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천 복개 구조물 보수 공사를 하던 노동자 3명이 급류에 휩쓸려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비 예보가 있음에도 공사를 진행하고, 복개천 내부 작업자들에게 바깥 상황을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일어난 참사다. 이와 별개로 왜 불과 30㎜ 정도의 집중호우에 거의 메말라 있던 양덕천이 순식간에 사람을 속절없이 쓸어가버리는 곳으로 변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인구가 다소 줄더라도 갈수록 도심지는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그 중 대부분은 시멘트나 아스팔트로 도배되고 있다. 시멘트나 아스팔트는 물을 머금는 기능이 전혀 없다. 따라서 도심에 비가 내리면 모든 물이 배수로로 쏠리게 되고 배수로에 쏟아진 물은 곧바로 하천으로 몰린다. 다음으로 하천은 최근 거듭된 하천 개발사업으로 직선화돼 있으며, 하천조차 시멘트나 네모반듯한 돌들이 대부분이다. 이로 인해 하천에 쏟아진 물은 거침없이 하류로 직행한다. 그 결과 비가 내리면 하천은 순식간에 범람할 정도로 불어나고, 몇 시간 후에는 바닥을 보일 정도로 수량이 급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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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자면 우리나라 도시는 빗물을 조금이라도 붙잡아 주는 요소가 전혀 없는 셈이다. 만약 농촌이었다면 어땠을까? 내린 빗물 중 상당수는 땅에 스며들었을 것이고, 더러는 논이나 저수지로 흘러들었을 것이다. 대부분이 하천에 흘러갔다고 하더라도 구불구불한 하천을 돌면서 운동에너지가 줄어들었을 것이고, 하천 내 모래톱 등으로 빗물의 속도는 현격히 느려졌을 것이다.

네모반듯한 도시는 보기 좋고 살기 편한 곳이다. 반면 불과 수십㎜의 폭우에 하천범람을 걱정하거나 인명 피해를 우려해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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