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까치야 까치야, 헌 이 줄게 새 이 다오.'

장난감이래야 고무신 한 짝이 전부이거나 돼지 오줌보에 바람 넣어 축구하던 시절이 있었다. 깡통차기, 제기차기, 자치기하고 기차놀이하며 놀던 어린 시절 이야기다.

학교에서 돌아온 동무들은 각자 집으로 돌아가 소꼴을 베고, 어머니·아버지 일 도운 후 동네 도랑에 모여 놀았다. 모래가 쌓여있는 곳이 최고의 놀이터. '얼라'들은 그곳에서 모래 쌓기 놀이를 하거나 두꺼비집 놀이를 하곤 했었다. 흙이나 모래가 있는 땅바닥을 우묵하게 파고 손을 넣은 후 덧 쌓아가며 두드린다. 흙이 단단해지면 손을 살그머니 빼는데 그렇게 만든 두꺼비집이 무너지지 않거나 크고 깊게 만든 쪽이 이기는 놀이다.

지진이나 홍수 같은 자연재해가 일어나면 두꺼비는 사람보다 먼저 민감하게 위험을 감지한다. 이때 두꺼비가 무리 지어 도망가는 행동을 보이는데 두꺼비 동요는 이런 행동을 보고 만들어졌다고 한다. 두꺼비집 놀이에서 이기면 좋기는 한데 손등이 갈라질 정도로 손이 텄던 기억도 난다. 아이들을 부동산 사기꾼(?)으로 만들어 놓은 부작용은 지금도 병세가 호전되지 않고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두꺼비는 헌 집 받고 새집을 내어 주었으니 그때나 지금이나 참 고마운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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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꺼비가 산란하는 저수지. /윤병렬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회장

그런데 그 고마운 두꺼비들이 자꾸만 사라져 가고 있다. 그 많던 두꺼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땐 '통시(W.C)'에서도, 헛간에서도 만날 수 있었고, 두엄더미 주변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비 오는 날엔 마당 한가운데 엉거주춤 서 있는 두꺼비가 잘 보이지 않아 밟을 뻔해 깜짝 놀란 기억도 있다.

두꺼비는 제주도를 제외한 우리나라 전역에 서식하는 양서류 중 하나다. 양서류란 물과 뭍 양쪽을 오가며 서식하는 동물이다. 올챙이 시기에는 아가미 호흡을 하며 물속에서 살고, 변태 과정을 거쳐 성체로 성장한다. 올챙이 시기를 지나면 폐호흡과 피부호흡을 병행하는 변온 동물이다. 한반도에 서식하는 양서류는 총 18종으로 알려져 있다. 멸종위기야생생물Ⅰ급에 해당하는 수원청개구리, 멸종위기야생생물Ⅱ급에 해당하는 맹꽁이와 금개구리는 아주 귀하다. 두꺼비는 멸종위기야생생물에 속하지는 않지만 우리 주변에서는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지금도 도시화와 무분별한 개발, 도로 건설 등으로 날이 갈수록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현재는 포획금지야생동물 및 수출입허가대상야생동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두꺼비를 일컫는 방언으로는 두깨비, 뚝깨비, 두터비, 두텁 등이 있다. 아마도 볼록한 배와 등에 우툴두툴 나 있는 돌기를 보고 붙인 이름인 것 같다. 두꺼비의 생김새에 관한 재밌는 설화 중 하나인 <여우·너구리·두꺼비의 떡다툼>에 보면 왜 두꺼비 껍질이 우툴두툴한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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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꺼비. / 윤병렬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회장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수록되어 있는 <여우·너구리·두꺼비 떡다툼> 이야기를 요약해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여우·너구리·두꺼비가 떡 한 시루를 쪄놓고, 내기를 해서 이기는 쪽이 혼자 먹기로 했는데, 두꺼비가 승리한다는 재미난 내용이 대략의 줄거리다.

너구리가 자기의 키가 하늘에 닿았다고 하면, 여우는 하늘 밖에까지 올라갔다고 하고, 두꺼비는 여우에게 그때 너의 머리에 뭉실한 것이 있지 않더냐고 묻고 여우가 과연 그런 것이 있었다고 하면, 그것이 내 불알이라고 한다. 또, 너구리가 태곳적에 났다고 하면 여우는 당고적에 났다고 하고, 두꺼비는 큰 자식은 태곳적에 죽고 작은 자식은 당고 적에 죽었다고 한다. 술 먼저 취하는 내기에서도 너구리가 밀밭 근처에만 가도 취한다고 하면, 두꺼비는 벌써 취한 듯 몸을 흔들거리며, 나는 너의 말을 듣고 취했다고 한다. 이렇게 두꺼비가 이겨서 떡을 혼자 먹었기 때문에 배가 불룩해졌으며, 떡고물만 받은 여우와 너구리가 화가 나서 이를 두꺼비의 등에 뿌리고 밟았기 때문에 두꺼비의 껍질이 우툴두툴하다는 것이다.

두껍아 두껍아 네 몸뚱이는 왜 그렇게 울퉁불퉁하느냐/ 세천오입을 갔더니 봉놋방에서 자서루 옴이란 놈이 올라서 울퉁불퉁하지요.

두꺼비의 외모를 두꺼비와의 대화체로 설명한 <두꺼비 노래>도 재미있긴 마찬가지다. <청구영언>에 실려 있는 '두터비 파리를 물고'라고 불리는 사설시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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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꺼비의 실타래 같은 기다란 알주머니. / 윤병렬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회장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다. 두꺼비가 파리를 물고 두엄더미 위에 뛰어올라 건너편 산을 바라보니 무서운 송골매가 떠 있어 가슴이 섬뜩하여 펄쩍 뛰어내리다 두엄더미 아래 자빠졌다. 마침 두꺼비가 날래기 망정이지 멍이 들 뻔했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파리는 탐관오리에게 착취당하는 백성들을 상징하며 두엄더미는 부정하게 재물을 모은 탐관오리를 뜻하고, 송골매는 고위 관리나 외세를 의미한다고 한다.

두꺼비는 파리, 모기, 개미, 나비, 나방, 딱정벌레 같은 곤충류를 비롯하여 육상 달팽이, 노래기, 지렁이도 즐겨 먹는다. 주로 참나무 숲을 좋아하는데 옛날에는 집 근처에서 먹이 찾아 나선 두꺼비를 두엄더미나 재래식 화장실, 부엌에서도 종종 볼 수 있었다. 특히 장마 때는 인가로 모여들기도 한다. 두꺼비는 낮에는 돌 밑, 풀숲이나 작은 흙 동굴 속에 숨어 있다가 어두워지면 밖으로 나와 활동한다. 논밭, 길가, 연못이 있는 정원에서 느린 걸음으로 움직이는 성체를 볼 수 있는데 농작물에 해로운 곤충을 잡아먹는 유익한 존재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두꺼비를 소재로 한 수많은 이야기에 두꺼비는 보은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두꺼비 보은>이란 설화에 등장하는 두꺼비는 두꺼비에게 밥을 나눠주던 처녀가 마을 당산의 제물로 바쳐지게 되었을 때 따라가서 사람을 잡아먹던 지네 괴물을 죽이고 자기도 죽었다는 이야기로 나타난다. '콩쥐팥쥐 설화'에 나오는 두꺼비는 계모가 밑이 빠진 독에 물 담기 숙제를 시켰을 때 깨어진 항아리 아래를 막아 물을 모아 주기도 한다. 모두 두꺼비가 은혜를 갚을 줄 아는 지혜로운 동물로 묘사된다.

우리나라 곳곳에는 두꺼비와 관련된 지명이나 두꺼비 형상을 한 바위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남아있다. 대표적인 곳으로 청주 원흥이 방죽이 있다. 원흥이 방죽은 2003년 새끼 두꺼비들이 대대적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두꺼비 집단 서식지로 세간에 알려지게 되었다. 2003년 토지공사가 산남지구 택지개발공사를 시작하기 직전, 구룡산에서 동면하던 두꺼비들이 알을 낳기 위해 방죽으로 몰려가는 모습이 시민들에 의해 발견되면서 원흥이 방죽이 두꺼비 집단 산란지로 밝혀졌다. 두꺼비 산란지가 택지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놓이자 시민·환경단체들은 원흥이생명평화회의를 구성하고 보존운동에 나섰다.

2003년 6월 원흥이두꺼비마을 생태문화보전 시민대책위원회를 발족하여 2003년 7월 종합자연생태조사를 시작하였고, 그 결과를 토대로 친환경적인 택지개발을 위한 토론회, 원흥이 지키기 현장농성, 원흥이 지키기 어머니·어린이·교사선언 및 두꺼비 맞이 생명의 금줄치기, 학계·종교계 인사 간담회 등의 활동을 하면서 토지공사와 대치하였다. 2004년 11월 토지공사가 생태공원 조성안에 합의하였고 2005년 2월 두꺼비 생태공원을 착공하고 2006년 12월 두꺼비 생태공원을 완공하였다.

원흥이 방죽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어른 두꺼비는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와 산란하는 탁월한 회귀 본능을 지닌 동물이다. 두꺼비는 비교적 큰 연못 주변에 실타래 같은 기다란 알주머니에 까만 알을 낳는다. 수초들 사이에 낳아 알이 떠내려가지 않고 물속에서 무사히 부화할 수 있도록 한다. 8~10일 쯤 지나면 올챙이가 되는데 많게는 한 번에 6,000여 개의 알을 낳기도 한다. 아가미와 꼬리, 입이 생기면서 알에서 부화한 올챙이는 아가미로 숨을 쉬고 꼬리로 헤엄을 친다. 이때부터 무리 지어 다니며 본격적인 먹이 활동을 시작한다. 양서류처럼 뒷다리가 먼저 나오고 입이 커져 아가미가 사라지게 되는데 그 후 앞다리가 나오고 꼬리가 사라지면서 새끼 두꺼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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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꺼비가 살던 곳. / 윤병렬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회장

건조한 공기에 취약한 새끼 두꺼비들은 5월 말에서 6월 초순경 비 오는 날을 이용해 산으로 서식지를 옮긴다. 이때 두꺼비 산란지 근처에 가면 수만에서 수십만 마리에 이르는 새끼 두꺼비들이 일제히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논에 물을 댄 후 써레질을 하고 모를 심기 전쯤이다.

태어난 지 1년 정도가 되면 온전한 두꺼비 모습을 갖추고 성장은 느려진다. 3~5년째부터는 완전히 자라서 산란에 동참한다. 수명은 15년쯤으로 알려져 있다. 산란지에 도착한 수컷은 암컷의 등에 올라 앞발로 암컷을 꼭 껴안고 뒷발로는 다른 수컷을 견제하는데 암수 성비가 1:2.5~1:4 정도라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간혹 황소개구리를 암컷 두꺼비로 착각한 수컷 두꺼비들의 헛발질 현상도 목격할 수 있다. 이 모습을 보고 한때 황소개구리가 두꺼비 몸을 졸라 죽여 버린다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황소개구리는 암컷과 크기가 비슷한데 상대적으로 황소개구리가 좀 더 크다. 그래서 수컷 두꺼비가 황소개구리를 암컷으로 착각해 뒤에서 껴안았던 것이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두꺼비들이 산란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도로를 지나다 로드킬 당한 경우를 꽤 많이 볼 수 있다. 두꺼비가 도로 위를 건너다 장애물에 막혀 되돌아오다 또는 느린 걸음걸이 때문에 자동차 바퀴에 깔린 흔적을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다. 로드킬을 방지하기 위해 비가 오는 날에는 되도록 운전을 삼가거나 조심할 필요가 있다. 두꺼비의 천적은 유혈목이, 능구렁이 같이 두꺼비 독에 면역이 있는 뱀이나 큰 쥐 같은 설치류, 때까치, 들고양이, 들개 등이다. 두꺼비 독은 부포톡신이라 불리는데 환각 성분도 들어있다. 지네와 싸워 이긴 두꺼비 비밀의 열쇠도 이 독 성분에 있었던 것이다. 지네와 두꺼비가 독을 공격 무기로 맹렬히 싸웠는데 두꺼비 독이 더 세게 작용했던 모양이다. 예나 지금이나 두꺼비는 자연 생태계 먹이 사슬의 중간자적 위치를 차지하는 소중한 존재다. 생태계의 건강성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요소란 얘기다. 생태계의 건강성과 더불어 복까지 가져다주는 소중하고 고마운 두꺼비. 오래 오래 사람들 곁에서 같이 살 수 있도록 특별한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가수 김건모가 부른 '두꺼비'란 노래다.

오늘 하루 종일 보슬비 내려와/왠지 기분이 점점 꿀꿀해져/그만 나도 몰래 발길 닿는 곳에 가보니/나를 보고 웃고 있는 너/오~언제나 괴롭거나 괜히 슬퍼질 때/아무 조건 없이 나를 위로해 준 너/오늘 또 다시 너의 이름을 불러 보았지/어느새 넌 내 곁에 있네/나를 버린 그녀를 잊어버리라고/타는 가슴을 적셔 주던 너/정신없이 바쁠 땐 좀 쉬어가라고/깊은 사랑과 인생을 내게 가르쳐준 그대여/모두 다 너를 조심하라 해도 난 널 절대 버릴 수 없어/오~ 너 없이는 살 수 없어 그댄 나의 사랑 두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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