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회 경남 어린이 글쓰기 큰잔치 심사평

엊그제 함안도서관에 강연을 갔다가 아이들끼리 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야, 올해 가장 유명한 사람이 누군지 아냐?" "누구지?" "힌트를 좀 줄까? 이름 끝자 받침이 ㄹ로 끝나는 사람이야." "으음, 최순실!" "어어, 어떻게 알았어?" "그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냐." 어리석고 못난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흐린 세상에서도 아이들은 옥수수 자라듯이 쑥쑥 자랍니다. 제18회 경남어린이글쓰기큰잔치에 보내온 아이들 글을 읽으면서 '어른들의 참스승이 아이들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우고 깨달을 게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뺀 날>은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본 일을 재미있게 잘 썼습니다. 마치 오늘 내가 겪은 일처럼 말입니다. 빠진 "이를 보니까 그때부터 아프기 시작했다. 울진 않았지만 다음엔 안 뽑고 싶다고 생각했다. 친구들이 놀리지 않으면 좋겠다."는 끝맺음에도 마음이 잘 드러나 있어, 읽는 사람들의 마음을 그곳으로 데려갑니다.

<수학머리>는 수학머리가 없어 수학머리를 키워야 한다는 엄마한테 "나는 수학머리가 없어서 수학을 못하는 게/ 아니라 할 게 너무 많아서 자꾸만 밀리는" 거라고 말하는 아이의 마음이 당당하게 느껴집니다. 아이들이 놀아야 마을이 살고 학교가 살고 나라가 삽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놀기 위해서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디에서도 노는 아이들을 쉽게 볼 수 없으니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시험>이란 글을 쓴 어린이는 어른들한테 이런 말을 하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시험을 칠 때는 아래만 봐야 한답니다. 옆을 보면 '0'점 처리를 한답니다. 아는 문제가 많아 시험을 다 쳤는데도 꼼짝도 못하고 기다려야 한답니다. 시험시간이 마치 감옥보다 더 갑갑하고 살벌합니다. 친구들끼리 정답게 둘러앉아 모르는 답을 서로 가르쳐주면서 시험을 치면 하늘이 놀라 무너져 내리기라도 한단 말입니까? 어른들이 만든 세상이 하도 기가 치고 기가 막혀 가슴이 답답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 글을 썼는지 모릅니다. 어른들의 꼭두각시가 되지 않으려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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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할머니와 화투>를 읽으면 할머니와 손주가 호흡을 맞추며 즐기는 모습이 눈에 또렷이 그려집니다. 참 아이답게 잘 살려 썼습니다. 그리고 뒤에는 자기 생각을 아주 또렷하게 썼습니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영원히 뺏으려고 일본의 놀이를 우리나라에 퍼지게 했지만 우리나라는 그걸 머리 쓰는 게임으로 하고 있다. 우리 왕할머니가 치매에 걸리지 않게 해주는 놀이가 되다니 일본보다 우리나라가 더 똑똑하다고 느꼈다. 나도 왕할머니와 화투를 치면 두뇌 활동이 활발해져서 선생님보다 똑똑해질 것 같다." 어린이가 아니면 쓸 수 없는, 재미와 감동을 주는 글입니다. /심사위원장 서정홍(농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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