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대비 13% 상승 '소비침체·풍년'에 하락 전망
농업계 '우선지급금 확대·밥쌀 수입 금지'등 촉구

본격적인 수확기를 맞아 농촌에 '풍년의 역설'이란 먹구름이 다시 드리우고 있다. 5년 연속 태풍이 비껴가면서 올해도 쌀 농사를 중심으로 풍년이 예상되지만 소비침체 등으로 말미암아 농산물값은 오히려 하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이 지난 8월 재개되면서 2차 산업 보호를 위해 우리 농업을 '희생양'으로 삼을 가능성도 있어 농촌은 올해도 위기에 직면했다.

◇쌀값 15만 원 회복에도 깊어지는 농민 시름 = 통계청 자료를 보면 올해 국내 쌀 생산량은 2012년 401만t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400만t 이하인 395만 5000t이 예상돼 가격상승 기대감이 높아졌다. 그러나 농민 실상은 '올해도 풍년농사가 쌀값 하락을 가져오는 역효과를 낼 것'이란 걱정에 무거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올해 벼 재배면적과 1000㎡당 생산량은 각각 75만 5000㏊와 524㎏으로 전년보다 3.1%, 2.8% 감소했다. 최근 5년 평균인 75만 5000㏊, 522㎏에 비해선 같은 수준이거나 소폭 증가한 생산량으로 사실상 풍년 농사를 지었다. 특히 국민들의 쌀 소비감소로 농산물 소비가 갈수록 위축되면서 농업계는 오히려 '풍년의 역설'을 우려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80㎏ 정곡 산지가격은 9월 25일 13만 3348만 원에서 지난 5일 15만 892원으로 13.2% 급등했다. 하지만 올해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작년보다 3㎏ 이상 줄어든 60㎏이 채 안될 것으로 집계돼 '주식'인 쌀의 위상이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에서 보유 중인 쌀 재고물량은 국산 130만t과 외국산 40만t 등 총 170만t 안팎에 이르고, 민간재고도 30만t 정도로 추정돼 햅쌀이 본격적으로 출하되면 쌀값은 하락세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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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및 수매가 둘러싼 진통 예상 = 올해 쌀 생산량 감소 및 가격하락 조짐과 함께 한·미 FTA 개정협상 등에 따른 정부 수매가를 두고 농민단체를 중심으로 반발이 예상된다. 내년 1월 발표되는 정부의 확정 매입가는 수확기(10~12월) 산지 쌀값이 반영돼 결정되는 만큼 쌀값이 하락할수록 수매가는 낮아진다.

농민단체들은 정부의 미흡한 대책 추진으로 쌀값이 수년간 하락하며 생산비·인건비조차도 건질 수 없는 파산지경에 달했다고 주장한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올해 정부의 공공비축 쌀 수매량과 수매가가 최소 100만t, 40㎏ 포대당 5만 원 이상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농연 측은 "정부의 쌀값 회복 의지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며 "11월 중간정산 때 벼 40㎏들이 포대당 4만 5000원을 최저 마지노선으로 정부가 밝힌 대로 물가인상률 등을 감안해 최종 수매가를 5만 1415원까지 올리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정부는 공공비축미 34만t, 해외공여용 1만t, 시장격리곡 37만t을 더해 작년보다 3만t 늘어난 총 72만t의 수매량과 함께 수매가를 작년 수준으로 책정할 것으로 알려져 상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쌀 소비가 줄고 재고가 크게 쌓인 마당에 100만t을 수매하면 수천억 원에 달하는 관리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쌀값 현실화 정책 필요하다 = 예년에 비해 쌀값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현재 80㎏ 쌀값 15만 원은 20여 년 전 가격이다. 때문에 쌀값 현실화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된다. 농업계에서는 쌀값 현실화를 위해서는 미곡종합처리장(RPC) 우선지급금 확대가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홍석 전국농민회총연맹 부경연맹 사무국장은 "농협 RPC가 벼 40㎏당 우선지급금을 5만 원 수준까지는 끌어올려야한다. 경남지역 RPC 우선지급금은 농협중앙회에서 권고한 4만 5000원보다 낮은 3만 6000원에서 4만 2000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목표가격은 쌀 1㎏당 3000원, 80㎏당 24만 원이 돼야 농민들의 노동대가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우리나라가 WTO 규정에 따라 해마다 쌀 40만t을 의무적으로 수입하게 돼 있는데 밥쌀만큼은 수입 대상에서 빼야한다고 말했다.

최 국장은 "농산물 수급 안정을 위해서라도 쌀값 현실화는 반드시 이뤄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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