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이하 <7년>)을 봤습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 장악된 YTN과 MBC가 어떻게 망가져 가는지를 보여주면서, 그 과정에서 언론 자유를 위해 싸우다 해직된 언론인들에 초점을 맞춘 영화입니다.

저는 이 영화에 대한 리뷰를 써달라는 미디어 연구저널 <ACT!>의 청탁을 받고 첫 문장을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사익에 충실한 사람들은 성실하고 집요하며 뻔뻔하고 잔인하다. 반면 대의를 중시하고 공익에 충실한 사람들은 순진하고 여리다. 약간 게으르고 안일해 보이기도 한다.' 영화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을 보는 내내 머리에 맴돌았던 생각이다."

중간에는 이런 표현도 썼습니다.

"권력과 그 하수인들은 상상 이상으로 폭압적이었고, 훨씬 집요했다. 그들은 물에 빠진 개를 몽둥이로 때리라는 루쉰의 교훈을 그대로 실천했다."

그렇습니다. 지난해 4월 제가 펴낸 <별난 사람 별난 인생>에서 채현국 어른은 돈과 권력, 명예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식구가 다 죽든, 민족이 다 죽든 권력은 놓고 싶지 않고, 인류가 다 죽어도 제 혼자서라도 부자 되려는 게 인간입니다. 이 중독이라는 것은 끝도 없고 한도 없고 정말 정체가 없습니다. 완전히 정신병입니다."

실제로 그러했습니다. 역사가 보여줍니다. 조선시대를 봐도 권력을 위해 형제·자매는 물론 자식까지 죽이는 일이 허다합니다. 대한민국에서도 권력을 잡기 위해, 또는 놓지 않기 위해 국민 수백~수천 명, 아니 수십만 명을 죽이고도 눈 하나 깜박하지 않은 이들이 이승만·박정희·전두환이었습니다.

그런 자들에게 작은 '선의'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순진하고 바보스런 짓입니다. 영화 <7년>에서 해직 언론인들의 그런 순진한 모습을 보고 저는 화가 났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사악한 권력에 맞서 우리 국민은 마침내 대통령 탄핵을 이뤄냈습니다. 정말 위대한 국민의 힘이었습니다. 영화 <7년>에 나오는 해직 언론인들 또한 밀알이 되었음은 물론입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닙니다. 1945년 일제의 압박에서 해방되었지만, 사악한 정치집단과 친일파들에게 권력을 내어주었고, 1960년 그 사악한 독재자를 국민의 힘으로 몰아냈지만, 1961년 또 다른 독재자가 권력을 찬탈했습니다. 1979년 독재자가 심복의 총에 죽었지만, 1980년 그의 후예가 또다시 총칼로 권력을 빼앗습니다. 1987년 또 한 번 국민이 들고일어나 독재를 종식시켰지만, 1988년 대선에서 쿠데타세력이 또 집권했습니다.

이런 역사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들은 지금 잠시 소수집단으로 전락한 듯 보이지만 어떤 기회를 틈타 반전을 꾀할지 알 수 없습니다. 당장 다가오는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진다 해도 그 정권은 4·19 직후의 민주당 정권과 비슷한 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시 민주당 장면 정권의 허약한 상황을 이용해 쿠데타를 일으켰던 집단이 바로 탄핵된 대통령 박근혜의 아버지 박정희 세력이었습니다.

한편으론 4·19혁명을 촉발시켰던 마산 3·15의거, 그 기념사업회가 지금은 기득권 수호집단으로 변질해있는 모습도 참으로 씁쓸합니다. 얼마 전 마산에서 열린 '박근혜 탄핵 반대 집회' 현장에서 열심히 태극기를 흔드는 3·15기념사업회 이사와 회원들이 적잖게 눈에 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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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번호에서는 특별히 1960년 3·15의거 당시 현장을 취재했던 언론인 이순항 초대 3·15의거기념사업회장을 만나 그분의 생각은 어떤지 들어봤습니다.

마지막으로 <풍운아 채현국>의 한 대목을 인용하며 맺을까 합니다.

"노인들이 저 모양이라는 걸 잘 봐두어라. 저 사람들 욕할끼 아니고 저 사람들이 저 꼴밖에 될 수 없었던 걸 바로 너희 자리에서 너희가 생각 안 하면 저렇게 된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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