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업자 뿐 아니라 시민에게 바다를 돌려줘야 합니다”

방태진(55) 청장은 지난 2월 제39대 마산지방해양수산청장으로 취임했다. 미국 유학, 국제기구 FAO(세계식량기구) 파견, 청와대 근무 등 화려한 이력이 눈에 띈다.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경남 바다를 어떻게 가꾸고 싶은지 직접 계획을 들어봤다.

"경남 바다 해양도시 만들기 좋은 조건"

방 청장은 1993년 해양수산부에 입사한 후 20여 년 일했지만 지방청 근무는 처음이다. 주로 법과 정책을 만드는 일을 하다 직접 현장을 둘러본 소감은 어떨까.

"아무리 잘 만든 정책이라도 현실성이 없으면 좋은 정책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평소에도 법과 정책이 현장에 어떻게 접목되는지 관심이 컸습니다. 취임 이후 통영을 중심으로 둘러보고 있는데 과연 이 바다가 도민들 가슴 속에 스며드는 공간인가 의문이 들었어요. 도민이 바다를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할 정책을 찾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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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태진 마산지방해양수산청장. / 박일호 기자

그는 통영에서 본 죽방멸치를 예로 들며 어종 관리 인식은 평생이 걸리더라도 바꿔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마산, 통영처럼 좋은 조건을 가진 바다에 물고기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물고기 먹이가 돼야 할 새우, 멸치를 사람이 다 먹어버리니 고기들이 먹을 게 없어요. 미국은 물개가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청어를 잡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어업수익보다 관광수입이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에요. 어린 고기 보호를 위해 명태살로 고급 어묵을 만든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방 청장은 해양자원 관리를 포함해 마산해수청 역할을 세 가지로 구분했다. 나머지 두 가지는 수질관리와 공간관리다. 이중 공간관리를 특히 강조했다.

"좁은 땅에서 압축성장을 하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공간관리라는 개념이 생소한데 해양 중심 공간관리는 꼭 필요합니다. 모나코처럼 유명한 해양도시를 가보면 해변에서 육지를 바라볼 때 풍경화나 수채화처럼 느껴집니다. 부임 이후 경남을 둘러보니 오밀조밀한 리아스식 해안이 많아 아름다운 해양도시를 만들기에 좋은 조건을 갖고 있었어요."

앞으로 바다가 더욱 발전하려면 이 세 가지 역할을 새로운 산업과 접목해야 한다고 했다.

"수질은 깨끗하게 관리하는 차원을 넘어 바다를 힐링 공간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자원 역시 먹을거리로만 이용했던 생물자원에서 특정 성분을 추출해 신물질을 만들고, 광물자원은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이용하도록 전환해야 해요. 공간은 관광과 접목해 하나의 산업으로 키워나갈 수 있습니다."

물동량 유치로 배후산업 활성화 기대

바다 정취를 가꾸는 일 만큼이나 기존 항만산업 활성화도 중요하다. 이밖의 해양 현안에 방 청장은 어떤 의견일까.

그는 먼저 물동량을 높이려면 다른 항만으로 가는 물동량을 어떻게 가져올 것인가보다 순수 물동량 확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상공인들과 머리를 맞대 물동량 증가를 위해 어떤 요소가 필요한지, 어떤 규제를 해제하면 혹은 인센티브가 주어지면 활성화할 수 있을지 의논할 계획입니다. 가시적인 성과로는 부산 르노삼성 자동차 3만 대가 가포신항을 통하고 있어요. 중국으로 가는 창원공단 물량도 유치했습니다. 한러 협정으로 극동지역에 가공공단을 만들고 그 물량을 유치하는 방법 등 다양한 구상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환경단체는 물동량 미달을 이유로 가포신항 조성을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방 청장은 비판 여지가 있으나 이미 만들어진 시설이니 잘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가포신항을 계획할 때 당시 경제지표를 기준으로 예측했으나 예상치 못한 이유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저유가 등 세계적인 경기불황으로 물동량이 정체한 상황이지만 조선 경기가 바닥을 쳤다고 하나 곧 반등할 것으로 기대되며 연쇄적으로 창원공단 가동률이 높아지면 문제가 해결될 겁니다."

그는 창원시가 해수부에 항만 배후단지 지정 반납 의견을 내놓은 가포신항 배후단지 역시 같은 시각에서 시 결정이 섣불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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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태진 마산지방해양수산청장. / 박일호 기자

"창원시는 당장 사업비 때문에 반납 의사를 밝혔겠지만 넓게 보면 지금 기능을 유지하며 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방법적으로 매각대금을 회수할 대안을 찾거나, 단기적 사업비를 마련하는 방법도 있어요. 시가 우려하는 만큼 상황이 나쁘지 않으니 종합적으로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남도와 마찰을 빚은 진해항과 마산항 통합관리는 반드시 필요하며 이르면 이달 안에 통합관리 안을 완성할 수 있다고 했다.

"진해항과 마산항은 같은 수계로 통합관리하면 항만 기능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할 수 있고, 특히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진해항 개발을 더욱 적극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통합관리 시스템이 구축되면 부산 BPA(부산항만공사)처럼 관리회사를 만들어 운영하는 방법도 있어요. 그러나 완벽하게 운영 시스템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는 데는 긍정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바다보다 산과 친했던 부산 사나이

방태진 청장은 본적이 서울이지만 부산에서 자랐다. 지금은 해양분야 전문가로 큰 그림을 그리는 그지만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 바다와 특별한 추억이 없었다.

"마산도 마찬가지지만 부산은 산의 도시입니다. 지금처럼 해수욕장이 잘 갖춰지지도 않아 바다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해양수산부에 들어간 후 '다 받아주는' 바다 매력에 빠졌어요."

그는 집안의 재수 압박을 피해 부산 수산대학교(현 부경대) 해양학과에 진학했다. '용의 꼬리보다 뱀의 머리가 되겠다'고 뱉은 말에 책임을 지고자 고등학생 때 하지 못한 공부에 매진했다. 대학 졸업 후 전공과는 다른 공사(公社)에 취업하였으나, 뒤늦게 배움의 재미에 빠진 그는 주경야독으로 직장생활 중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문제는 입사 후다. 초임 때 유난히 기름유출 사고가 자주 발생한 탓에 기름 사고 전담반이 만들어졌다. 당시 국제법규를 아는 사람이 없던 터라 급하게 업무를 습득할 담당자를 뽑았는데 방 청장이 낙점됐다. 이후 1995년 큰 바다 사고 3개가 연달아 발생했다. 여수에서는 약 5000t 기름이 유출됐고, 통영에서는 사상 최악의 적조로 수백억 원 피해가 발생했다. 조개류 독소 위험을 처음 발표한 것도 이때다. 방 청장은 최전방에서 수습을 맡았다.

이후 업무처리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해양 관련 법, 정책 업무를 담당하다 2001년 미국 유학길에 오른다. 워싱턴대학교 해양정책학과 석사과정을 마친 그는 돌아와 해양환경에 대한 입법작업과 공단설립을 완료하고 통상전문가로 입문했다. 이를 바탕으로 국제기구 FAO(세계식량기구)에서 일을 하고 2010~2013년 청와대에서 근무한다.

국장으로 승진하고서는 대한민국 건국 이후 처음으로 수산기본법과 수산물유통법을 제정해 수산업 발전에 초석을 마련했다.

"이후 자원분야로 자리를 옮겨 한중 FTA 비준 통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 올해의 공무원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고위직이라 자격이 안 된다고 해 수상은 못 했어요. 시험 운은 있는데 상복은 없나 봅니다.(웃음) 환경부 '자연환경보전법'에서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해양수산부로 가져오는데 한 달가량 투쟁했어요. 그 결과 해수부에서 갯벌보전 등 해양생태환경을 관리할 수 있게 됐습니다."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바다 만들어야"

방 청장은 그동안 항만 관계자, 수산업자 등 산업 종사자 중심으로 이용했던 바다를 일반인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고픈 시절 바다는 식량을 해결해줬고, 경제 성장기 바다는 물류 도시 중심으로 엄청난 역할을 했습니다. 바다가 고속성장을 뒷받침해줬지만 혜택은 산업 종사자에게만 돌아갔어요. 시민들이 바닷속 정취를 느끼고 바다를 중심으로 호흡할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을 잘 접목하는 것 역시 우리 청이 할 일입니다."

이와 함께 변화한 정책에 적응할 수 있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시민 모두가 공감하고 동참할 때 지속 가능한 바다, 안전한 바다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는 바닷사람이라고 하면 거칠고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어요. 힘들다는 인식 탓에 주민이 떠나고 산업이 죽고, 관리가 소홀해지다 보면 안전 문제로까지 이어집니다. 이제 외부에서 인구가 유입할 수 있도록 1차 산업에서 2, 3차 산업으로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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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태진 마산지방해양수산청장. / 박일호 기자

예로는 오징어 먹물 3D 프린트 잉크, 참치 뼈 인공 관절, 홍합 성분으로 만든 수술부위 접착 물질 등 해양자원을 활용한 첨단산업과 최근 각광받는 요트 산업 등이 있다. 이는 영토 확장과도 연결된다.

"해양수산부 마지막 미션이 유인도서를 잘 관리하고 무인도를 유인도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국토 관리 차원에서도 무인도 증가는 국토 축소를 의미해요. 무인도에 요트 체험장이나 해저 수족관, 요양병원 등을 만드는 방안도 고민해야 합니다. 정부가 할 일은 시범적으로 모델을 잘 만들어 민간에 제시하는 겁니다. 경남에서 저비용으로 시범 모델을 만들만한 곳을 물색 중이에요."

해양 관련 정책 방향과 안전문제, 인식전환 등 모든 주제는 교육으로 수렴했다.

"앞서 말한 어종 관리나 안전문제 등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습니다.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한데 주입식이 아닌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교육으로 어릴 때부터 바른 인식을 심어줘야 합니다. 현재 찾아가는 해양교실, 놀이를 통한 교실 등을 운영하고 있어요. 끊임없이 교육과 처벌을 병행하면 바다를 대하는 자세가 바뀔 거라고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취임 두 달째에 접어든 방태진 청장에게 각오를 물었다.

"바다는 평소에 모든 것을 수용하지만 한계에 다다르면 엄청난 재앙으로 다가옵니다. 살아있는 바다, 지속가능성에 바탕을 둔 돈 되는 산업으로 키워 후손들이 꿈과 희망을 얻을 수 있는 바다를 만드는 데 작은 역할이라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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