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본부가 아프리카 튀니지에서 지적 한류바람 일으킬 것"

드라마, 음악, 패션, 화장품 등 다양한 장르에 '한류'가 붙는다. 그런데 지적시스템도 한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실제로 세계 여러 나라에 지적 한류를 뿌리내리고 있는 곳이 한국국토정보공사(LX)다. 특히 경남지역본부는 지역본부 최초로 아프리카 튀니지에 지적시스템을 수출한다. '한국국토정보공사'라는 명칭은 왠지 생소하다. 그러나 옛 대한지적공사라고 하면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39년간 대한지적공사라는 이름으로 지적 측량 서비스를 제공했던 한국국토정보공사가 새롭게 태어난 지 2년이 됐다. 두 돌을 맞아 유은상(58) 한국국토정보공사 경남지역본부장으로부터 공사의 역할과 책임을 들어봤다. 작은 체구에 가르마를 반듯하게 탄 유 본부장은 기자를 반갑게 맞았다. 한 시간 반가량 인터뷰 내내 공사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묻어났다.

종합 국토정보 관리기관

한국국토정보공사의 뿌리를 따라가면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938년 당시 '조선지적협회'라는 재단으로 출범한 공사는 해방 이후 대한지적협회로 개칭했다.

1977년 대한지적공사라는 이름으로 명칭을 바꾼 공사는 40년 가까이 국민 토지재산권 보호와 효율적 국토관리를 위한 지적 분야에 큰 역할을 해왔다.

대한지적공사라는 명칭이 한국국토정보공사로 바뀐 데는 기술 발전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과학 기술의 발전은 인공위성으로 정확한 거리와 땅 모양 측정을 가능하게 했다. 드론은 사람이 갈 수 없는 곳의 공간정보까지 수집할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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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은상 한국국토정보공사 경남지역본부장. / 김구연 기자

측량 기술의 발전으로 기존 토지정보에 공간정보와 행정정보를 더한 높은 수준의 종합 국토정보 수집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에 공사는 국토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기관으로 거듭나게 됐다.

공사는 현재 전국 12개 지역본부와 172개 지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4000여 명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경남지역본부는 19개 지사를 두고 있고 직원 360명이 근무하고 있다.

"지적측량은 그동안 개인의 재산이나 국가 사회간접 자본 등 대단위 사업을 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습니다. 명칭이 바뀌면서 추가된 공간정보 사업은 지하, 지상, 공중에 있는 모든 정보를 융복합해 국민이 활용할 수 있게끔 제공하는 것입니다."

본부 최초로 해외사업 수행

공사 업무는 크게 지적측량사업, 공간정보사업, 지적재조사 사업, 해외사업 등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경남지역본부 역시 네 가지 영역 업무를 고루 수행하고 있다.

유 본부장은 종합 국토관리로 나아가려면 가장 기본이 되는 작업이 지적재조사라고 했다. 사람에게 호적이 있듯이 땅 역시 모양, 크기, 경계 등을 기록한 정보, 즉 지적이 있다. 지적은 땅의 호적이라고 볼 수 있다.

"지적은 효율적인 국토개발을 위해 가장 중요한 기초자료인데,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지적도는 부정확한 부분이 많습니다. 그동안 실제와 오차가 큰 부분이 많아 토지분쟁 등 사회적 갈등도 일으켰어요. 새로운 기술과 장비로 최첨단 디지털 지적을 만들고자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적재조사 사업은 정부가 2030년까지 1조 300억 원을 들여 진행하는 국책사업이기도 하다. 경남지역본부는 올해 38개 지구 7867필 지적재조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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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은상 한국국토정보공사 경남지역본부장. / 김구연 기자

특히 경남은 섬이 많아 장기적인 플랜을 갖고 지적재조사를 진행 중이다. 드론, GPS 등을 활용해 과거 측량기술이 부족해 빠뜨린 섬을 등록하고 위치와 모양이 다르게 등록된 섬들도 바로 잡아가고 있다.

이와 함께 접근이 어려운 섬에 어떤 희귀한 동식물이 살고 있는지 생태계를 조사하는 작업도 수행하고 있다. 환경 생태계 관리에 이용할 수 있도록 드론으로 동영상을 촬영하는 것이다.

마을흔적 남기기 사업 역시 사명이 바뀐 후 새롭게 추가한 업무다. 이는 마을이 사라지기 전에 마을 모습을 영상 콘텐츠로 만들어 보관하는 사업이다. 시범적으로 의령군 등 홍보물을 만들기도 했다.

김해시와 MOU를 체결해 김수로왕릉과 수로왕비릉을 3D로 측량, 스캔해 영상으로 복원하는 작업도 했다. 이 기법을 활용하면 문화재, 교각 등 시설물을 보존하고 안전 진단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지역본부 최초로 우리나라 토지관리 시스템을 수출하는 사업을 수행한다.

경남지역본부는 2018년부터 3년간 북아프리카 튀니지에 토지정보관리시스템 구축사업을 맡았다. 해외사업은 그동안 본사에서 진행해왔는데 지역본부가 진행하는 것은 경남이 처음이다. 이 사업은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공적개발원조(ODA: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하나로 진행하며 총 사업비는 약 600억 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열정으로 꽃피운 새로운 기회

1978년 입사한 유은상 본부장은 39년째 외길 지적인생을 살고 있다. 항상 한발 앞선 생각으로 선도적인 업무를 이끌어왔다.

대표적인 업무가 2004년 디지털 측량방식 도입 후 이에 걸맞은 업무혁신안을 마련한 것이다.

"모든 정보가 전자문서로 전환하는 등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공사는 디지털 측량을 도입하고도 3~4년간 기존 방식을 고수했습니다. 예를 들면 결재를 할 때 내용을 종이로 인쇄해 도장을 찍는 아날로그 방식을 고집한 겁니다. 2007년 경기지역본부에 있을 때 T/F팀에 들어가 개선안을 만들고 측량 수수료 체계 등 세세한 부분까지 하나하나 바꿔나갔습니다."

경남지역본부가 지역본부에서 최초로 해외사업을 맡게 된 것도 유 본부장의 '열정'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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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은상 한국국토정보공사 경남지역본부장. / 김구연 기자

"본사에서 튀니지에 해외사업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가 해보겠다고 먼저 제안했습니다. 튀니지 정부는 대한민국의 공공기관인 'LX 한국국토정보공사'라는 브랜드를 신뢰했기 때문에 지역본부가 사업을 수행한다는 점이 걸림돌이 되지 않았습니다. 본사 인력이 부족한 영향도 있었고, 무엇보다 적극적으로 해보겠다고 하니 선뜻 맡겨줬습니다. 지금은 다른 지역본부에서 부러워합니다."

이번 튀니지 사업 도전에는 나름의 계산이 깔렸다. 바로 국내 민간 기업에 새로운 도전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다.

"민간 기업과 함께 해외사업을 진행할 예정인데, 경남지역에는 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업체가 없습니다. 그동안 지역에서 지적시스템 수출 사업을 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대규모 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자연스레 관련 산업과 기업도 발전할 수 있다고 봅니다. 튀니지 토지정보관리스템 구축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된다면 국내 기업이 튀니지 정부와 다양한 사업을 펼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할 수 있어 의미가 있습니다."

40년 가까운 세월을 돌아보던 그는 자신이 쌓은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싶다고 했다. 후배들이 앞으로 잘 나갈 수 있도록 퇴직 후에도 뒤에서 자문 역할을 할 생각이라고 했다.

"지적측량이라는 단순한 업무만 하다 보면 새로운 업무를 개척하는 게 어렵습니다. 후배들이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과제를 만들어서 조직도 발전하고 국민 삶의 질도 향상시키는 것이 제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아무리 뛰어난 인재도 3년만 지사에서 바쁘게 지내면 옛날 선배들과 생각이 같아집니다. 이런 폐단을 막고자 인사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점이 열심히 하는 직원에게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끊임없이 발전하는 LX 될 것"

격동의 시작에 본부장을 맡은 유은상 본부장의 각오는 남달랐다. 2015년 12월 경남지역본부장으로 취임한 그는 무엇보다 변화에 대한 의지와 열정을 강조했다.

"한국국토정보공사로 새 출범 이후 공사는 지적이라는 한정된 틀을 벗어나 국토의 모든 정보를 관리하는 종합 국토관리 거점으로 변화했습니다. 또 현재 국내라는 무대를 넘어 해외로 외연을 확정하고 있고요. 이런 변화의 중심에 경남지역본부가 설 수 있도록 전 직원의 공간정보 전문화를 독려하고자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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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은상 한국국토정보공사 경남지역본부장. / 김구연 기자

특히 내년에 수행할 튀니지 토지관리 시스템 구축 사업이 직원들에게 큰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이 요구하는 서비스 질은 날로 높아지고 있는데 이를 따라가려면 우리가 더 공부하고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합니다. 튀니지 사업에 관심 있는 직원들이 많습니다. 그들에게 불어를 배우라고 조언하기도 했어요. 직원들이 더 넓은 세상에서 견문을 넓히고 경험을 쌓는 기회가 될 겁니다."

마지막으로 도민들에게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한국국토정보공사는 국민이 쉽고 편리하게 공간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이 결실을 볼 수 있도록 많은 사랑과 관심을 보내주길 바랍니다. 국민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공간정보 산업에 선도적 역할을 하는 기업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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