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경남 어린이 글쓰기 큰잔치 수상작

우리 아빠는 엄마와 주말부부이다. 1주일, 아니면 2주일에 한번 천안에서 진영으로 내려오신다. 진영에 오시면 우리는 목욕탕에 간다. 주말은 쉬고 싶고 게임도 해야 하는데, 아빠가 목욕탕을 가자고 하시면 "싫어"라는 말부터 나온다. 하지만, 엄마가 목욕탕을 가라고 하면 무조건 가야 한다. 엄마는 우리 집의 독재자이며 마녀이다. 말을 듣지 않으면 하루 종일 게임을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목욕탕을 갈 때마다 항상 입을 삐죽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목욕탕에 들어가면 먼저 옷을 벗고 체중계 위에 올라선다. 나는 친구들에 비해 작은 편이라 몸무게가 얼마나 늘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얼른 몸무게와 키가 자랐으면 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탕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덥고 습한 공기가 내 얼굴에 닿는데 난 그 느낌이 싫다. 여덟 살 동생과 같이 따뜻한 물과 차가운 물을 번갈아 들어가며 놀 때는 좋다. 엄마는 항상 내가 나이는 13살이면서 왜 그렇게 유치하냐고 하지만 아직 이렇게 동생과 장난치며 노는 것이 좋다. 

조금 있다 아빠는 등을 밀어달라고 한다. 등밀이 기계가 있음에도 나에게만 등을 밀어달라고 한다. 소파에 앉아 있으면 꼭 내 옆에 와서 등을 긁어 달라고 하면서 목욕탕에 와서까지 그렇게 한다. 투덜투덜 대면서 아빠의 등을 밀어주지만 밀다 보면 또 그렇게 싫지도 않다. 아빠의 등이 든든해 보이기도 하지만 조금 안쓰러워 보이기도 한다. 요즈음 계속 마음이 이랬다저랬다 한다. 엄마는 이모와 전화하면서 내가 슬슬 사춘기가 시작되는 것 같다고 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때를 다 민 뒤, 몸을 헹구고 밖으로 나간다. 수건으로 몸을 닦고 바나나 우유를 먹으며 텔레비전을 본다. 억지로 목욕탕에 왔지만 이 순간은 완전 좋다. 우리 아빠는 말수가 적은 편이다. 그런데 목욕탕 가는 동안 자꾸 학교생활이나 친구에 대해 묻는다. 귀찮은 마음에 성의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 하고 입을 닫아 버린다. 엄마가 아빠에게 시켰는지 집에서는 안 그러면서 왜 그러는지 어색하다. 하지만 목욕탕 갔다가 집에 오는 길은 개운한 기분 때문인지 괜히 내가 먼저 아빠의 어깨를 치거나 권투하는 자세를 하며 장난을 친다. 내가 거부를 하지만 아빠는 자꾸 나에게 목욕탕을 가자고 하거나 껴안고 뽀뽀를 시도한다. 제발 저리 가라고 소리를 지르지만 계속 나에게 접근한다. 

우리 집 마녀 때문에 목욕탕은 계속 가야하고 강제로 만든 아빠와의 시간이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렇게 싫지만은 않다. 아빠의 스킨십이 정말 귀찮지만 이번 주에 아빠가 내려오시면 슬쩍 옆에 가서 등을 긁어주며 내가 먼저 목욕탕 가자고 말을 해 보아야겠다.

3.jpg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