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2번, 구충제가 일반의약품이던 시절의 추억

1년에 두 번 구충제를 복용해야 하는지 물어오는 경우가 많다. 전에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답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1년에 두 번씩 구충제를 복용해야 할 상황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고, 합당한 이유가 있을 때만 하는 것이 옳은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구충제 투여의 타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라도 '1년에 두 번' 같은 주먹구구식이 아니라 의사나 전문가의 충분한 검토와 안내에 따라 투여해야 한다.

구충제 투여를 해야 하는 경우는 어린 자녀가 있는 집에 요충 같은 접촉성 기생충 감염의 위험이 있어 가족 전체에 대한 집단 투약이 필요한 경우라든지, 해외여행 후 기생충 감염이 의심될 때 등의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오늘날 우리 국민의 장내 기생충 감염률은 회충, 편충, 구충 등 토양매개성 기생충만 볼 경우 100명 중 0.2명 정도로 크게 낮아졌고 기생충 감염에 의한 질환 빈도 또한 많이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 국민이 연 2회 구충제를 복용하는 방식의 캠페인은 이제 불필요하다고 판단된다.

구충 개념의 변화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기생충 질환은 간흡충증, 장흡충증, 요충증 등이며 감염자 수는 적지만 말라리아, 편충증, 고래회충증, 개회충증, 스파르가눔증, 톡소포자충증, 가시아메바증 환자 등도 종종 발견되고 있다. 이들 중 일반 약국에서 구입 가능한 광범위 구충제(알벤다졸이나 메벤다졸, 플루벤다졸 등)를 사용할 수 있는 경우는 요충증과 편충증 정도이며, 나머지는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항기생충 약제, 항말라리아 약제 또는 항원충제 등을 투여하거나 수술이나 다른 처치를 해야만 하는 경우들이다.

요충증이나 편충증은 약물치료도 간단하지 않다. 요충의 경우 한 번의 구충제 투여만으로는 완치할 수 없으며 단체생활을 할 경우 재발위험도 있다. 따라서 20일 간격으로 최소한 3회 이상을 투여하는 것이 구충제를 이용한 요충 치료의 기본원칙이다. 요충증을 퇴치하는 일이 이렇게 까다롭기에 의사나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한 것이다.

편충증의 경우에는 일반 구충제의 효과가 그리 신통치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이 점을 잘 모르면 구충제 1회 투여만으로 편충감염이 잘 치료된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따라서 편충 감염이 심할 경우 치료를 위해 의사나 전문가의 전문적 자문이 필요하다.

항말라리아 약제나 간흡충증, 장흡충증 등의 치료에 사용되는 구충제는 의사 처방약으로 묶여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일반인이 구입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항말라리아 약제는 말라리아 환자에 대한 치료 목적뿐만 아니라 해외여행 시에 예방약으로 복용하기도 하므로 의사 처방을 받아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어야 한다.

구충제, 단순하게 2번 복용 지양

이제부터라도 구충제(넓게는 항기생충 약제 전체)를 해열제나 두통약 같은 일반 약품 개념으로 생각해 1년에 두 번 복용한다는 식의 생각은 지양되어야 한다. 구충제 투여의 주요 대상인 장내 기생충 감염률이 0.2% 정도로 많이 감소했고, 남아 있는 기생충 질환의 종류는 매우 다양해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자료제공 :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소식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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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상용 한국건강관리협회 경남지부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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