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이 최고의 복지

다사다난했던 2016년이 마무리됐다. 엄청난 사건들이 숱하게 터진 병신년. 연말에는 '박근혜 게이트'라는 이슈가 모든 사안을 집어삼켰다. 하지만 이렇게 혼란스러운 가운데도 내일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경기침체로 인한 고용 시장 악화, 조선업 사태로 인한 대규모 실직 등. 당장 먹고 살기 위한 '일자리'에 대한 문제는 무엇보다 절박하다. 경남도의 고용 정책을 담당하는 곽진옥(58) 경남고용정책단 단장을 만나 '경남 고용' 문제에 대한 고민을 나눠봤다.

'더 많은 일자리로 도민에게 희망을'. 인터뷰를 위해 찾은 도청 경남고용정책단 사무실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문구다. 커다란 화이트 보드 맨 위에 적힌 그 문구 아래로는 전국과 경남의 고용률, 실업률 등의 비교 자료가 있다. 고용정책단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의 현황도 적혀있었다.

경남고용정책단 단장을 맡고 있는 곽진옥 단장은 1976년 함안 출생으로 공직생활 40년 차의 베테랑 공직자다. 고용정책단을 맡기 전에는 인재개발원 인재양성과장, 경남도의회 사무처 문화복지 수석전문위원, 의령부군수 등을 거쳤다. 2016년 7월 7일부로 고용정책단에서 업무를 시작한 그는 대외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업무를 맡았다. 조선업의 위기로 경남 경제가 위태롭게 흔들린 시기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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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진옥 경남고용정책단 단장. / 이종현 기자

"좋지 않은 상황에서 업무를 맡게 됐습니다. 고용정책단은 경남도의 고용을 담당하는 부서로서 조선업 위기를 무척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조선업의 위기는 몇 개 기업이 위태로운 걸로 끝나지 않습니다.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조선업계와 연관되어 있는 기업들이 흔들림으로써 경남도 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사태 발생 후 지금까지 위기 극복을 위한 여러 사업을 진행하는 등 나름대로의 대처를 하고 있지만,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앞으로도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일자리 걱정 없는 브라보 경남 건설

고용정책단의 슬로건은 '일자리 걱정 없는 브라보 경남 건설'이다. 일자리 창출이 최고의 복지라는 곽 단장의 이념 아래, 좋은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게 고용정책단의 역할이자 목표라고 한다.

"일자리 창출이야말로 최소한이자 최대한의 복지라고 생각합니다. 경남도 고용 활성화를 위해 열심히 뛰는 게 저희 역할이죠."

17명으로 구성된 고용정책단은 내부적으로 '고용정책담당', '청년일자리담당', '공공일자리담당', '사회적기업담당' 등 4개 담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담당마다 자신에게 주어진 부문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 필요에 따라 상호 소통하며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고용정책단의 핵심인 고용정책담당을 필두로, 수요자에 맞춤형 일자리 창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용정책담당은 주요업무계획 수립과 지역고용시책 개발 등, 정책단의 중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청년일자리담당은 청년 일자리 창출·육성의 기획과 운영 등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공공일자리 담당은 공공일자리 사업의 기본계획을 수립, 시책을 발굴하는 게 주요 과제입니다. 사회적기업담당은 사회적기업 및 마을기업의 육성과 기획, 관련된 법규를 손보거나 민관협의회를 운영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고용정책단의 업무는 고용정책단 하나로 주도하는 사업보다는 여러 부서와 협력하는 사업이 많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표를 위해 분기별 추진 실적을 점검하고 있다. 2016년도 3분기까지 124개 사업, 7만 8767개 일자리를 창출했고, 9495억 원의 예산이 집행됐다고 한다.

"일자리라는 건 결국 일자리를 만드는 주체, 기업이나 기관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기업들의 고용의지를 높이기 위해 고용우수기업 인증 제도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고용우수기업에 선정된 기업들에겐 작업환경개선비, 인건비 등의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일반 기업 채용 외에 취약계층 등을 위한 '맞춤형' 고용 정책도 진행하고 있다고.

"구직 활동이 어려운 취약계층에는 직접적으로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2016년에 지역공동체 일자리 사업으로 1000여 명, 공공근로 사업에 3000여 명 등의 일자리를 창출했습니다. 사회적기업이나 마을기업의 육성·지원 차원에서 일자리를 주선하거나 연계해 주기도 하고요. 공백 없는 취업 정책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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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진옥 경남고용정책단 단장. / 이종현 기자

"조선업 위기 대응에 총력 기울여"

'경남 고용'의 시각에서 봤을 때 2016년은 큰 위기의 해였다. 사회 전반적인 경기침체에다가 조선업 위기로 직격탄을 맞았다.

"경남의 주력산업인 조선·기계 산업이 어렵습니다. 특히 조선업 위기가 무척 심각합니다. 창원, 거제, 통영, 사천, 고성 등 5개 지역이 조선업 소재 지역, 김해, 양산, 함안이 기자재 밀집 지역이거든요. 2015년 12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조선산업 구조조정으로 2만여 명이 실직했습니다. 아직 사태가 수습된 것도 아니고요."

이런 어려운 상황이기에 고용정책단의 업무는 더욱 바빠진다.

"우선 조선업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5월에 행정부지사를 단장으로 하는 조선업 위기극복대책단을 구성해서 구조조정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대체 일자리를 발굴하는 데 힘 쏟고 있습니다. 지난 8월부터는 창원과 거제에 조선업 희망센터를 설립했습니다. 조선업 위기로 실직한 분들께 실업급여나 취업알선, 직업훈련, 생계안정, 심리안정 등이 주요 업무입니다."

사실 조선업 위기라는 국가적 위기에 경남도라는 지방자치단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한정적이다.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의 규모도 필요액에 비해 턱없이 적다. 고용정책단은 이렇게 어려운 사정 가운데에도 최선의, 최대한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상 최악의 조선업 위기입니다. 이를 극복하기엔 도비 재원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노동부의 공모 사업에 응모할 예정입니다. 공모에서 뽑힌다면 일정 비용을 국비로 지원받을 수 있으니까요. 구체적으로는 조선업종 밀집지역의 재취업 지원과 대체일자리 발굴, 맞춤형 컨설팅, 창업·채용박람회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의 시각으로 접근

곽 단장은 인터뷰 내내 '고용'에 대해 공급자(공공기관·고용정책단)가 아니라 수요자(구인 기업·기관)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공공기관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해 활동하다 보면 현장에 맞지 않은 사업으로 진행돼 성과를 내지 못 하는 경우가 있다"며, 산업계에 대한 이해와 소통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고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공공기관이 아니라 기업의 입장에 설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 구인을 하는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지원이나 사람이 있기 마련이죠. 산업계 인사들과 소통해 어떤 사람을 필요로 하는지,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세세하게 묻고 있습니다."

고용은 공공기관과 산업계만의 일이 아니다. 학교와 산업계의 협력도 무척이나 중요하다. 고용정책단은 학교와 산업계의 가교 역할도 하고 있다.

"대학 취업의 현실과 문제점, 그 대책과 협조사항 등을 돕는 대학취업지원회를 개최, 지원하고 있습니다. 특성화고교 졸업생 취업을 위한 '경남 하이트랙'도 진행하고 있는데요. 특성화고 학생의 취업을 산업계에 따른 맞춤형 교육을 하고, 졸업 후 우선 취업하도록 하는 사업입니다. 이밖에도 대학생들의 창업을 돕기 위한 센터 운영 등, 산업계와 교육계 사이에서 조율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사정 가운데 경남 고용은 소정의 성과를 거두기도했다.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전국 일자리 대상'에서 경남도가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된 것, 고용노동부 공모사업에 응모해 지난해 대비 390% 수준의 국비를 확보해 역대 최대 일자리 예산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곽 단장은 이런 내용을 말하면서도 반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게 없는 것은 아닙니다. 평소 같으면 자랑할 만한 성과가 있었기도 하고요. 하지만 마음을 놓기에는 지금 상황이 썩 좋지 않습니다. 우선 2016년에 아쉬웠던 부분을 확인, 반성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쉬웠던 부분을 보완한 내년도 계획 설립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곽 단장은 2016년 고용정책단 활동 중 아쉬웠던 부분과 내년도 계획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경남형 기업트랙, 하이트랙 등을 진행했지만, 산업 분야가 조선·기계 산업에 편중한 것이 아니냐는 문제가 떠올랐습니다. 자연히 이공계 중심의 기업들과 협약을 맺게 되면서, 인문계 구직자들은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적었죠. 2017년에는 관광·의료·금융 등의 기업들과 협약을 맺어, 인문계열 구직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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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진옥 경남고용정책단 단장. / 이종현 기자

고용불황 극복, 산업계 전체 개선 필요

각종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고용을 늘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한계가 명확하다. 경남의 주력 산업인 조선·기계 산업의 전망이 밝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순 제조업 위주의 기계 산업 기술을 향상하고, 새로운 동력산업을 발굴해야 한다는 게 곽 단장의 주장이다.

"경남 산업의 핵심인 기계 산업은 일견 안정적이게 보일 수는 있지만 개선점이 많습니다. 핵심부품의 국산화율이 저조하고 단순 제조업 위주인 것 등인데요. 앞으로 중저위 기술 수준에 머물러 있는 기계·소재부품산업의 기술을 향상하고, 설비를 스마트화해야 합니다. 노후 산업단지의 구조 주도화도 필요하고요."

산업계 전체 역량 향상이 필요하다는 그는, 이를 위해서는 산업계, 교육계 등과의 협업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경남도에서 '기술 향상시켜야 한다'고 한다고 해서 없던 기술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당연히 유관 기관과의 협업이 필수적이죠. 기술 향상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 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경남금형공업협동조합과 협업해 '금형 CNC 가공조립 기술자 양성 사업', 한국폴리텍대학 등과 함께하는 '항공클러스터 인력 양성 사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경남 청년 실업률 9.2%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6년 3분기까지의 자료에 따르면 전국 청년실업률은 전국 9.3%, 경남도 9.2%다. 전국 실업률보다 경남도의 실업률이 낮다고는 하지만, 차이가 미미해 의미 있는 수치는 아니다. 전년도 3분기 경남도 청년실업률 8.5%에 비해서도 0.7% 늘어난 수치다. 게다가 통계청 분석 기준 기준상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은 비경제활동인구로 실업률에 포함되지 않는 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들 역시 실업률에 포함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실업률은 통계청 자료 이상일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경남 고용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지고 있던 그는 청년 실업이라는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저희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청년 실업 문제는 갑작스레 등장한 문제는 아닙니다. 90년대부터 지속되는 고용 없는 저성장으로 인한 것인데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생산직으로 대표되는 기존 고용창출 중심축이 아닌, 새로운 성장동력 산업군의 형성과 성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청년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청년창업 아카데미', '스타트기업 연계형 청년일자리창출 지원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예비창업가들에게 창업 교육, 멘토링 등의 활동을 지원하는 내용입니다. 스타트업기업을 발굴·지원하고, 청년구직자의 스타트업기업 취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곽 단장은 청년 창업 이외에도 여러 가지 안을 내놓았지만, 결국 사회 구조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산업·사회 구조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신산업으로 바꾸고, 서비스 산업을 선진화해야 합니다. 기존의 고학력·스펙 중심의 채용 관습도 탈피해야 하고, 청년 구직자들의 조기 노동 시장 진입을 위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도 해소되어야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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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진옥 경남고용정책단 단장. / 이종현 기자

미스매치 해소 필요

곽 단장과 청년 실업 해소, 경남 고용의 미래 등 장기적 관점에 대한 대화가 이어졌지만, 모두 당장에 실현되기는 어려운 것들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산업·사회 구조 변화가 필요하다지만, 이것은 갑자기 이뤄질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우선적으로 '미스매치'를 줄이는 게 효과적이라 생각합니다. 경남은 전국에서 공장 등록 수가 2위인데요. 다른 시도에 비해 고용 여건이 좋은 편이죠. 하지만 이것은 제조업 중심의 생산직에 한정된 것입니다.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의 경우 대기업이나 사무직을 선호하지만, 고용 여력이 있는 기업들은 생산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대학 내 전공과 일자리 간의 불일치 비율이 높은 것과도 같은 맥락인데요. 학교와 산업 현장 간의 괴리가 심각합니다. 실제로 총 25개국으로 이루어진 OECD 국가 중 전공-일자리 간 불일치 비율에서 대한민국이 1위입니다."

2016년 11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공과 직업이 불일치 한다'는 응답은 38.3% 수준이다. 10명 중 4명가량은 전공과 무관한 직업을 갖는 게 대한민국의 오늘이다.

"미스매치도 당장 개선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다만 고용정책단의 사업 중 재학 중인 학생과 기업을 연계해 주는 하이트랙·기업트랙 사업으로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기존에 진행되는 사업을 강화해 학생들이 구직 전 단계에서부터 기업의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돕고, 구직에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 등의 취업역량 강화시책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교육계와 협력해 기업에서 요구하는 인재 유형을 알리며, 산업계와 교육계, 산업계와 구직자 사이의 괴리를 줄이는 데 노력하겠습니다."

곽 단장은 "고용은 결국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며, "고용 사정이 괜찮아지기 위해서는 고용 사업이나 정책도 중요하겠지만 산업 전반의 경기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고용정책단이 지방 단위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전체 경기 악화를 극복하기에는 힘에 부치는 게 사실이다. 경남에서 구직 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전할 말은 없을까.

"취업 준비를 하는 분들 대부분이 20, 30대입니다. 저도 그 또래의 자녀를 두고 있기에 조금이나마 여러분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도내에는 우량 중소기업이 많이 있습니다. 대기업에 비해 아쉬운 부분이 있겠지만, 도내 좋은 중소기업들에도 눈을 돌려보셨으면 합니다. 도민들이 안심하고 취직할 수 있는 도내 우량기업을 찾겠습니다. 이런 기업들과 협업해 청년 채용 협약 진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구직 활동을 하는 이들에 이어 기업들에 대한 당부도 덧붙였다.

"기계화, 로봇 등 고용 없는 성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자리가 없어진다면 제품의 구매자, 소비자도 줄어들게 됩니다.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 창출입니다. 지역 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 기업들이 최고의 애국자라고 생각합니다. 도내에 숱한 청년들이 일자리가 없다고 합니다. 훌륭한 구직자들 많습니다. 저희도 많이 도울 테니 채용 늘려주셨으면 합니다."

해가 바뀌었지만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 조선업 위기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경남도의 고용 정책, 사업을 이끌어나가고 있는 곽진옥 단장. 그의 노력이 성과를 거두어 도민들은 자신이 원하는 일자리를 찾고, 기업들은 훌륭한 인재를 채용해 성장하는 2017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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