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안에 NC 1선발 자리잡고 싶어요"

지난 6월 27일 2017 NC다이노스 신인 1차 지명 선수 발표일.

NC가 창단 후 첫 신인 지명이었던 2011년 8월 16일 '2012 신인 우선지명'에서 대졸 투수 노성호(현 상무)와 고졸 투수 이민호를 선택한 이래 이날 신인 지명은 여느 때보다 지역 야구 팬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NC가 처음으로 1차 지명에서 연고 지역(경남·울산·전북) 선수 중 한 명을 선택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목 빼며 기다린 발표의 순간 NC의 선택은 김해고 왼손투수 김태현이었다. NC팬들은 예상했든, 예상치 못했든 우리 지역 선수인 김태현의 지명을 환영했다.

'아기 공룡' 김태현을 김해고 연습구장인 김해 삼계야구장에서 만났다.

'아기 공룡' 김태현

Q. 우선 NC 1차 지명 축하한다. 예상하고 있었나?

"마산용마고 (나)종덕이가 1학년 때부터 잘한다고 유명해서 내가 될지 몰랐습니다. 제가 늦게 발동이 걸린 것도 있고 해서 불리할 거라 봤어요. 거의 매 경기 스카우트들이 찾아왔지만 기대는 안 했습니다. 발표 당일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있었는데 4시쯤 코치님이 숙소에 오라고 하셨어요. 그 자리에 NC 스카우트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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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고등학교 김태현 선수./강해중 기자

Q. NC 최초 연고 지역 1차 지명자다. 기분은?

"지명받은 날에도 말했지만 기분이 좋다기보다 얼떨떨했습니다. 아직 느낌이 확 와 닿지 않아요. 제가 프로에 가서 잘해야 후배들도 주목받을 수 있기 때문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Q. 주위에서 축하받았나?

"전화가 많이 왔습니다. 야구를 같이하던 선배들이 어떻게 된 거냐고, 갑자기 뽑혔냐고. 아는 사람 중에 이렇게 잘 간 사례가 처음이다, 신기하다는 전화를 많이 받았습니다."

Q. 지명받고 이틀 뒤(6월 29일) 계약금 3억 원에 입단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너무 빨리 계약한 것 아닌가?

"지명받은 후 부모님과 스카우트가 만났습니다. 계약금 때문에 눈치싸움도 한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부모님은 그런 거 좋아하지 않으셨어요. 그리고 성적도 좋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금액을 제시해줘 고민할 거 없이 계약했습니다. (부모님 반응은?) 제 앞에서는 무덤덤해 하셨어요. 어머니는 당연히 그 정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셨지만, 한 살 아래 동생이 매우 좋아했다고 전해주셨어요."

'야구해볼래?' 한마디에 시작한 야구

Q. 야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초등학교 4학년 9월이었습니다. 김해내동중학교 근처에 살았어요. 친구들이랑 동네야구를 하고 있었는데 내동중 박종호 감독님이 저를 보셨습니다. '야구해볼래?'라고 하셨어요. '모르겠는데요'라고 답했는데, 일단 차에 타라고 해서 따라간 곳이 삼성초등학교였어요. 테스트를 했는데 어느 손으로 던지는지 몰랐습니다. 다른 선수들이 오른손으로 던지기에 저도 오른손으로 던졌습니다. 못 해서 떨어졌어요. 하하. 돌아가기 전에 공을 주워 왼손으로 던졌는데 삼성초 감독님이 보시곤 다시 해보자고 하셨습니다. 거기에서 통과돼 야구를 시작하게 됐어요."

Q. 고1 때부터 주전으로 뛰었다고?

"중학교 때 많이 던져서 1학년 때는 투수보다 야수 위주로 경기에 나갔습니다. 고등학교를 부산으로 가려고 했는데 감독님이 저를 데려오셨어요. 감독님 덕분에 주전으로 나설 수 있었습니다."

Q. 본인 스스로 올해 전반기 저조하다 후반기에 성적이 올랐다고 했는데?

"컨디션 조절에 실패했어요. 봄에 맞춰 컨디션을 올려야 했는데 동계 훈련 때부터 구속이 시속 140㎞ 이상 나왔습니다. 몸 상태가 예상보다 너무 빨리 올라왔다가 2∼3월 페이스가 가라앉았어요. 4월까지 끌어올리지 못하다가 후반기가 되면서 페이스가 올라왔습니다."

(※김태현은 전반기 성적이 저조하다고 했지만 주말리그 전반기 3경기에 등판해 1승 2패 평균자책점 2.57로 나쁘지 않았다. 후반기에는 본인 말대로 5경기에 나서 2승 무패 평균자책점 0.79로 더욱 위력적인 투구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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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고등학교 김태현 선수./강해중 기자

Q. 감독은 투수로서 3박자를 모두 갖췄다고 평가했다. 스스로 생각하는 장점은?

"경기를 하다 보면 야수들이 실책할 수 있는데 이때 투수가 많이 흔들립니다. 저는 그런 거에 신경을 안 써요. 제가 멍청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수비가 실수해도 제가 막으면 된다고 마음먹어요. 그렇다 보니 야수들도 저를 믿고 수비를 잘해줘 제 성적도 좋아졌다. 야수가 무너지는 건 제가 무너지는 것과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김경환 김해고 감독은 김태현에 대해 제구력·멘탈·수비가 좋다고 칭찬했다. 김 감독은 "실책으로 주자가 나가도 흔들리지 않고, 강속구 투수임에도 제구력이 좋다. 견제능력뿐 아니라 키가 크지만 몸이 유연해 투구 후 수비도 수준급"이라고 말했다.)

Q. 메이저리그 제의를 거절했다는 기사를 봤다.

"동계 훈련 때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찾아왔습니다. 샌디에이고, 샌프란시스코, 클리블랜드 외에도 한 팀 더 왔어요. 제의는 아니고 어떻게 던지는지, 몸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물어봤습니다. 스스로 생각해도 아직 미국에 갈 실력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국내에서 실력을 더 쌓고 성장한 후에 기회가 닿으면 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랬는데 거절했다는 기사가 나오더라고요. 하하."

"흔들리지 않고 자기 야구를 하고 싶어"

Q. 쉬는 날에는 뭐하나?

"합숙훈련을 하는데 토요일 오전 연습을 마치고 집에서 일요일까지 쉽니다. 놀러 가는 걸 좋아하지 않아 웬만하면 집에서 쉬어요. 심심하면 내동중학교에 가 가볍게 러닝을 하기도 합니다. 특별한 취미는 없지만 영화 보는 걸 좋아해요. 특히 중요한 대회가 있으면 외출을 안 합니다. 괜히 나갔다가 부상당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Q. 몸 관리는 어떻게 하나?

"보약은 안 좋아해요. 야구를 시작하고부터는 좋은 음식, 안 좋은 음식 구분해 좋은 것만 먹으려 합니다. 콜라 같은 탄산음료는 입에 대지 않고, 인스턴트 음식도 잘 안 먹습니다. 이런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몸에 배었고 따로 보양식을 먹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몸 관리를 한 셈이네요."

Q. 별명이 있나?

"키가 크다고 '멀대'라 불려요. 하하."

Q. 직구 최고 구속이 148㎞라고?

"올해 동계 훈련 때 찍었습니다. 포심 외에도 투심,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을 던져요. 자신 있는 구종은 슬라이더와 투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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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고등학교 김태현 선수./강해중 기자

Q. 롤모델이 있나?

"류현진, 양현종 선배를 좋아합니다. 두 선배는 대담한 야구를 해요. 남을 신경 쓰지 않고 자기 야구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런 야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경기 운영 능력을 본받고 싶어요."

Q. 프로에 가면 선발, 구원 중 어느 포지션을 맡고 싶나?

"어렸을 때는 마무리투수를 하고 싶었습니다. 승리를 지킨다는 게 얼마나 멋있나요. 지금은 선발투수를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팀 사정상 마무리가 없어요. 제가 선발로 완투하면 되지만 완투 못 할 경우 경기 후반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요. 그래서 중요한 대회가 아니면 중간에 등판해 끝까지 던집니다."

Q. NC의 시즌 마무리 훈련에 합류하면서 프로 선수로서 출발할 텐데 목표는?

"높은 벽이 많을 겁니다. 그걸 뚫어야 살아남을 수 있어요. 일단 첫해에는 1군 경기에 나서 경험을 쌓고 싶습니다. 1군 합류를 하면 다음 단계로 5선발이 됐든, 6선발이 됐든 선발진에 자리 잡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1선발로 팀의 주축선수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5년 안에 이루고 싶어요. 한 해 잘했다가 한 해 못하는 기복 있는 선수가 아닌 꾸준하게 잘하는 투수가 되고 싶습니다. 기록적인 면에서는 탈삼진 타이틀을 차지하고 싶습니다."

Q. NC 팬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

"1차 지명 선수들은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저는 다릅니다. 저만 믿고 열심히 응원해주시면 그 믿음에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김태현은 인터뷰에서 국가대표를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했다. 언젠가 태극마크를 달고 싶다고 말했던 김태현에게 며칠 뒤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대한야구협회가 8월 30일 개막한 '제11회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대표팀 명단을 지난 7월 21일 발표했는데 그 명단에 김태현의 이름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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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고등학교 김태현 선수./강해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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