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도 살아갈 수 있는 세상 필요합니다”

임진태(49) 경남소상공인연합회장은 초대 창원시 소상공인연합회장으로 제2대 회장까지 역임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제2대 경남 소상공인연합회장에 취임했다. 강원도 횡성군 출생으로 창원에 연고나 학연, 지연도 없는 임 회장은 자신을 근면한 강원도 촌사람이라 소개한다. 그는 "근면했고,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다. 이제는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한 명의 임원으로 깨끗하게 살아가고자 한다"고 한다. 임 회장은 이번 19대 대선을 지켜보며 "경남에는 소상공인과 그들의 가족을 합하면 120만 명에 이르는 도민들이 있다. 그들도 함께 살 수 있는 경남, 소상공인도 잘살 수 있는 경남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제일 먼 버스표 주세요."

강원도 횡성군 출생인 임 회장은 고등학교 졸업 후 군대에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은 사람이다. 유선병 보직을 받은 그는 병과 주특기로 배운 전기·전자에 관한 교본을 기본으로 이 자리에 올랐다. 그가 운영하는 조명기기 회사인 비엔에스는 그가 군대에서 배운 전기·전자가 기반이 돼 설립된 회사다. 지금은 전기공 사업뿐 아니라 실내건축사업도 함께 하고 있다. 이 밖에 태영 휘트니스도 함께 경영 중이다.

창원에서 성공한 삶을 사는 임 회장이 창원과 연이 닿은 것은 다단계사업에 뛰어든 자신에 대한 자책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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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진태 경남소상공인연합회장. / 박일호 기자

군 제대 후 공장에 취직한 임 회장은 부지런한 회사 생활로 입사 1년 만에 3년 차 선배들과 급여가 같을 정도로 성실한 노동자였다. 하지만 군대 동기의 권유로 임 회장은 다단계 시장에 발을 들였다.

다단계 판매에 뛰어든 그는 사람들 앞에서 제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면서 6개월 만에 사장직에 올랐다. 누구보다 빠르게 사장 자리까지 오르며 자신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성공을 자축하기도 했다. 성공을 자부한 삶이지만 자신이 다단계를 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은 그는 방황했다.

그러다 수원버스터미널에서 매표소 직원에게 "여기서 제일 먼 버스표 한 장 주세요"하고 받아 든 버스표가 마산행 버스였다. 그렇게 마산에 내려온 그는 1주일 정도 마산을 돌아본 뒤 다시 수원으로 향했다.

수원에 돌아가 다단계 생활을 정리한 그는 다시 일반 노동자로 살아가다 마산에 있던 인연으로부터 연락 한 통을 받고 마산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나 제2의 삶을 시작한다.

부지런함으로 IMF 위기를 기회로 만들다

보증금 100만 원, 월세 12만 원의 사글셋방에서 마산 생활을 시작한 임진태 회장은 전기공사업체에 취직해 가정을 꾸렸다. 그러나 1997년 IMF가 발생하면서 직장을 잃고 생활고로 힘겨운 마산 생활이 이어졌다. 일용직 노동자로 생활을 하던 그는 주어진 일 외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열심히 했다. 부지런함 때문일까? 임 회장을 찾는 용역업체가 늘어났다.

일용직의 고단한 삶을 살던 그는 지인 소개로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성산아트홀 신축 현장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잡았다.

성산아트홀 준공 후 그가 쓸 수 있는 재산인 800만 원으로 그는 사업에 발을 내디뎠다. 작은 사무실 한 칸과 1톤 중고 트럭 하나로 그는 실내 인테리어와 주택 전기공사 등을 의뢰받아 사업을 시작했다. 쉬는 날 없이 일에 매진한 임 회장은 1년 만에 전기공사업과 소방공사업, 실내건축공사업을 등록했고 두산중공업 두바이 현장 해외공사까지 수주했다. 기술력과 성실함을 인정받은 임 회장은 세 개의 공사를 더 수주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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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진태 경남소상공인연합회장. / 박일호 기자

임 회장은 "부단히 노력해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 그래서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지역에서 자리를 잡은 뒤에는 지역민에게 받은 감사함을 봉사활동으로 보답하고 있다.

"연고도 없는 지역에 내려와 희망을 품고 살아왔지만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주변의 도움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큰 도움이 아닐지언정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제겐 행복이고 즐거움입니다."

"경남소상공인연합회는 소상공인의 행복에 앞장서야"

지난해 경남소상공인연합회장에 취임한 뒤 임 회장은 자신과 약속을 정했다. 우선, 회비는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이 첫 번째 약속이다. 서울 출장이 잦지만 임 회장은 단 한 번도 회비를 사용하지 않았다. 식비도 사비로 모두 충당하고 있다. 별다른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스스로 부끄럽지 않기 위함이다.

또 하나는 소상공인 복지정책 구축이다.

최근 경남소상공인연합회는 소상공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경남소상공인연합회가 다양한 업체와 업무협약을 추진 중이다. 화상 전문병원과 협약식을 맺는가 하면 창원문화재단과도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 밖에 NC다이노스를 비롯한 다양한 사업체와 업무협약을 맺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은 소상공인의 권리를 신장하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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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진태 경남소상공인연합회장. / 박일호 기자

"뮤지컬이나 병원 진료를 볼 때도 기업체 임직원은 혜택을 받는 데 반해 소상공인은 그런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이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업무협약을 맺는다면 소상공인뿐 아니라 다른 사업체도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봅니다."

더불어 임 회장은 최근 경남은행과 우리은행, 기업은행 등과 '우리끼리카드'를 만들려고 준비 중이다. '우리끼리카드'는 대기업 임직원이 누리는 다양한 복지혜택을 경남 소상공인도 누릴 수 있는 카드다.

"카드가 만들어지면 소상공인에게도 새로운 혜택이 늘어나 좋고 은행은 은행대로 카드값이 발생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게 윈윈이겠죠?"

문재인 정부 출범, 소상공인 처우 개선에 기대

임 회장은 이번 대선 후 소상공인에 대한 처우 개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중소기업청이 중소기업벤처부로 승격하면 더 전문적인 소상공인 지원이 가능하다는 견해다. 부 내에 소상공인지원단이 생기면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 소상공인들이 행정상 문제로 걱정하는 것을 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소상공인을 전담하는 공무원이 매우 부족합니다. 경남도에는 소상공인을 전담하는 공무원이 사실상 없다고 봐도 됩니다. 소상공인이 도청에서 한 번 이야기하려면 수차례 자리를 옮겨야 해요. 자연스레 도청에 가는 소상공인이 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들어주고 취합하고 결정하는 부서 하나쯤은 신설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임 회장은 소상공인연합회가 19대 대선을 앞두고 각 정당 대선후보에게 제시한 10대 과제 중 소상공인 사전 영향 평가제 시행을 최우선으로 정부에서 진행해야 할 정책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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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진태 경남소상공인연합회장. / 박일호 기자

"대형쇼핑몰이 들어설 수는 있지만 그 시장이 너무 과합니다. 지역 소상공인과 소비자들은 대형 쇼핑몰 없어도 그간 유대가 잘 돼왔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골리앗 격인 대형쇼핑몰에는 편의시설과 주차시설 등이 있고 포인트 제도를 통해 소상공인들의 상권을 앗아갔습니다. 뉴욕에는 대형마트가 하나도 못 들어가고 있어요. 월마트가 들어가려고 애썼지만 민관회의에서 월마트 들어갔을 때 뉴욕 소상공인들이 입을 매출 피해를 사전영향평가해서 불허했습니다. 소상공인과 골목상권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최근 39사단부지에 신세계 스타필드 입점 소식이 전해지면서 경남소상공인연합회도 바빠졌다. 임 회장은 신세계 스타필드 입점은 곧 전통시장 붕괴와 소상공인들의 먹거리 확보에 빨간불이 켜진다는 점에서 반대 의사를 밝혔다.

"김해에 신세계백화점이 들어서면서 소상공인들이 많이 힘들어졌습니다. 인근 지역에 그런 일이 발생했는데도 창원시가 신세계 스타필드를 추진하는 것은 소상공인을 신경 쓰지 않는 기분이 듭니다. 스타필드가 들어서면 반경 5㎞ 문제가 아닙니다. 인근 전통시장은 물론 마산, 진해 사람들도 스타필드에 갈 것으로 보이는데, 지역을 죽이는 일이 될지도 몰라요."

임 회장은 대형쇼핑몰과 견주고자 전통시장 편의시설 확충에 나서는 데 대해서도 "전통시장 편의시설 확충은 필요한 사안이긴 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골목상권이 대기업에 잠식되지 않았다면 많은 예산이 해마다 쓰일 필요도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또 소상공인 대출 형평성도 개선해야 할 문제로 내다봤다.

"자영업자 30%는 외제 차 타고 먹고사는 데 불편함을 못 느낍니다. 근데 그런 사람들이 소상공인 대출 혜택을 받는 사회가 지금이에요. 3% 이자를 1%로 받는 그들과 대조적으로 정말 대출이 필요한 사람들은 신용등급이 높지 못해 대출을 받지 못합니다. 정작 대출이 절실한 사람들이 대출을 받지 못한다면 소상공인 대출은 의미가 없는 것 아닐까요. 소상공인 대출금 시행 정책도 고민해봐야 할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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