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나면 부인 옆 딴 남자' 창원 유니시티 현장 설치
책임 전가·본질 호도 지적…건설사 측 "확인 후 조치"

아파트 건축 현장에 건설노동자를 조롱하고 여성을 비하하는 듯한 안전표어를 내걸어 논란이 되고 있다.

창원시 의창구 유니시티·어반브릭스 건설현장에 설치된 안전준수 표지판 문구 때문이다. 표지판에는 "사고가 나면 당신의 부인 옆에 다른 남자가 자고 그놈이 아이들을 두드려 패며 당신의 사고보상금을 써 없앨 것"이라고 쓰여 있다. 건설노동자를 조롱하는 동시에 여성을 비하하는 내용이다. 유니시티 관계자는 <경남도민일보>와 통화에서 6개 시공사에서 내건 문구는 아니고,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문구를 붙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내용 자체가 슬로건처럼 느껴진다. 안전을 조심하라는 문구다"며 "현장에서 확인 후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창원 유니시티 건설현장에 설치된 표지판.

더구나 문구는 노동자가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아서 사고가 난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전국건설노동조합 경남건설기계지부는 내용 확인 후 "이런 표지판을 세운다는 것 자체가 노동자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사용자가 사고를 예방하는 데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가 나면 죽는 것은 노동자이며 그 책임은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노동자에게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고 말했다.

여성단체도 여성을 비하하고 남성에 종속된 것으로 여기는 점에서 강력하게 규탄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경영 경남여성단체연합 대표는 "본질을 호도하는 문구다. 안전이 중요하다는 것을 희화화하는 내용으로 마치 여성이 당연하게 바람을 피우거나 외도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며 "재미로 가볍게, 성희롱을 하는 성의식이 여전히 공공연하게 자리 잡았다는 점에서 매우 안타깝다"고 했다.

이 문구는 지난해 대구시 황금동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도 이 입간판이 설치돼 한 바탕 논란을 부른 바 있다. 당시 모 건설사는 해당 현장에서 노동자들의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자 인터넷에 떠도는 문구를 따서 입간판을 제작했다고 해명하고 철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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