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전자개표방식 문제 제기
기계 오류·조작 '합리적 의심'
개봉 후 선관위 공개검증 의사

바야흐로 대선 정국이다.

하루 걸러 진행되는 대선후보 토론회에 시민들의 눈과 귀가 쏠린다.

KBS 1TV가 지난 19일 밤 생중계한 는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으로 26.4%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23일 밤 진행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 대선후보 토론(1차 TV토론)>의 시청률 또한 각 방송 통합 38.5%로 집계됐다.

이런 가운데 1·2부로 나눠 지난 25일 밤 열린 JTBC 대선후보 토론회는 15.9%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JTBC 개국 후 최고시청률이자 종편 역대 최고 시청률이다.

<더 플랜>은 개표소 내 풍경을 감각적으로 담아낸다. 통계, 해킹, 선거 투개표 시스템 등 다소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을 경쾌한 그래픽과 반복을 통해 이해를 돕는다. /스틸컷

꼭 투표에 참여할 것이다. 무효표가 되지 않도록 온 정성을 다해 정확한 투표를 할 것이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후보에게 '나의 한 표'가 보태어질 것에 대해 의심하지 않는다.

"당신의 손을 떠난 한 표는 과연 어디로 갔을까?"

지난 20일 개봉한 영화 <더 플랜>은 2012년 18대 대선 당시 일부 개표소의 이상한 개표방식에 합리적 의심을 제기한다.

전국 1만 3500여 개 투표소의 투표함은 251개 개표소로 이동됐고, 1300여 대의 '전자개표기'에 의해 분류됐다.

그렇게 분류된 데이터를 위원장이 공표하고, 이후 전국에 방송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전국 251개 모든 개표소에서 같은 패턴을 가지고 등장하는 '어떤 숫자'가 발견된 것. 과학자, 수학자, 통계학자, 국내외 해커들이 뭉쳐 이 수상한 숫자의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더 플랜>이 주목한 부분은 미분류표(전자개표기가 인식하지 못한 표로 무효표와 유효표 모두 포함되어 있다)의 상대 득표율이 모든 개표소에서 박근혜 후보가 더 높았다는 점이다.

합리적 의심에서 시작한 추적은 어떤 숫자의 정체를 밝혀낸다. 그리고 그 숫자의 비밀이 드러나는 순간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으로 다가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말대로 전자개표기는 정확하다. 그 말은 정확하게 조작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최진성 감독은 제작을 맡은 김어준 총수와 함께 인간을 능가해 가장 정확할 것이라 믿었던 기계의 '오류' 혹은 '조작'을 증명해 나간다.

영화는 '2012 미스터리', '해킹 데모크라시', '더 플랜' 세 가지 챕터로 확장해가며, 현행 개표시스템 개선을 촉구한다.

민주주의는 표가 정확하게 집계되어야 한다. 이는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누가 이기고 지는 문제도 아니다. 영국, 독일 같은 선진국이 그렇게 전자개표기를 없앴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개봉한 영화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메시지를 담는다.

곧 맞이하게 될 19대 대통령 선거 개표에 대한 경각심이다.

느리더라도 정확하게 세서 집계하는 게 중요하다. 그게 바로 우리가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민주주의이다.

"투표에서 이기고 개표에서 졌다"라는 언제라도 다시 벌어질 수 있는 이 말도 되지 않는 현실을 각성한다.

개표소에서 아무리 전자개표기를 뚫어져라 쳐다봐도 조작 과정을 잡아 내지 못하는 허망함이라니.

개표소 내 풍경을 감각적으로 담아내며 시작한 <더 플랜>은 통계, 해킹, 선거 투개표 시스템 등 다소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을 경쾌한 그래픽과 반복을 통해 이해를 돕는다. 지레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는 잠시 넣어두어도 좋다.

영화 제작 내내 답변이 없었다던 선관위는 지난 19일 "<더 플랜> 제작팀이 원한다면 18대 대선의 원본 투표지와 개표 상황표를 공개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선관위는 "대선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의혹을 제기함으로써 선거 질서를 어지럽히고, 국론을 분열시켜 공명선거 분위기를 저해하는 행위"이니 "19대 대선이 끝난 뒤 (개표) 조작 여부 검증에 필요한 범위에서 제3의 기관을 통해 공개 검증에 응하겠다"는 것이다. "검증 결과 대선 결과를 조작한 것이 밝혀진다면 선관위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질 것"이고, "반대로 어떠한 조작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진다면 의혹을 제기한 분들은 무거운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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