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당 후보 유불리 싸움, 위기 고조에 반대 한뜻…'전술핵-대화'해법 달라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호의 항로 급변경으로 한반도에 위기가 고조되면서 한 달 남은 대선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군 당국은 "미국 항모가 한반도를 떠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재출동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북한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도발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대북 무력시위"라는 점을 부정하지 않고 있다.

대선주자들은 진보·보수·중도 예외 없이 '무력 충돌'에 비판적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0일 "한국 동의 없는 어떠한 선제 타격도, 독자적 행동도 있어선 안 된다"고 했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고조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무엇도 국민 안전보다 우선할 수 없다"고 각각 밝혔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역시 "미국이 선제 타격을 하면 대혼란이 온다"며 정부와 미국의 협의를 촉구했고,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도 "한국 정부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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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8일 조선일보·칸타퍼블릭 여론조사(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국가 안보·외교'(8.73점)는 '경제 회복'(8.86점)에 이어 국민이 가장 중요시하는 사안이다. 주요 국정 과제별로 '매우 중요하다'(10점)부터 '전혀 중요하지 않다'(0점)까지 점수를 매긴 결과다. '일자리 창출'(8.58점)이나 '적폐 청산'(7.99점), '국민 통합'(7.84점) 등은 상대적으로 후순위였다.

북한 문제가 불거지면 통상 보수 쪽에 힘이 실리기 마련이다. 홍준표 후보가 "문재인 후보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은 안보관 때문이다. '당선되면 북한 먼저 가겠다'는 등 불안한 후보 아니냐"고 연일 공세를 퍼붓는 배경이다.

유승민 후보도 "안철수 후보는 사드 배치 문제 등에서 말을 바꿨다. '안보는 보수'라는 말을 더 이상 믿을 수 없다"고 각을 세우고 있다.

두 후보는 한발 더 나아가 '전술핵 재배치'까지 주장한다. 홍 후보는 1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술핵 재배치를 안 하면 북핵 억제가 어렵다"며 "사드와 함께 배치되면 김정은 정권이 함부로 대한민국을 협박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 후보의 강경 목소리는 나름 국민 여론에 근거한 것이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지난해 9월 발표한 '2016년 통일의식 조사'에 따르면 "핵무기 보유에 찬성한다"(52.8%)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음은 물론이고 "북한 정권과 대화·타협은 불가능하다"(69.5%), "가장 평화를 위협하는 국가는 북한이다"(66.7%)는 의견 역시 다수를 차지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보 이슈는 보수에 유리하다'는 단순 도식이 꼭 옳다고만은 할 수 없다. 북한에 대한 국민 시선은 생각보다 훨씬 미묘하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위 서울대 조사에서 북한과 관계 설정을 물은 결과가 그렇다.

북한을 '경계 대상' '적대 대상'으로 본 응답자는 각각 21.6%·14.8%에 그친 반면, '협력 대상'이라는 응답은 43.7%나 됐다. '지원 대상'(11.6%)까지 포함하면 절반을 넘는 수치다.

즉 우리 국민은 강력한 대응의 필요성과 함께 긴장 완화·협력 확대 노력도 강조하는 것이다. 진보·보수 정치세력 모두 기존 이분법적 태도에서 벗어난 더욱 지혜롭고 능동적인 외교·안보 역량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칼빈슨호 한반도행과 관련해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북한을 대화와 협력의 마당으로 나오도록 하겠다"는 문재인 후보 언급이나 "북핵 문제는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안철수 후보 입장이 충분한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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