관리가 잘 된 차량을 선호하죠. 저희는 차를 직업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엔진 소리를 들어보면 차량의 상태가 어떤지 알 수 있는데요. 외관만 봤을 때는 잘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도 살피는데, 외관뿐만 아니라 내부도 잘 관리된 차들이 좋은 차라고 생각합니다."

Q. 사고 전적이 있는 차량을 무사고 차량으로 알고 샀다… 하는 말도 있습니다. 침수차량을 샀다는 경우도 있고요. 사고 유무 같은 정보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아마 꽤 오래전의 얘긴 거 같은데요. 요즘은 성능점검장을 통해 세부적인 사항들도 살핍니다. 보험 이력도 당연히 체크하고요. 침수차량 같은 경우는 바닥 시트나 안전벨트, 엔진 등, 어디든 표가 납니다. 차를 매입할 때 그냥 봐서는 안 보이는 고무 같은 것도 다 뜯어서 살피기 때문에 침수차량은 아예 매입을 안 합니다. 혹여 침수차량이 오면 매매조합에 신고하게 돼 있고요."

Q. 허위매물, 침수차량 판매 등으로 중고차를 불신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런 소문을 들으면 중고차 시장에 대해 불신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판매자인 제 입장에서 변명해보자면, 저희 업종은 하루 고객에게 바가지를 씌워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는 그런 업종이 아닙니다. 당장 하루 바가지를 씌워 비싸게 팔아 이익을 챙겨도, 그로 인해 신뢰가 사라진다면 장기적으로 봤을 땐 손해라는 거죠. 대부분의 딜러들이 각자 사업증을 취득해 고객과의 신뢰 관계 구축에 밤낮없이 일하고 있는데, 일부 부적절한 이들 때문에 업계 종사자 모두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가지는 게 안타깝습니다."

Q. 엠프라자에서는 이런 허위매물, 침수차량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저희는 원아웃 제도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허위매물을 등록하거나 침수차량을 판매한다면 엠프라자에서 배제한다는 게 원칙입니다. 가장 중요한 게 고객과의 신뢰고, 이를 위협한다면 봐주거나 해선 안 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봉사하는 한해, 2019년부터는 다시 현장으로

Q. 위원장으로서 2018년 목표 같은 게 있나요?

"요즘 중고차 매매업이 어렵습니다. 경기도 안 좋은 데다가 올해 7월 1일부터 중고차 구입에 현금영수증이 의무화됐어요. 중고차를 1000만 원에 사서 1000만 원에 팔면 적자죠. 고객과의 신뢰 형성이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어려움도 있습니다. 보통 차를 매입해 3개월 정도 지나면 매입한 원가에 돌입하는데요. 그 기간이 넘으면 그만큼 적자가 됩니다. 부동산처럼 사두면 비싸지는 게 아니죠. 어려운 시기인 만큼 내부에서 결속해서, 우리 엠프라자 식구들이 잘되도록 하는 게 제 역할입니다."

Q, 위원장님이, 엠프라자가 지키고픈 기치가 있으십니까?

"고객에게의 신뢰입니다. 입에 발린 소리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영업에서 '신뢰'를 빼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렇기에 저희도 스스로에게 더욱 엄격한 거고요."

Q. 임기를 마치시면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시는 건가요?

"그렇죠. 그리고 저는 원래 현장이 적성에 맞아요. 지금은 매장 정상화를 위해 위원장이 됐지만, 임기가 끝나면 현장으로 복귀하게 됩니다. 그러니 임기 동안은 봉사하는 마음으로, 매장 식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저를 포함해 구성원들이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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