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거래로 합리적인 집 구하기가 활성화되길"

집을 떠나 멀리 있는 대학에 진학하면서 '자취방 찾기'를 시작했다. 0여 년 전 처음 자취를 할 때는 그저 '학교와 가까우면 된다'며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계약했다. 그리고 원룸, 고시원, 기숙사, 오피스텔 등을 전전하는 자취방 찾기는 현재진행형이다. 10여 년 전과는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부동산 전문 사이트, 어플리케이션이 등장하면서 직접 발품을 팔지 않아도 방을 살필 수 있는 수단이 많이 등장했다. 그러던 중 눈에 들어온 게 '콕방'이다. 경남 진주에서 등장한 콕방은 원룸 위주의 '자취방' 매물을 소개하는 곳이다. 유사 업체들과 차별화된 '부동산 직거래'라는 아이템을 내세우는 게 특징이다. 기존 공인중개사무소부터 먼저 시장에 들어선 기업들까지. 결코 만만한 시장이 아니다. 새로운 도전을 하는 콕방, 윤태웅(32) 씨를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윤태웅 씨는 현재 진주에서 공인중개사로 활동하고 있다. 삼십 대 초반의 그가 부동산중개업에 뛰어든 건 3년째. 공인중개사의 업무는 어떤 것일까.

"일반인들에겐 부동산을 대신 홍보해주는 정도의 업무로 인식될 거 같네요. 안전한 부동산 투자·거래를 돕는 역할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윤 씨가 처음부터 부동산중개업을 시작한 건 아니다. 이전에는 미용업에 몸담았었다고 한다. 직업을 바꾼 건 왜일까.

123.jpg
▲ 콕방 윤태웅 씨. / 이종현 기자

"고교 시절부터 한 게 미용입니다. 성인이 돼 처음 한 것도 미용이고요. 그런데 남자가 미용사를 하다 보니 부딪히는 부분이 많더라고요. 과거보다는 적어졌다지만, 여전히 그런 게 있어요. 그래서 진로를 바꾸게 됐습니다."

미용사를 그만둔 뒤 곧바로 부동산중개업에 뛰어든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개인 사업을 했어요. 프랜차이즈 업체를 운영했죠. 하지만 그것도 적성에 맞지는 않더라고요. 결국 새 직업을 찾는데, 미용만 하던 제가 할 수 있는 걸 찾으니 부동산중개업이 눈에 띄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부동산중개업을 시작한 그. 남해 출생의 그가 진주에서 공인중개사로 활동하는 것은 진주에서 대학을 다녔던 연이라고 한다.

"공인중개사는 프리랜서라고 보시면 됩니다. 당연히 처음엔 어려웠죠. 공부를 많이 했다곤 하지만, 공부보다는 경험이 중요한 곳이니까요. 첫해는 거의 실적이 없었습니다. 실적이 없었단 건 수익이 없었단 거고요. 이제는 한 명 몫을 하고 있습니다."

콕방 창업

진주에서 등장한 콕방. 콕방은 윤태웅 씨와 진주에서 활동하는 공인중개사 동료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기업이다. 전국구 부동산 사이트, 애플리케이션이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상황인데 지역에서 새로운 도전자가 나왔다는 게 흥미롭다.

"다른 업체와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근본부터가 다릅니다. 콕방은 엄연히 말하면 '부동산 광고업체'입니다.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시켜 주는 공간이라고 보시면 돼요. 저희도 공인중개사가 매물을 올리는 경우도 있지만. 건물 주인이 직접 매물을 올리고, 수요자가 직접 매물을 찾도록 하는 환경을 만드는 게 콕방입니다."

123.jpg
▲ 콕방 윤태웅 씨. / 이종현 기자

콕방과 같은 형태로 인터넷을 이용하는 부동산 사이트를 '부동산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혹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결하는 전반의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다. O2O 서비스라는 명칭에 맞게 콕방은 웹사이트나 지도를 통해 매물을 확인할 수 있다.

"지도에서 부동산을 띄워 정보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건 최근에 등장한 기술이 아닙니다. 꽤 이전부터 쓰였죠. 단순히 같은 서비스를 지역을 거점으로 삼아 승부해봤자 별 승산은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준비 한 게 '직거래'와 'QR코드'입니다. 차별성을 두고, 충분히 경쟁력 있는 내용이다 싶어 뛰어들었습니다."

직거래와 QR코드

콕방은 '직거래' 매물을 중점으로 한다. 물론 시장에 먼저 진입한 업체들도 직거래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매물이 직거래보다는 공인중개사를 통한 매물이다. 콕방은 공인중개사를 통한 매물보다는 직거래를 강화했다.

"진주는 교육도시입니다. 경상대, 과기대, 연암공대, 보건대 등. 인구에 비해 대학이 많은 편이죠. 그 학생 중 태반은 외지에서 온 학생입니다. 자연스레 원룸 수요자가 많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이다 보니 비교적 저렴한 매물을 찾는데, 10만 원 정도 하는 공인중개사 중개료가 무척 크게 느껴집니다. 이 중개료는 건물주와 직접 거래를 하면 절약할 수 있는 돈이에요. 주요 수요자가 학생이라는 점이 저희가 직거래에 중점을 두게 된 원인입니다."

주요 수요자들이 학생들이기에, 많지 않은 중개료라도 절약할 수 있도록 직거래를 선택했다는 윤 씨. 실제 콕방의 매물 대부분은 학생들이나 사회초년생들이 접근하기 편한 '원룸' 형태다.

123.jpg
▲ 콕방에 매물을 등록한 건물에 부착하는 콕방 QR코드. / 이종현 기자

"직거래 방식의 원룸 거래에 대한 특허를 냈습니다. 원룸은 건물에 문제가 생겼을 때 '소액임차인'의 경우 최우선 변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당연히 문제가 생기지 않아야겠죠. 하지만 본인이 조심한다고 하더라도 건물주에게 의도치 않게 문제가 생길 수도 있을 텐데. 이럴 경우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서울특별시 1억 원,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8000만 원, 광역시 6000만 원, 기타 지역 5000만 원을 소액임차인으로 정하고 있는데요. 진주는 기타 지역으로 보증금 5000만 원 이하인 부동산은 최우선 변제 대상입니다."

콕방의 또 다른 경쟁력은 QR코드다. 콕방에 등록된 건물에 QR코드를 부착해, 방 내부의 모습이나 건물주의 연락처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아이디어가 가미됐다.

"방을 보러 다닐 때 공인중개사와 함께 보는 경우가 많은데요. 공인중개사가 안내해 주다 보니 편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실제 자신이 원하는 방을 찾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공인중개사가 추천하는 방과 자신이 원하는 방이 다를 테니까요. 그렇다고 공인중개사에게 건물주의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하기도 어렵고. 그래서 수요자가 직접 건물주의 연락처를 알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이걸 위해 QR코드 이용 관련 특허도 내놨습니다."

상당히 획기적인 아이디어지만 최근에야 도입했기에 아직 콕방의 QR코드가 부착된 건물은 많이 없다고 한다.

"부동산 광고 업체라고 말씀드렸었는데, 결국 얼마나 많은 건물주 분들이 콕방에 매물을 등록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이걸 위해서 직접 만나 설득도 하고, 광고도 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진 못했어요. 그래서 지금은 수요자를 모으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수요가 집중된다면, 공급도 자연스레 따라올 거라고 생각해요."

아직은 걸음마 단계, 점차 성장할 것

부동산 O2O 업계의 선발주자 격 기업은 최근 직거래를 중단하겠다고 나섰다. 직거래 서비스는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콕방은 정면으로 맞섰다.

"해당 업체의 경우에 어땠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콕방에 등록되는 매물은 일반인이 허위매물을 올린다든지 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매물 등록 시 저희 직원들이 모두 확인을 하니까요. 수요자들에게 보이는 매물들은 모두 검증된 매물이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직 완전히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듯하다. 콕방을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그리고 매물을 등록한 공급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을까.

123.jpg
▲ 콕방 윤태웅 씨. / 이종현 기자

"이제 출발 선상에 있는 기업이다 보니 미흡한 점이 많을 수 있습니다. 점점 보완해나갈 생각입니다. 진주 지역의 학생들을 주요 수요자로 생각하고 만든 서비스입니다. 직거래로 중개료를 없애고, 직접 건물주와 연락하고, QR코드를 통해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방을 둘러볼 수 있게 하는 등. 이렇게 소비자를 위해 만든 건 공급자인 건물주들에게도 매력적일 겁니다. 건물주 역시도 중개료를 내니까요. 학생들과 직접 만나서 계약을 한다면 중개료를 절약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콕방 활성화를 통해 공실률이 떨어지게 될 겁니다. 그걸 위해 경상대와 제휴를 맺기도 했습니다. 수요자가 많이 찾아 공급자들의 활발한 참여하는 서비스로 거듭나도록 하겠습니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당연히 어려운 점도 있을 터다. 당면한 어려움은 무엇인지 물었다.

"역시 자본이 문제입니다. 저희끼리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 홍보도 해봤지만. 효과가 미미한 게 사실입니다. 어떤 아이디어를 내거나 홍보를 하더라도, 최소한의 투자비용은 발생하기 마련이니까요. 중개료를 아끼는 걸 전체적으로 본다면, 엄청나게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당장 협약을 맺은 경상대학교만 하더라도 재학생이 1만 5000여 명 정도입니다. 그중 학교 인근에서 자취 생활을 하는 학생들은 1만 명 이상일 겁니다. 이들의 중개료를 10만 원으로 잡아도 연간 10억 원이에요. 이 돈을 아껴 각자를 위해, 혹은 지역 상권에서 소비된다면 큰 변화가 있을 겁니다. 학생을 위해서도, 지역을 위해서도 좋은 서비스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