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 번, 엄마표 수업으로 친구들과 신나게 놀아요”

'공동육아'를 인터넷 육아커뮤니티 게시판에서 검색해보았다. 방법과 노하우를 묻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공동육아'는 말 그대로 아이들을 함께 키운다는 말이며, 여러 형태의 방법으로 실천할 수 있다. 각자 힘쓸 수 있는 부분을 맡아 나누어 하기에 '품앗이육아'라고도 불린다. 모임을 함께 하는 부모들이 돌아가며 아이들 등교 품앗이를 하는 것, 소풍 때 도시락 품앗이를 하는 것 등 넓은 의미에서 이 모두가 공동육아다. 그중 부모들이 가장 관심이 많은 것은 품앗이 교육이다. 아이에게 발달이 비슷한 또래 친구들을 만들어 줄 수 있고, 혼자서는 버거웠던 수업이나 놀이를 아이들에게 공동으로 해줄 수 있다. 고립된 육아로 지친 부모에게도 좋은 활동이다. 한 품앗이 교육 모임이 진해에서 자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했다. 일곱 명의 엄마, 일곱 명의 아이들 '룰루랄라 친구들'을 만나러 창원시 진해구 석동 기적의 도서관으로 향했다.

'룰루랄라 친구들'과 보낸 활기찬 한 시간

알록달록 교구를 든 이들과 아이들이 도서관으로 들어간다. 매주 화요일 '룰루랄라 친구들'이라는 품앗이교육 모임이 있는 날이다. 오전 11시. 엄마 7명, 아이 7명이 진해 기적의 도서관 한 켠 '모여서 놀아요' 팻말이 붙여진 방으로 들어온다. 방바닥이 따끈하다. 벌써 분위기가 와글와글하다. 아이들은 몸 가볍게 외투를 벗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가져온 교구와 놀잇감을 내려놓는다. 이 날 놀이 수업의 전체적인 진행은 최영미 씨가 했다. 본격적인 강추위가 닥친 이번 주부터는 겨울을 주제로 수업한다고 했다. 엄마들은 다가올 크리스마스를 컨셉으로 놀이 수업을 준비해왔다.

"오늘은 우리 겨울을 주제로 수업할 거예요. 겨울에는 너무너무 멋진 축제가 있어요. 바로 크리스마스라는 거예요. 크리스마스라는 축제를 주제로 놀이해볼 거예요. 즐겁게 춤추면서 놀이 시작해 봐요!"

123.jpg
▲ (왼쪽부터) 윤란(36), 유효린(37), 최영미(38), 차영미(35), 기현아(29), 황수현(40), 김수경(44) 씨와 아이들. / 서정인 기자

빨강, 초록 크리스마스 색을 입은 소품들이 눈에 띈다. 엄마들은 매주 각자 역할을 나눠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교구를 만들어오고, 책을 읽어주고, 율동을 가르쳐주는 등 혼자서 모두 하기에 버거울 일을 체계적으로 나누어 수업하고 있었다. 노래를 틀자 아이들이 신나게 일어선다.

'안녕 안녕 빰빠라밤밤밤 나의 이름은 ㅇㅇㅇ!'

아이들 앞에 마라카스(양손에 하나씩 쥐고 흔들어서 소리를 내는 타악기)를 펼치자 아이들이 달려가 익숙한 듯 두 손에 쥔다. 노래에 맞춰 신나게 마라카스를 흔들며 춤춘다. 엄마들도 모두 신나게 아이들과 함께 율동 한다. 노래 세 곡을 연달아 틀며 거기에 맞춰 신나서 논다.

윤란 씨가 크리스마스 콘셉으로 예쁘게 꾸며서 가져온 마라카스를 꺼낸다.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악기를 받아 흔든다. 이어 '울면 안 돼' 노래가 나오자 율동을 따라 한다. 독립된 방이라 아이들은 맘껏 뛰어다니고 소리 내며 놀이를 한다.

다음은 <크리스마스> 책을 읽어보는 시간이다. 기현아 씨가 그림책을 펼치자 놀던 아이들이 순식간에 모여든다.

"즐거운 크리스마스에 친구들을 기다리고 있어요. 누가 가장 먼저 올까요. 그림자가 보여요. 누굴까요? 짜잔~ 즐거운 크리스마스! 깡충깡충 토실이구나. 어서 와~"

이야기에 집중하는 아이들도 몇 있지만 앉아있지 못하고 돌아다니는 아이들도 있다. 얌전히 듣든, 돌아다니든 웃는 얼굴의 아이들이 그저 귀엽다.

카드놀이를 하는데 산타 가면도 등장했다. 엄마들 정성이 대단했다. 다음은 교구 활동. 집에서 직접 만들어온 교구다. 색을 입힌 우유 팩에 같은 색 달걀 모형을 집어넣는 놀이를 시작했다. 시작하자마자 아이가 색이 다른 공을 집어넣어 모두 깔깔 웃는다. 아이들은 공을 던지고 팩에 넣고 흔들어 보기도 한다.

다음은 퍼포먼스 놀이. 만들어온 크리스마스트리가 빛을 발할 시간이다.

"크리스마스트리 나오세요~ 우리 빨간 다리를 점점 지나와서! 공을 뿅! 여기(트리)에 붙여주고 여기에 슝! 넣어주고 하는 거예요. 근데 저 빨간 다리를 건너서 와야 해요~ 엄마 손 잡고 준비!"

엄마들이 알록달록한 안전매트를 가져온다. 빨간 부분이 보이도록 쌓은 매트를 다리삼아 아이들이 종종 걸어간다. 다양한 공으로 크리스마스트리를 직접 꾸미는 활동이다. 구멍이 뚫린 페트병 트리에 공을 집어넣고, 스티커 재질의 트리에 공을 붙이기도 한다. 어느 아이 하나 빠지지 않고 열심히 놀이한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간식을 나눠준다. 그때가 한 시간 중 가장 조용한 시간이었다. 마지막 노래를 부르고 수업을 마쳤다.

123.jpg
▲ 아이들이 크리스마스트리 꾸미는 놀이를 하고 있다. / 서정인 기자

독서 후기 모임 멤버들끼리 시작한 모임

'룰루랄라 친구들'을 함께하는 이들은 모두 도서관을 통해 만났다.

"'북스타트'라고 진해 기적의 도서관에서 해주시는 수업이 있었어요. 8주 동안 수업을 해주시거든요. 지금 하는 것과 비슷한 수업인데 놀이 위주의 아이들 수업을 했어요. 그 수업이 끝나고 나서도 도서관에서 같은 기수 부모들끼리 후기 모임을 하라고 연결해주세요. 그 후기 모임을 이어 하다가 뜻이 있는 엄마들끼리 우리 힘으로 수업 하나 더 해보자 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장소가 없어서 고민이었는데 도서관에서 요청했더니 감사하게 대여를 해주셨어요. 일주일에 한 번 화요일에는 '룰루랄라 친구들' 수업을 하고 금요일에는 지금도 도서관 북스타트 수업 후기모임을 해요. 금요일에는 지금보다 더 많은 친구들이 같이 모여요."

'룰루랄라 친구들' 일곱 아이의 월령은 16개월에서 21개월이다. 월령 차이가 많이 나지 않아 발달수준이 비슷한 또래들이다. 그 때문에 아이들의 눈높이에 딱 맞는 수업을 할 수 있다. 찾아보면 아이들 놀이 수업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많다. 요즘은 특히 백화점과 마트에서 활성화된 문화센터에서 많은 아이들은 어울리며 놀이 수업을 받는다. 굳이 엄마들 손으로 애써 교구와 장난감 등을 만들고 수업을 짜서 하는 이유가 있을까.

"딱 월령에 맞는 놀이가 문화센터에서는 잘 안 되더라고요. 우리 아이가 정말 좋아하는 놀이 중심으로 수업을 짤 수 있는 것도 좋고, 아이들이 같은 친구들을 꾸준히 계속 만날 수 있다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지금 우리 아이들은 친구들과 일주일에 두 번 모이니까 그게 참 좋더라고요."

한 시간 동안 엄마들은 스토리텔러이자 선생님이자 놀이 친구다. 품앗이교육 14주 차. 엄마들은 자기도 모르게 반전문가가 되어 있다. 모임을 대표해 인터뷰한 최영미 씨는 아이들에게 하는 손짓 몸짓이 능수능란하다. '룰루랄라 친구들'을 하는 아들이 막내인 셋째 아이라고 했다. 교육학 전공을 한 데다 첫째·둘째 아이를 키워온 노하우가 더해졌다. 엄마들은 개인 블로그를 통해 꾸준히 수업 내용과 콘텐츠를 공유하고 활동 사진도 업로드하고 있다. 그리고 그 역시 다른 블로그나 부모들을 통해 유익한 정보를 얻는다.

공동육아 활성화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 '장소'

지역 곳곳에서 품앗이육아, 품앗이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창원시는 마산합포구 산호동 여성회관 마산관, 성산구 가음동 여성회관 창원관에서 공동육아나눔터를 운영하고 있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책을 읽거나 각종 놀이를 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간단한 과정을 거쳐 가입한 후 공동육아나눔터에서 준비한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다. 지역 육아 커뮤니티에서 후기를 찾아보니 반응이 아주 좋았다.

창원시는 2018년 공동육아나눔터를 2개 더 설치할 예정이다. 하지만 진해지역에는 아직 이 공간이 없다. 모임을 하고자 하는 부모들이 장소를 구하고 도움 없이 꾸려나간다. 지역 육아커뮤니티에 '공동육아'를 검색해보니 모임을 만들려는 사람, 함께할 부모와 또래 친구를 구하는 글들이 여러 개 올라와 있다. 소규모 공동육아 모임이 활성화되려면 어떤 것들이 가장 필요할지 궁금했다.

"저희도 장소 구하는 게 굉장히 시급했어요. 창원이나 마산에서 이런 품앗이 모임이 있는 건 알고 있었는데 진해에는 이런 모임을 지원해 줄 수 있는 데가 없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창원으로 나가려고 하다가 차가 없는데 거리가 멀어서 방법이 없더라고요. 그러다 진해 기적의 도서관에서 북스타트 수업을 했던 엄마들 중심으로 한다고 하니 장소를 대여해 주셨어요."

영미 씨는 첫째·둘째 아이 때부터 공동육아 모임을 굉장히 하고 싶었다고 했다. 셋째 아이부터라도 할 수 있었던 건 꾸준히 사용할 수 있는 장소를 얻었기 때문이다. 사례들을 찾아보니 집을 돌아가며 방문해 이어가는 방법도 있었지만 많은 가정이 아파트에 거주하기에 여러 명이 아이들이 맘껏 뛰고 노래할 수 없다.

123.jpg
▲ 기현아 씨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다. / 서정인 기자

"굉장히 하고 싶었고 고민했는데 그때는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거든요. 부모들이 막막해하는 그런 부분을 지원해줄 수 있는 장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당일에는 도서관 한 켠 방에서 놀이수업을 했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야외에도 자주 나간다고 했다. 함께 나가서 또래 친구들과 뛰어놀고 신체 활동을 하는 것, 소풍 가서 맛있는 것을 함께 먹는 것 모두 아이들에게는 교육이다.

'룰루랄라 친구들' 가입비나, 활동에 들어가는 비용은 어느 정도일까.

"가입비는 없어요. 필요한 비용도 없고요.(웃음) 집에서 각자 구할 수 있는 재료로 교구를 만들어오니까요. 지금도 트리는 누가 만들고, 악기는 누가 만들고… 분업해서 다 만들어오셨어요."

아이들은 한 시간 내내 쉴 틈 없이 놀았다. 얌전히 앉은 단체 사진을 찍기가 아주 힘들었다. 엄마들은 자기 아이만 보는 것이 아니라 모든 아이들 주위에서 다치지 않게, 놀이를 잘 즐길 수 있게 도왔다.

공동육아, 품앗이교육은 내 아이를 우수하게 키우기 위한 방법이 아니라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 취지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기에 부모들의 갈증과 바람은 커지고 있다. 사회가 응답해 자발적인 육아 소규모 모임이 활발히 이어질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