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 회장 한 번 하면 자동차 한 대 뽑는다고요?"

탄핵정국 이후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고 있다. 대선 주자들은 저마다의 공약을 내세우면서 표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선거 과정이 마냥 깨끗하지만은 않다. 상대 후보의 공약을 비판하는가 하면, 원색적인 비난이 나오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정치권의 좋지 않은 모습들은 학생 선거에서도 똑같이, 어쩌면 더 심하게 나타난다. 시작하기도 전에 보기 민망한 상황이 연출되다 보니 학생들의 기대치도 낮은 게 일상화된 게 현실이다. 그런데 학기가 시작하기 전인 방학시즌부터 왕성하게 활동하는 총학생회가 눈에 띄었다. 2017년 경상대학교 총학생회의 배재현(24) 총학생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배 회장은 지난해 당선인 신분으로 탄핵정국에 목소릴 내는가 하면, 1월부터 학교 인근 업체들과 학생증을 제시할 경우 가격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제휴협력을 맺고 있다. 페이스북을 통해 회의록도 공개하고 있다. 한 해를 시작하면서 첫 단추는 잘 끼운 모양새다. 학생 선거의 현재, 그리고 그의 향후 행보를 알아보기 위해 경상대학교를 찾았다.

배 회장을 만난 건 경상대학교 중앙에 있는 학생회관 건물의 학생회실이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학생회관의 6층에 오르니 학생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방학 중이라 한산할 거라는 생각이 빗나갔다. 양해를 구하고 인터뷰 직전까지도 업무를 보고 있던 그를 조심스레 불러 인터뷰를 진행했다.

"1992년생입니다. 11학번이죠. 법학과에 재학 중이고, 올해로 5학년입니다. (웃음)"

지난해로 4년을 채웠지만 총학생회 활동을 위해 1년 더 학교에 머무르고 있다는 배 회장. 고향은 창원이지만 어릴 적부터 쭉 울산에서 생활했다고 한다.

"아버지 직업이 교사이신데요. 아버지가 울산으로 배치되셔서 쭉 울산에서 자랐습니다. 특별히 좋아하는 건 없는 거 같아요. 그냥 또래들이 좋아하는 만화나 드라마 같은 걸 보곤 합니다. 원피스나 나루토, 블리치 같은 거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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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재현 경상대학교 정다운 총학생회 회장. / 이종현 기자

법대에 재학 중이지만, 처음부터 법대를 희망한 것은 아니라고 하는 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일까요, 어릴 적부터 교육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일반 교사는 아니고, 인터넷 동영상으로 강의하는 '스타 인강 강사'요. 그런데 수능에서 원하던 성적이 안 나왔고, 인서울이 안 되다 보니 그 길은 포기했습니다. 이후 진로를 고민하다가 아버지의 추천으로 경상대학교 법학과에 진학했죠."

막연히 꿈꾼 총학생회장

배 회장은 어릴 때부터 학생 활동을 해왔다. 보이스카우트나 선도부, 반장 등의 역할을 맡았다고 한다. 그에게 대학에서도 학생 간부 활동을 하는 것은 특별한 일은 아니라고.

"총학생회장이 되려 했던 이유요? 큰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에요. 그냥 멋있어 보여서. (웃음) 초등학교 때부터 꾸준히 학생 간부를 해왔어요. 고등학교 때도 선도부장 같은 역할을 맡았고요. 당연히 학생회장 선거도 출마하려 했는데, 결국 포기했어요. 언젠가 동창회 관련 내용으로 등기를 받아 보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었거든요. 아버지가 학창시절 학생회장을 하셨었는데요. 그 서류는 동창회 참가비로 회장은 300만 원, 부회장은 100만 원, 총무는 50만 원… 뭐 이런 내용이었어요. 당시 어렸던 제가 보기에는 엄청나게 큰돈이었어요. 주에 용돈 5000원 받고 하던 시절이었잖아요. 만약 저도 학생회장이 되면 이런 부담을 안아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 때문에 출마를 포기했어요."

하지만 고등학교 시절의 아쉬움이 대학 총학생회장 선거 출마의 계기가 됐다고.

"사실 고등학교 때부터 쭉 미련이 남았어요. 주변 친구들도 '뭘 그런 걸 신경 쓰냐'고 하고. 그래서 대학에서는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졌었죠. 그런데 대학에 들어와 보니 이런 생각이 더 커졌어요. 학생들이 총학생회장에 대해 하는 말을 들어보면, '총학생회장 한 번 하면 자동차 한 대 뽑는다' 이런 말들이 들리는 거예요. 제 기준에선 이게 이해가 안 됐어요. 학생회장을 하면, 그건 평생 남는 거잖아요.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이고. 이게 다 자신의 자산이 되는데, 돈 3000, 4000만 원 때문에 그런 명예를 다 버리는 건가 싶었어요. 그것도 학생들을 위해 써야 할 돈을요. '나라면 잘할 텐데'하는 생각이 강했어요. 그리고 이런 꿈을 가지고 1학년부터 준비해왔죠."

경상대학교 입학 후 신문동아리 편집장, 농촌봉사활동 단장, 법과대학 학생회장, 경상대학교 소비자생활협동조합 학생이사, 학생복지위원회 위원장 등의 활동을 거쳤다고 한다.

"1학년 때 학생회장을 하고 싶다고 선배에게 말했더니 '군대부터 다녀와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전역 후 복학하면서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죠. 아버지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사소한 고민부터 장기적인 로드맵을 짜는 데도요. 생각대로 잘 돼서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이제 시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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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재현 회장 선거 공약집의 프로필. / 이종현 기자

학생회장으로의 조기 행보

배 회장은 2016년 당선인 시절부터 눈에 띄는 행보를 보였다. 지난해 10월 대학가에서는 최순실 게이트 이후 시국선언이 줄을 이었다. 경상대학교 내부에서도 시국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는 숱하게 나왔지만, 당시 총학생회는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이때 배 회장은 총학생회장 당선인 신분으로 시국선언에 참여, 목소리를 냈다.

"시국선언에 참여한 건 맞습니다. 하지만 제가 주도한 건 아니었어요. 저 개인적으로는 시국선언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저는 어디까지나 당선인 신분이었다 보니 조심스러웠죠. 그러다 한 교수님께 연락이 왔어요. '재현아, 잠깐 와서 인사나 하고 가라'고요. 별생각 없이 갔더니, 거기가 시국선언 회의 자리였어요. 거기에 참여하고, 주변 친구들이나 학생들에게도 의견을 물어보고. 이런 과정을 거쳐 시국선언에 참여했죠."

이후 해가 바뀌면서 배 회장의 임기가 시작하자, 개강 전 겨울방학부터 인근 업체들과 '제휴 협력'을 맺기 시작했다.

"저의 주요 공약 중 하난데요. 제휴를 맺은 업체에 학생증을 제시할 경우 가격 할인 등의 혜택을 받는 시스템입니다. 서울권 대학가에서는 학교와 인근 업체 간의 제휴 시스템이 활성화되어 있는데, 지역에서는 이런 게 잘 안 돼서 부러웠어요. 경상대학교는 물가나 방값이 엄청 비싼 편이라고 생각해요. 법대 학생회장을 지낼 때도 이런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했는데, 단과대학 학생회장 신분으로는 한계가 있어서 성과를 거두진 못했어요. 방값을 좀 내려 보려고 해도, 건물주 분들끼리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어서 어려웠거든요. 학교 주변에서 장사하는 분들께 '학교 앞에서 학생들의 돈으로 수익을 거두면서…' 같은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었죠. 이제는 총학생회장이 되었으니, 총학생회가 나서서 부담을 덜 방법을 마련하자는 취지에요."

경상대 인근의 방값이나 물가는 비싼 편이라는 게 학생들의 주된 생각이란다. 오히려 대학가에서 떨어져 시내의 방값이 싸다는 말도 있다고.

"제휴를 위해 여러 업체를 만나고 있어요. 부정적인 분들도 있고, 긍정적인 분들도 있는데요. 만나는 사장님들께 확실히 말하고 있어요. 학생들에게 '여기는 우리 학생들 할인해준다'는 걸 알리는 것뿐이라고요. 저는 어디까지나 학생 입장에서, 학생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이고, 이후 어떻게 수익을 거둘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사장님이 해결하실 과제라는 거죠. 이런 식으로 시스템을 갖추다 보니 여러 업체서 연락을 주더라고요. 지금은 꽃집, 휴대폰 매장, 음식점, 영화관, 방탈출 카페, 스크린 야구, 병원 등과 제휴를 맺었습니다. 나중에 살펴보니, 문화나 스포츠, 의료 쪽은 되어 있는데 교육 쪽이 없더라고요. 밸런스를 고려하면서 점점 넓혀나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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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재현 경상대학교 정다운 총학생회 회장. / 이종현 기자

얼핏 듣기엔 걱정할 거리가 없는, 좋은 시스템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이런 사업을 진행하면서 부담도 크다고 한다.

"이런 제휴를 구두로만 할 수는 없잖아요. 저희는 제휴를 맺으면서 '협약서'를 준비했어요. 그런데 업체 사장님들은 '계약서'를 가져오시더라고요. 그리고 저희에게 돈을 얼마 주신다고 하시고. 그때서야 '아차' 싶었죠. 이런 시스템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에요. 규모야 작지만, 어떤 업체와 학생회가 제휴를 맺었던 적은 있었거든요. 그때 난 소문들이 '병원이랑 학생회가 제휴를 맺으면, 병원에서 학생회에 카드를 준다. 그걸로 학생회가 돈을 챙긴다' 하는 소문이 떠돌았거든요. 그런데 제가 원하는 학생회는 이런 게 있으면 안 돼요. 사장님께 '계약서 말고 협약서로 바꿔 달라'고 했죠. 돈도 필요 없다고요. 이렇게 사장님과 저희와의 문제는 해결했지만, 걱정이 없는 건 아니에요. 학생들이 의심할 수도 있으니까요. 내부에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요. 그래도 학생들에게 혜택이 가도록 하는 게 당연하다는 게 제 생각이라 밀어붙이고 있어요."

총학생회 이모저모

총학생회. 대학생들에겐 익숙한 조직이지만 정작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모르는 사람이 많다. 현직 총학생회장에게 총학생회의 구성과 역할에 대해 물었다.

"학교마다, 그리고 총학생회마다 구성이 다를 수 있는데요. 저희 정다운 총학생회의 경우는 10개의 국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무국, 회계국, 문화국, 대외협력국, 홍보국, 정책국, 복지국, 여국, 기획국, 취업지원국인데요.

먼저 사무국은 총학생회의 예산을 관리·감사하는 곳입니다. 다른 국의 사업 진행을 체크하고 돕기도 하다 보니, 사업 전반에 대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곳이죠. 회계국은 영수증 보관, 예산 분배와 집행 등 실무적인 역할을 맡는 국입니다. 문화국은 축제뿐만 아니라 각종 이벤트성 행사들을 주도하는 역할이 주어져 있습니다. 대외협력국은 외부 업체나 교내 타 부서, 타 학생회 등과의 연계를 할 때 저와 함께 움직일 국입니다. 홍보국은 저희가 할 일의 전반적인 사항을 온·오프라인으로 홍보하는 국이죠. 정책국은 사업을 진행하기 전 단계에 필요한 전반적인 사항을 점검하는 국입니다. 복지국의 경우 복지 관련 모든 사업에서 역할을 하는데, 저희가 진행할 사업 대부분에서 복지 관련 부분을 챙기게 될 거 같습니다. 여국은 지금은 폐지된 총여학생회의 빈자리를 메꾸는 국입니다. 기획국은 정책국이 사전에 검토한 사업을 보다 구체적이게, 진행을 하는 국이고요. 취업지원국은 이번에 새로 신설된 국입니다. 인재개발원이나 외부 기관 등과 연계해서 학생들의 취업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국이 있다는 것과 세밀하게 역할 분담이 되어 있다는 것에 놀랐다. 그렇다면 총학생회장의 업무나 역할은 무엇일까.

"사업 진행과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게 주요 업무입니다. 그다음은 사람 만나는 일이겠죠. 대외적인 활동, 총학생회 외부와 소통하는 것도 총학생회장의 업무니까요. 학교에서 하는 행사에도 참여하고. 초기라서 그런지 연수나 교육 같은 일정이 많아요. 간부 수련회 같은. 저희가 진행코자 하는 학생회의 공약 외에, 학교에서 하는 사업에도 참여하다 보니 이래저래 정신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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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재현 회장의 공약 ‘사이다’.

학생 사회의 사건·사고

학생 선거 비리나 체벌문화 등, 학생 사회에는 여러 문제점이 산적해 있다. 경상대학교 또한 예외는 아니다. 이런 문제점들에 대해 배 회장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먼저 학생 선거를 얘기하자면… 결국 정의감이 없어서 생기는 문제라고 봐요. 후보자나 선거를 관리하는 선거관리위원회나. 선거 유세 과정에서 어느 한 후보가 낙마하면, 경선을 치를 필요도 없으니 훨씬 쉬워지잖아요. 그러다 보니 상대방을 탈락시키기 위한 공작 같은 게 쓰이는 거고요. 그리고 학생 선거는 총대의원이 선거관리위원회가 되는데요. 총대의원이 후보자 중 어느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는, 그런 일이 생기면서 문제가 심각해지는 거죠. 물론 저희 총대의원이 그랬다는 건 아니에요."

이에 학칙 개정 등을 통해 선거관리위원회 조직을 외부 인사나 교수에게 맡길 수는 없냐고 물었지만 "총학생회만의 힘으로는 어렵다"는 답을 들었다.

"학칙 개정은 총학생회가 아니라 총대의원의 역할이거든요. 선거관리위원회를 바꾼다든지 하는 건 결국 총대의원의 힘을 줄이는 거라… 탐탁지 않게 볼 거예요. 임기 동안 꾸준히 총대의원과 소통하게 될 텐데요. 장기적으로 논의해볼 여지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 선거에서 '운동권', '비운동권'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한다. 진보와 보수라는 정치적 이념에 따라 불린다고는 하지만, 최근 일반 학생들에게 학생 선거의 '운동권', '비운동권'은 꺼려지는 모양새다. 배 회장은 운동권일까, 비운동권일까?

"둘 다 아닙니다. 운동권과 비운동권이라는 게 되게 뿌리 깊은 건데요. 학과, 단과대학마다 성향이 있고, 그 사람들끼리 조직을 이루다 보니 어느 후보는 운동권, 어느 후보는 비운동권이라는 호칭이 달리곤 합니다. 그런데 경상대학교의 경우 2014년부터 많이 누그러졌습니다. 선거를 진행하면서 운동권이라 분류되는 학과 학생이 비운동권이라 분류되는 후보의 구성원이 된다든지 하는 일이 생겼고. 다음 선거부터도 운동권, 비운동권에 구성원이 이리저리 섞이면서, 지금은 운동권이냐, 비운동권이냐 하는 게 많이 희석됐어요. 앞으로도 운동권, 비운동권 같은 정의는 줄어나가는 게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진보나 보수라는 가치가 좋다, 나쁘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학생 선거에서 가장 중심이 되어야 하는 건 그런 이념보다는 학생이잖아요? 그런 쪽에 치중하다 보면 정작 학생들은 두고선 자기들끼리만 나아가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으니까요."

체벌문화에 대해서도 물었다. 실제 경상대학교에서는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체육대회에서 어느 학과가 원산폭격(뒷짐을 진 채 몸을 굽혀 머리를 땅에 박는 자세)을 하더라' 따위의 말들이 들려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없어지고 있지만, 완전히 없어졌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현장에서 접근하지 않고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기도 합니다. '얼차려나 체벌을 금지하자, 신고하자' 따위의 캠페인을 할 수는 있지만, 저희가 직접 이런 문제를 살피는 건 어려우니까요. 단과 대학과 협력해서 문제 발생을 막고, 만약 문제가 생겼을 때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려 합니다."

학과회비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말 역시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학과회비는 대학 등록금과 함께 학기마다 9000원가량 내는 학생회비와 달리, 입학 후 십만 원가량의 돈을 한 번에 요구한다. 학과마다 금액이 다르지만, 선뜻 내기엔 큰 금액이라 학생들의 부담이 크다.

"학과회비 문제는 학생 조직이 약화하면서 생기는 일인 거 같습니다. 금액이 높은 것, 납부율이 낮은 것 모두요. 최근에는 뜻을 가지고 학회장에 출마하는 사람들이 줄고 있어요. 떠맡겨지는 듯한 모양으로 출마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예산 책정이나 운영에도 틈이 생기곤 해요. 심한 경우에는 개인이 예산을 착복하기도 하고. 스스로가 목표를 가지고, 원해서 하는 게 아니니까 생기는 문제라고 봐요. 원인을 알았다고 해서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조직을 운영하는 데 돈이 필요한 건 사실이니, 학과회비를 폐지할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학과회비가 적정한가, 잘 쓰이고 있는가에 대한 논의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단과 대학 학생회에서도 노력하겠지만, 저도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나설 생각입니다."

지난해 경상대학교에서는 MT나 행사에 참여하지 않은 이를 대상으로 '불참비'를 요구하는 학과도 있었다.

"불참비… 자세한 속사정은 모르지만, 학생 조직을 이끄는 사람으로서 조금은 이해가 가요. 아마 불참비를 내라고 한 곳은 돈이 문제가 아니라, 행사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서일 텐데요. 점점 학생들의 참여도가 떨어지다 보니, 궁여지책으로 나온 방안이겠죠. 하지만 그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불참비는 잘못된 선택입니다. 행사 참여도를 높이고 싶다면 다른 방안을 마련해야죠. 학생 간부들이 반성하고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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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재현 경상대학교 정다운 총학생회 회장. / 이종현 기자

세상에 없는, 깨끗하고 당당한 총학생회 만들 것

대학생을 비롯한 청년들의 가장 큰 고민은 '취업'이다. 배 회장은 취업의 고민은 없을까.

"우선 법대 전공을 살리진 않을 거 같아요. 어릴 적부터 꿈이 참 많았었는데요. 대학 입학 전까지는 '스타 인강 강사'가 되는 게 목표였죠. 그러다 스무 살 무렵에는 옷가게를 하고 싶었어요. 제대 후에는 정치를 하고 싶기도 했고요. 그런데 학생 간부 활동을 하면서 정치에 대한 꿈은 접게 됐어요. 제가 바쁘거나 비판받는 건 괜찮지만, 저로 인해 제 주변 사람들까지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아버지가 저에게 해주신 것처럼, 저도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하게 대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지고 싶어요. 그래서 사업이나 해볼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 이것도 저랑은 안 맞는 거 같더라고요. 사업이라는 게, 아무리 진정성 있게 하려고 해도 상대를 속이는 게 필요하다는 걸 알았거든요. 정말 자신 있게 좋은 제품을 팔려고 해도, 그 제품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에게까지 제품을 권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결국 도달한 게, 청년 멘토예요. 교육과 관련해서, 청년들과 상담하고 길을 제시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물론 당장은 총학생회의 일에 집중해야겠죠. 다른 생각할 겨를이 없어요. (웃음)"

총학생회의 힘으로는 어려운, 학교나 지역 사회에 바라는 건 없는지 물었다.

"음… 당장 떠오르는 게 두 가지가 있는데요. 첫째는 자전거 대여 시스템 도입이에요. 창원의 누비자 시스템을 경상대학교에 도입하고 싶었어요. 학교와 학교 인근에라도. 이걸 위해 도청에도 방문하고 했지만. 누비자가 엄청난 적자 사업이라는 걸 뒤늦게 알게 됐어요. 그래서 포기했죠. 하지만 진주시가 됐건, 경남도청이 됐건, 이런 복지(자전거 대여 시스템)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은 여전해요. 경상대학교가 엄청 넓거든요. 학교도 평지고. 이만큼 자전거 타기 좋은 환경의 대학교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예요. 이걸 썩혀두기 아깝잖아요?

두 번째는 구체적인 요청이라고 하기보다는,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걸 많이 해줬으면 해요. 학생들이 '파이팅'할 수 있는 프로그램. 제일 좋은 건 취업에 관련된 것이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봉사 활동 같은. 아니면 경찰 준비를 하는 사람들을 위해 '월간 순경체험' 같은 거라던지. 큰 예산이 필요하지 않더라도, 조금 수고를 들이면 유익하게 할 수 있는 일들이 많거든요."

곧 있으면 개강이다. 학생들이 학교에 오면서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된다. 배 회장이 바라는 총학생회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정다운 총학생회라는 이름 그대로예요. '정이 있고', '정의로운' 학생회. 이번 선거에서 제가 내세운 사업 공약 중 가장 중요한 게 '사이다'입니다. '사용 내역과 이유를 다 알려드리겠습니다'에서 한 자씩 따와서 사이다에요. 학생들이 총학생회를 불신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예산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서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이 예산을 모두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제 임기 중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제 대에 이런 전례를 만든다면, 다음 대의 학생회가 예산을 숨기기가 힘들거든요. 축제나 이런저런 사업을 잘 못 할 수는 있어요. 학생들의 반응이 지난해보다 나쁠 수도 있고요. 성과가 나쁘다면 비판도 감수해야겠죠. 하지만 투명성 하나만큼은 인정받는, 남부끄럽지 않은 학생회로 만들고 싶습니다. 세상에 없는, 깨끗하고 당당한 학생회가 목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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