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께 노래 불러드리며 살고 싶어요"

'어디서 본 얼굴'이라고 갸웃하는 사람이 적지 않겠다. (구)창원에서 태어나 마산에서 고등학교(마산고)를 다녔고 대학 졸업 후 경찰이 돼 지난 2012~2013년 경남지방경찰청장을 역임한 김종양(55) 씨다. 지금은 '국제경찰'로 잘 알려진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부총재직을 맡아 일하고 있다. 김 부총재는 "그 어느 때보다 국가 안보, 국민 안전 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며 "내 경력과 경험을 살려 국가와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약한 자들의 힘이 되고자 경찰이 되다

Q. 창원 출신으로 알고 있습니다. 원래부터 이곳에 산 건가요, 아니면 부모님이 다른 지역에서 이주해 온 건가요.

"창원 북면에 김해 김씨 집성촌이 있는데 약 300년 전부터 조상이 살아오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가난한 농촌, 두메산골이죠. 초·중학교도 이곳에서 나왔어요."

Q. 그럼 북면에 아직 집이 있나요.

"예, 부모님 모두 돌아가셨는데 사셨던 집이 있어요. 어릴 때부터 제가 산 집이죠. 부산에 사는 제 형님이 관리하고 있구요. 부모님 기일이나 명절 때는 온 가족이 여기에 모입니다."

Q. 부모님 기억이 많이 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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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양 인터폴 부총재. / 고동우 기자

"중학교를 졸업하고 당시 도시지역이던 마산의 마산고에 입학하면서 혼자 자취를 했어요. 주말에 집에 와서 음식 등을 가져가곤 했는데 그때마다 어머니는 몇 km 떨어진 시외버스 주차장까지 짐을 들어주셨죠. 그때 자주 하신 말씀이 '막내야 돈 그거 뭐할라고? 돈은 있다가도 없어지는 것이니 명예를 좇도록 해라'였어요. 가난했지만 어머니 말씀은 언제나 저의 행동 기준이 되었습니다."

Q. 명예…. 그게 경찰직을 지원하게 된 배경이 됐을 거라는 생각도 드네요. 행정고시에 합격해 정부 부처 공무원으로 일하다 경찰 시험에 응시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없어졌는데 행시 출신을 경찰로 특채하는 제도가 있었어요. 사실 비주류가 되는 길이었죠. 경찰 주류는 경찰대학 출신, 간부후보생 출신이니까요. 가난한 마을에서 나고 자라서인지 약한 자들, 서민에게 힘이 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교통부 공무원이 그런 쪽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이 없잖아요. 외향적인 성격에, 워낙 활동적인 걸 좋아하는 것도 영향을 미쳤어요."

밀양 송전탑 갈등, 원칙대로 대처했다

Q. 경찰에서 주로 했던 일은 무엇이었나요. 2012년에 경남지방경찰청장이 되셨는데 경남에서 주로 근무한 건 아니죠?

"1992년 경정에 임용돼 주로 서울에서 근무했는데, 귀소본능이랄까, 승진할 때마다 경남 쪽으로 가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서 1999년 총경이 되자마자 고성경찰서장이 됐고 치안감이 되면서 경남경찰청장이 됐죠. 그 외에는 경찰청 외사국장과 기획조정관, 청와대 행정관, 미국 LA 경찰주재관 등으로 일했습니다."

Q. 경남경찰청장일 때 밀양 송전탑 건설이 강행되면서 갈등이 극심했습니다. 시민사회단체 쪽은 '과잉진압'이라며 반발했는데 어떻게 기억하시나요.

"경찰청장으로서 내 임무를 두려움 없이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밀양 주민이 미워서도 아니고 한국전력이 좋아서도 아니었습니다. 누구라도 법을 어기면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었습니다. 수녀님이라도 법을 어기면 엄정하게 해야 하는 거고 살인범도 합법적인 틀에서 무언가를 하면 도와줘야 하는 겁니다. 한전은 법 절차를 어기지 않았어요. 반대로 밀양 주민이 합법적으로 하고 한전이 불법적으로 하면 단호하게 대응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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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2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인터폴 총회에서 각국 대표와 환담하고 있는 김종양 부총재. / 김종양 씨 제공

Q. 25년 동안 경찰 생활을 했으니 많은 일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무엇인가요.

"경기경찰청장일 때인 지난해 1월 안산에서 인질극이 있었어요. 살인범이 아내의 외도를 의심해 아내의 전 남편과 막내딸을 살해한 큰 사건이었죠. 그때 현장으로 달려가 살인범과 직접 협상을 하다가 경찰특공대와 함께 그가 있던 집에 들어갔어요. 방문을 하나하나 열었는데 살인범이 없는 거예요. 무장도 안 하고 맨몸으로 들어갔는데 아찔했죠. 집을 잘못 들어왔나 생각까지 했어요. 맨 마지막 가장 구석진 방에 숨어 있더군요. 그런데 언론이 이 사건을 이상하게 보도했어요. 경찰이 제대로 상황 파악을 못한 거 아니냐, 경찰청장이 뒤늦게 나타난 거 아니냐는 거였죠. 사실 전 사건 연락을 받기 전에 남양주에서 주민 간담회를 하고 있었거든요. 끝나고 바로 달려갔구요. 당시 언론과 우리 경찰청 공보실 간에 무슨 문제가 있었던 거 같아요. 모든 사건에 경찰청장이 갈 필요는 없는 것이거든요. 다른 곳에서 지시·지휘를 해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나름 위험을 감수하고 잘 처리한 사건이, 자부심을 느낀 사건이 제대로 평가 안 된 부분이 있어 좀 아쉬웠습니다."

Q. 운동신경이 좋은가 봅니다.

"그렇습니다. 탁구, 축구, 테니스 안 해본 운동이 없죠. 탁구는 경찰관 대표로 매번 참가하기도 했구요. 노래 부르는 것도 좋아합니다. 어릴 때 접해본 문화라는 게 노래뿐이었거든요. 마산 어시장축제 때 노래 부른 적도 있고 직접 작사도 하고 그랬어요. 양로원 등에서 노래 부르면서 어르신들, 서민들 즐겁게 해드리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창원에 더 자주 가게 될 것 같다

Q. 지금 일하고 있는 인터폴은 어떤 조직인가요.

"국제 범죄, 테러, 재해 등에 대한 국가 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1956년 결성된 조직으로 전 세계 190개국이 가입해 있어요. 국제연합(UN) 다음으로 큰 국제기구입니다. 사무총국이 있는 프랑스 리옹에는 각 국의 파견경찰 820명이 상근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Q. 어떻게 인터폴 부총재가 되셨고 주로 하는 일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2012년 경찰청 외사국장 재직 당시 아시아를 대표하는 인터폴 집행위원에 당선되어 3년간 활동한 게 인연이 됐습니다. 아시아·오세아니아를 대표하는 부총재는 지난해 11월 르완다에서 개최된 제84차 총회에서 당선된 것이구요. 인터폴 집행위원회가 총재, 부총재, 집행위원 등 13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인터폴의 주요 안건을 심의·의결하고 조직을 일상적으로 관리·감독하는 일을 합니다. 인터폴 활동 중에 우리나라 파견 경찰관 증원(2명→4명)에 앞장서는 등 한국 경찰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고 자부합니다. 4년 넘게 근무하면서 축적된 국제적 인적 네트워크가 안전 문제와 관련한 국제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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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양 인터폴 부총재. / 김종양 씨 제공

Q. 지난해 승진에 실패하면서 아쉬움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경찰청장이나 서울경찰청장이 되지 못하면 명예퇴직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많은 사람의 기대가 있었는데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최선'이 제 삶의 구호예요. 저 역시 다른 사람처럼 평탄한 길만 걸어온 것은 아닙니다. 승진에 밀리기도 하고 그랬지만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려고 항상 노력했어요. 경기경찰청장도 웃으면서 그만두었습니다. 또 다른 삶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경찰청장이 됐으면 더 많은 고민을 하며 살 수 있다, 이거는 다른 일을 하라는 거구나 그렇게 생각했어요. 좌절이 있어도 잘 극복하는 편입니다."

Q. 다른 지역과 구분되는, 창원·경남 사람만의 특징이 있다면.

"다혈질이죠. 솔직하구요. 공직 생활하면서 느낀 건데 경남 사람은 질그릇 같아요.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깨지는 건 딱 5초죠. 능력은 출중한데 한 번씩 '욱' 하는 거 때문에 손해를 많이 보는 거 같아요. 한순간만 참으면 훨씬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텐데…. 제 이야기는 아닙니다.(웃음)"

Q. 지난 4월 총선 때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에 지원한 걸로 압니다. 정치에 뜻이 있는 건가요.

"북핵 위기 등 국가 안보, 국민 안전 문제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오랜 공직 생활과 인터폴 부총재 등으로 일하며 쌓은 전문성과 국제적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국가와 지역사회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어요.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앞으로 20년 이상은 왕성하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일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계속 고민하고 있고 주변 여러 사람의 조언을 듣고 있습니다."

Q. 요즘 창원·경남은 자주 오가는 편입니까. 강연 활동도 하는 거 같던데요.

"네, 전국을 다니며 강연을 하고 있는데 창원 시내 경찰서도 다 돌았죠. 경남대와 창원대에서 1주일에 한 번 강의도 하고 있습니다. 주로 인터폴 활동과 안전한 지구, 공직생활 경험 등에 대해 강의를 합니다. 퇴임하고 나니 창원 갈 일이 부쩍 많아졌네요. 앞으로 더 자주 가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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