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등 적용 확산…스티로폼류 마감재 '화재 취약' 단점
경남도, 필로티 건물도 자료 확보 못 하고 조사 계획도 없어

충북 제천 화재 참사로 '드라이비트' 공법이 다시 주목받고 있지만 경남도는 관련 건축물 현황 자료를 축적해놓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드라이비트(drivit)'는 외단열 공법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드라이비트사가 1969년 하나의 상표로 내놓은 것이 일반 명사화됐다. 국내는 1980년대 효성그룹에서 들여온 이후 원룸 건축물을 중심으로 확산했고 고층 건물에도 적용됐다.

'드라이비트' 공법은 건물 난방 효과를 위해 외벽에 별도 자재를 사용한다. 건물 외벽에 접착제를 발라 스티로폼과 같은 단열재를 붙이고, 그 위에 마감재로 번듯한 모양을 내는 식이다. '드라이비트' 공법은 전통적인 단열 방식과 비교해 '비용 절감' '공사 기간 단축' 장점을 안고 있다.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시공된 창원시 마산합포구 한 빌라 외벽이 지난 2014년 8월 태풍 때 뜯겨나간 모습. 드라이비트 공법은 건물 난방 효과를 위해 외벽에 별도 자재를 사용하는데, 과거 스티로폼을 많이 사용해 화재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건설업계 관계자는 "시공비가 일반 석재 단열보다 3분의 1가량 저렴하다. 공사도 한 달 해야 할 것을 일주일이면 끝낼 수 있다. 외관상 깔끔한 측면도 있어 업자·건축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고 했다. 한 건축사는 "드라이비트 공법은 적절한 규모 이하로 지을 때 가성비 측면에서 합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화재 취약성'은 자주 지적되던 부분이었다. 이번 제천 참사는 이를 다시 한 번 확인케 했다. '드라이비트'에 사용된 스티로폼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며 화마를 키운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건설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나도 건물 지으면서 드라이비트 공법을 고민하다 결국 하지 않았다. 술 먹고 지나가는 사람이 이유 없이 라이터라도 갖다 대면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질 것 같더라"고 전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화재 취약'에서 한 가지 구분할 점을 지적한다. 문제 원인이 '드라이비트 공법'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들어가는 스티로폼 같은 자재, 그리고 방염(불에 타지 않게 막음) 처리 여부 등에 있다는 것이다.

실제 정부는 지난 2015년 1월 의정부 대봉그린 아파트 사고(5명 사망) 이후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6층 이상(기존 30층 이상) 건축물 외벽에 드라이비트 등 미장·단열 일체형 마감공법으로 시공할 경우 '불연·준불연 마감재를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번 제천 화재 건물은 그 이전 완공됐고, 이후 감리업체의 방염 처리 지적에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드라이비트'는 강풍에도 취약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다. 실제 지난 2014년 8월 태풍 나크리 상륙 때, 창원시 마산합포구 한 빌라 외벽이 뜯겨나갔다. 2012년 완공된 이 빌라는 외벽 네 면 가운데 두 면에 드라이비트 공법을 사용했다. 불과 2년여 만에 드라이비트 공법 외벽이 떨어져 나간 것이다. 이에 대해 한 건축사는 "그러한 예는 드라이비트 공법 문제라기보다, 부실시공 측면에서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남도는 이러한 '드라이비트' 공법 건축물 현황을 현재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지난 2015년 의정부 화재 이후 국토부로부터 현황 파악을 요청받았다. 이에 2013~2015년 시공 허가 건물에 대해 조사했다"면서도 "이후 더는 이어가지 못했다. 건축물대장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현장실사를 해야 하는 등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도 별도 조사 계획을 세워놓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포항 지진 때 '필로티(벽 대신 기둥으로 건물을 띄우는 방식)' 구조 건축물이 불안 요소로 떠오른 바 있는데, 경남도는 이때도 관련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편, 민중당 경남도당은 제천 화재 이후 성명을 내고 "경남도는 도내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시공한 고층 건물과 필로티 구조 건물에 대한 전수조사와 전면 실사를 해야 한다"며 "특히 다중이용시설, 공동주택, 그리고 유아·어린이·청소년 집단사용시설에 대해서는 더욱 면밀한 조사와 정기적인 관리감독이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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