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삼천포를 요리해 밥 한 끼를 내놓습니다"

'삼천포'를 사랑하는 청년 정현(30) 씨 이야기다. 그는 하얀 앞치마를 두르고 칼을 쥐었을 때부터 고향에서 삼천포 특산물로 특화한 음식점을 내겠노라고 다짐했다. 그래서 고집스럽게 삼천포 앞바다에서 잡아 올린 것을 꼭 내세워 밥 한 끼를 내놓는다.

투명한 얼음 그릇에 담긴 하모물회

물회도 마찬가지. '삼천포맛집 정서방'에서 삼천포산 하모물회를 맛봤다.

투명한 얼음 그릇에 발간 양념장, 아삭함과 쫄깃함이 한꺼번에 어우러지는 시원한 물회 한 그릇을 들이키니 후텁지근한 날씨가 오히려 덕이지 싶다.

사천 와룡산을 마주 보고 자리 잡은 가게는 남해를 잇는 도로와 인접하고 사천대교가 가까이 있어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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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음 그릇에 담긴 전복 물회. / 이미지 기자

특히 삼천포에서 잡히는 여러 해산물로 제철 요리를 내놓는 집이라 계절마다 들르는 재미가 있다.

정 씨는 지난달부터 '하모(갯장어)'를 개시했다. 샤부샤부, 회, 물회를 메뉴로 내놓았다.

"작은아버지가 하모 주낙배를 직접 몹니다. 매일 남해 근해에서 잡아 올린 하모를 직접 공수해 손님상에 내놓지요. 하모 손질까지 배웠어요."

대학에서 요리를 전공한 정 씨는 못 다루는 음식 재료가 없을 만큼 10년간 하얀 앞치마를 둘렀다. 하모 손질만큼은 작은아버지 정명율(58) 씨에게 따로 전수했다. 잔뼈를 잘 발라내면서도 오독오독 씹히는 맛을 살리는 비결은 오래된 뱃일에서 나오는 연륜이라고.

회무침으로 즐기다 국수 호로록, 밥 한술 훌훌

하모물회를 주문했다. 이름 그대로 뼈를 잘 발라 회 친 하모 한 마리가 그대로 올려져 있다. 여기에다 얇게 채 썬 양배추, 적채, 오이, 깻잎, 상추 등 채소에 달콤한 배가 차곡차곡 포개어져 있다. 얼음 그릇이라 속이 훤히 보인다. 발간 육수에 푸른 채소 고명은 식욕을 당기게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시원하게 먹을 수 있도록 얼음 그릇이라는 아이디어를 냈어요. 그릇을 보관하는 것도 만만치 않죠. 바닷가 근처라 냉동창고가 주위에 있습니다. 한 곳을 빌려 넣어두고 있습니다."

우선 정말 시원하다. 얼음이 띄워져 있거나 살얼음으로 육수를 내는 것과 다르게 차가움이 끝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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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게 입구. 사천을 알리는 큰 벽면이 있다. / 이미지 기자

정 씨는 얼음 그릇에 담긴 물회라 먹는 법을 따로 알려준다. 먼저 회무침처럼 즐기기. 젓가락으로 회와 채소를 퍼먹는다. 쫄깃함과 아삭함이 입안 한가득. 무침은 고추장보다 가볍고 초고추장보다 묵직해 따로 요리를 먹는 기분이다. 물회를 회무침으로 즐기다 보면 얼음이 서서히 녹아 양념이 묽어진다. 육수가 점점 맑아지는 이때 메밀면을 넣어 호로록 말아 먹으면 된다. 아니면 뜨끈한 밥 한 공기를 말아 숟가락으로 훌훌 떠먹으면 된다. 면이든 밥이든 좋다. 물회를 주문하면 어느 것이든 함께 먹을 수 있다. 둘 다 먹을 수도 있다.

양념장은 삼천포산 멸치로 우려낸 육수에 고추장, 마늘, 식초로 맛을 낸다. 여기에다 양파, 키위 등으로 감칠맛을 더한다. 양념장은 아주 달콤하거나 새콤하지 않다. 그래서 밥을 말아도 어색하지 않다. 살짝 매운 육수는 '이열치냉'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딱. 이마와 콧등에서 땀은 나지만 속은 시원하다.

전복물회는 하모물회에 전복과 해삼이 추가된다. 14미짜리로 받은 전복 1개를 통째로 올려준다. 뽀도독 씹히는 해산물을 아그작거리니 바다 향이 물씬 풍긴다.

모든 요리에 삼천포산 해산물 넣는 주인장

정서방은 횟집이 아니다. 생선구이 가마솥밥 정식을 주메뉴로 삼는 밥집이다. 곤드레, 굴처럼 제철 음식을 넣은 2인용 가마솥을 내놓는다. 여기에다 고등어, 갈치, 가자미구이가 함께 나간다. 정 씨는 모든 메뉴에 해산물을 꼭 넣는다.

"전어회 정식도 시작했어요. 회와 구이를 한 자리에서 먹을 수 있죠. 사실 횟집에서는 전어구이를 먹으려면 따로 주문해야 합니다. 가격도 비싸지죠. 정서방은 삼천포에서 잡히는 해산물을 접목한 정식 메뉴를 고집합니다. 곧 새우도 선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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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모 물회. / 이미지 기자

정 씨는 외지에서 요리를 배워 고향에서 향토색이 짙은 음식점을 내고 싶었다. 이에 대한 꿈을 이루려고 하나씩 도전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삼천포수산물축제 향토요리대회에 참가해 최우수상을 받았다. 어머니 박길자(55) 씨와 함께 요리했단다. 삼천포맛집 정서방의 모든 밑반찬은 어머니 솜씨다.

지역 어르신도 끔찍이 모신다. 지난 5월 지역봉사단체 백호봉사단(회장 김강호)과 함께 인근 마을에 사는 어르신 400여 명을 초대해 효콘서트를 열고 음식을 대접했다. 그는 연례행사로 이어갈 계획이다.

"삼천포 알리는 향토 음식 개발하고 싶어요"

"삼천포를 대표할 만한 음식이 없어 속상합니다. 통영 하면 떠오르는 충무김밥, 꿀빵처럼 개발하고 싶지요. 더불어 삼천포도 널리 알리고 싶어요. 가게 입구에 사천 관광지도와 팸플릿을 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가게 입구 벽면에는 사천을 알리는 스티커가 크게 붙어져 있고 가게 밖 커다란 텔레비전에서는 사천 홍보 영상물이 흘러나온다.

그가 사천시청을 직접 찾아 공무원에게 사정했단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음식점마다 팸플릿을 두는 게 어떻겠냐고 말이다. 그는 영상도 직접 받아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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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회 한 상. / 이미지 기자

"나이가 어린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느냐고 묻는 분들이 있어요. 오래전 꿈을 이루는 과정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래서 식당을 운영하면서도 늘 구상합니다. 삼천포 막걸리를 개발하면 좋을까, 무엇을 만들어야 할까 하면서요."

음식점 입구에는 그의 얼굴을 그린 캐리커처가 크게 내걸려있다.

고향 어르신들이 "정서방 정서방" 불러주길 바라는 마음에 '삼천포 맛집 정서방'이라는 간판을 내건 정 씨. 삼천포를 사랑하는 청년의 열정이 오늘도 누군가의 밥심이 된다.

<메뉴 및 위치>

메뉴 △하모 물회 1만 5000원 △전복 물회 1만 7000원 △생선구이 가마솥밥 정식 1만 2000원 △황제해물조개샤브샤브 2만 원

위치: 경남 사천시 진삼로 269(신벽동 527)

전화: 055-835-5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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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장 정현 씨. / 이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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