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로 동료로 사랑하며 성장하겠습니다."

최근 잇따라 치러진 각종 전국사격대회에서 창원시청 사격팀이 좋은 성적을 냈다. 고맙게도 메달 수상 소식은 창원시청 사격팀 관계자가 현장에서 SNS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당시 받은 문자메시지에서 '김민지 조용성 커플 스키트 동반 금메달'이라는 글귀가 눈길을 끌었다.

조용성(30)은 국가대표로 런던 올림픽, 도하 아시안게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바 있다. 지난해 전국체전에서는 2관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김민지(27)는 베이징 올림픽 국가대표로 출전한 이후 광저우 아시안 게임에서는 개인·단체전에서 각각 은메달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개인전 금메달과 단체전 은메달을 딴 정상급 선수다. 또 두 사람은 이번 충남 전국체전에서는 단체전에 한팀으로 출전해 은메달을 획득했다.

두 선수는 오는 11월 결혼식을 앞두고 있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결혼.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창원시청 선수들의 계속되는 출전 일정 사이에 어렵게 약속을 정해 그들을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어떻게 만나 사귀게 됐나요. 프러포즈는?

김민지: 고등학교 때부터 국가대표로 뽑히면서 그때부터 쭉 알고 지냈어요. 합숙훈련부터 각종 국외 대회 출전까지 다니면 가까워질 수밖에 없죠. 그런데 오빠가 계속해서 장난을 너무 심하게 치면서 친한 척하더라고요. 저는 정말 싫어하는 스타일이었거든요. 그래서 당시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나중에 알았지만, 그때는 저에게 관심은 있는데 표현을 못 해 그런 것이라고 하더군요. 2009년인가 제가 신종플루에 감염돼 격리조치 됐어요. 그런데 감염 걱정도 안 하고 저를 챙겨주더라고요. 그러면서 마음이 끌렸죠. 프러포즈는 오빠가 지난 연말 호텔에서 촛불, 꽃장식, 풍선 장식 해놓고 기다렸어요. 그런데 그 장면을 보고는 제가 먼저 감동받아 울어버리면서 오빠도 울고 저도 울고…. 오빠가 울면서 '나랑 결혼해 줘'라고 했어요. 그러고는 얼마나 긴장을 했던지 안주머니에 있는 반지를 못 빼서 손만 덜덜 떨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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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청 사격팀 조용성(왼쪽)·김민지 선수. 두 선수는 오는 11월 백년가약을 맺는다. /박일호 기자

사격 선수들끼리 결혼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조용성: 사격뿐 아니라 다른 종목도 선수들끼리 결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격에서는 창원시청 김종현 선수가 저희보다 몇 주 앞에 사격선수 출신과 결혼하고, 창원시청 팀에 또 다른 선수는 저희보다 한 주 뒤에 결혼합니다. 이 선수도 역시 사격 커플입니다. 아무래도 오랜 시간 같이 지내면서 서로 잘 알고 또 잘 이해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실 같이 합숙하고 훈련하면 얼굴도 더 많이 보고 가족만큼 가까워지죠. 오히려 집에 가면 더 어색할 때가 많아요. 같은 분야여서 공통분모도 많고 서로 힘들 때 도와주고 의지하고 그러면서 사랑이 싹트는 것 같아요.

사격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습니까?

조용성: 저희 아버지는 창원시청 조현진 감독입니다. 할아버지도 사격인 출신이고요. 저는 아버지 따라 사격장을 많이 다녔지만 총을 잡은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입니다. 그때 총을 한 번 쏴봤는데 잘 맞더라고요. 그게 계기가 돼서 시작을 했어요. 마산고에 다니고 있었는데 사격장과 가까운 문성고로 전학을 가서 오전에는 공부하고 오후에는 사격장 가서 아버지에게 개인교습을 받았습니다. 체계적이었지만 늦게 시작한 탓에 정말 혹독한 훈련이었습니다. 한창 방황할 시기라 그때는 힘들어서 정말 후회도 많이 했어요. 그런데 그 덕에 금방 대표 선수로 뽑혔습니다. 이후 경남대를 졸업하고 창원시청에 입단했죠.

김민지: 저는 안산이 고향인데 저도 아빠 영향으로 사격을 시작했어요. 아빠가 엘리트 선수는 아니었고 생활체육으로 늦게 사격을 했는데 꽤 잘하셨어요. 뒤늦게 사격을 접해 좋은 선수가 못됐던 것이 후회였나 봐요. 저에게 사격을 적극적으로 권유했어요. 아니 강요에 가까웠어요. 그래서 고등학교 1학년 때 본격적으로 사격을 시작했어요. 저도 오빠처럼 정말 아빠가 혹독하게 가르치고 훈련을 시켰어요. 당시에는 정말 힘들었지만 저도 후회 없어요. 성적도 그럭저럭 나오고 또 오빠도 만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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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성 선수.

아이들도 사격을 시킬 건가요?

조용성: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아이는 두 명 정도 낳자고 이야기했습니다. 사격인 집안이라 아이들이 자질이 있다면 밀어줘야죠. 그런데 딸은 사격을 시킬 생각이지만 아들은 더 고민해봐야겠습니다. 진종오 선배가 하는 권총과 소총 종목은 우리나라가 강세지만 클레이는 아직 수준 차이가 있습니다. 그나마 우리나라 여자 스키트는 알아주지만 남자 스키트는 아직 차이가 크죠. 그래서 어려운 길이라는 걸 잘 알기에 고민입니다.

대부분 스키트에 대해 생소해 하나요?

김민지: 사격은 장총으로 산탄을 쏘는 크레이사격과 권총, 소총 등 한발씩 쏘는 분야로 나뉩니다. 클레이사격은 또 트랩과 드블트랩, 스키트로 구분됩니다. 트랩·드블트랩은 어깨에 총을 대고 기다리다 아래쪽에서 나오는 접시를 맞추는 방식이에요. 스키트는 총을 들로 있다 양쪽에서 나오는 접시를 따라가며 맞추는 방식인데 자리를 옮겨가며 쏘고요. 트랩은 지구력과 근력이 더 많이 필요해서 주로 덩치 좋은 선수들이 많아요. 스키트는 체형이 좀 호리호리하면서 순발력과 민첩성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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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지 선수.

부부로서 선수로서 서로 평가하면 어떨까요.

조용성: 당연히 민지가 더 훌륭한 선수죠. 저희는 정말 성격이 확실히 다른데 서로 잘 맞습니다. 저는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못 내도 그냥 쉽게 잊고 흘려버립니다. 반대로 민지는 지고는 못사는 성격입니다. 제가 민지를 만나면서 배운 점이 끈기와 승부 근성입니다. 그래서 경기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집중하게 됐고요. 경기가 끝나도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미숙했던 점을 개선하고 보완하게 됐습니다. 민지는 반대로 제게서 참을성과 여유를 배웠다고 합니다. 민지는 경기에서 지면 분을 못 이겨 자신을 스스로 괴롭힌다고 해야 하나 그런 스타일이었어요. 좀처럼 남을 인정하지 않았어요. 그러니 스트레스도 심했을 것이고…. 그런데 이제는 남을 인정하면서 상대의 좋은 점도 배우고 스스로와 남을 대하는 여유도 찾았어요. 저희는 사귀고 서로 그런 모습을 배우면서 성적이 계속 올랐어요. 또 부부가 되면 저희는 24시간 같이 있게 되죠. 공통분모가 많아 소통도 잘되고 서로 어려움을 잘 이해하고 들어줄 수 있는 긍정적인 면이 많습니다. 반대로 싸우고 사이가 안 좋아지면 서로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것 잘 압니다. 그래서 제가 쭉 참고 배려하며 살려고요. 허허. 아무튼 사격선수로서 동반자로서 모자라는 부분을 서로 채워주고 사랑하면서 성장하겠습니다. 후배들에게도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요.

선수로서 앞으로 꿈과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조용성: 우선 2018년 창원세계사격선수권대회, 2018년 인도네시아 아시안게임, 2020년 도쿄 올림픽에 계속 출전해서 좋은 성적 내고 싶습니다. 저는 정말 스스로 만족할 만큼 열심히 훈련한 적이 없어요. 조금 하다가 겉으로 맴돌고 그랬는데…. 이제 결혼해 안정과 여유를 찾게 되면 정말 후회 없이 훈련에 몰입하려고요. 그래서 좋은 성적 내서 민지에게 선물하고 싶어요. 사격은 비교적 늦은 나이까지 할 수 있는 종목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 남자 스키트 실력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일조하고 싶습니다. 또 계속 관리 잘해서 두 사람 모두 올림픽에서 금메달 따는 것도 꿈꿔봅니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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