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호헌조치 역사 투영
부조리한 현실 대항한 결과는

성진(손현주)은 국가에 충성하는 형사이자 말 못하는 아내와 다리 아픈 아들을 둔 가장이다.

사랑하는 가족과 남부럽지 않은 보통의 행복을 누리며 사는 것이 꿈인 성진은 부조리한 현실과 끝내 타협한다. 아들의 다리를 고쳐주고 싶었고 아내와 자식 입에 그 귀한 바나나 하나 더 넣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서울대 법대 출신 자유일보 기자 재진(김상호)은 기사 하나도 정부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시대를 바꾸고 싶다. 적어도 내 조카 민국이만큼은 상식이 통하는 세상에 살게 해주고 싶었던 그는 썩어빠진 세상과 결코 타협할 수 없다.

서울대 법대 출신 안기부 실장 규남(장혁)은 공작이 보통의 일상이다. 물라면 물고 짖으라면 짖는 '사냥개'들을 앞세워 국민이 정치에서 멀어지게 할 수 있다면 어수룩한 청년을 연쇄살인마로, 대중의 관심이 많은 연예인을 줄줄이 대마초로 엮는 것 쯤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보통사람>은 오로지 가족과의 평범한 행복을 꿈꿨던 성진이 평범하지 않은 일에 휘말리게 되는 과정에 공을 들인다.

형사인 성진은 아들에게 맛난 거 하나 더 주고 싶은 마음이다. /스틸컷

이 과정에서 1987년 4월 13일 호헌조치가 발표되고, 전두환이 장기 집권을 위해 국민의 민주화 요구를 무시하고, 일체의 개헌 논의를 중단시킨 전후의 역사를 투영했다.

'상식이 통하는 세상'에 살고 싶은 보통사람 재진이 부조리한 현실에 대항해 맞이한 비극적 결말과 '애국'을 입에 달고 살면서 공작을 일삼으며 평범한 사람의 인권을 유린하는 규남 등을 통해 보통의 의미에 대해 묻는다.

"가만히 있으면 빨리 끝나."

불편한 다리 때문에 친구들로부터 놀림당하는 아들의 모습을 지켜본 성진은 "한 대 맞더라도 한대 쳐"라고 아들에게 이야기하지만 아들은 체념한 듯 대답한다.

부조리와 불합리에 침묵하고, 적극 동조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세상은 그것이 보통이 된다.

혼자서는 미약하기 이를 데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 외면하지 않고 함께 분노하고 떨치고 일어섰을 때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영화는 강조한다.

다만, 시대를 거슬러 할 말이 많았던 감독은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가 늘어지는 연출로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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