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차 산업과 협동조합, 우리 경제의 대안이죠"

요즘 뜨고 있는 '6차 산업'을 협동조합을 꾸려 구현하는 이들이 있다.

경남 진주에 있는 '6차산업협동조합'이다.

6차 산업과 협동조합을 결합한 이 이름은 전국에서 거의 처음으로 진주에서 쓰였다고 한다.

지금은 전국 곳곳에서 앞에 지역명을 붙인 많은 6차산업협동조합이 활동 중이다.

아울러 진주는 협동조합을 꾸려나가는 이들이 최근에 협의회를 구성,

협동조합끼리 서로 돕고 힘을 모으며 개별 조합보다 더 큰 공동체를 형성해 나가고 있는 곳이다. 6차산업협동조합과 진주시협동조합협의회를 이끄는 김민석(52) 이사장을 만났다.

협동조합과 6차 산업을 택한 까닭

'6차 산업'은 1차 산업인 농수산업과 2차 산업인 제조업, 3차 산업인 서비스업이 복합된 산업을 뜻한다. '6차산업협동조합'은 지난 2014년 11월 창립했다. 우선 협동조합을 택한 계기는 이렇다.

"저희(6차산업협동조합 이사들)가 원래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안에서 시니어 창업 프로그램을 2년에 걸쳐 운영했어요. 첫해에 7기까지, 두 번째 해에도 7기 정도까지 배출한 것 같네요. 기수마다 동기회를 꾸렸는데, 그 과정을 끝내면서 여러모로 아쉽다는 반응이 많았죠. 한 달간 프로그램이 끝나면, 생업으로 돌아가 협업이 안 되니까요. 함께 비즈니스를 할 수 있도록 협업 과정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이 나왔어요. 의논을 해보니 제일 바람직한 형태가 협동조합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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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석 6차산업협동조합 이사장. / 박일호 기자

그렇다면, 왜 6차 산업이어야 했을까. "시니어 창업 프로그램에 참여하신 분들이 대부분 농장을 소유하거나 농업이나 귀촌 등에 관심이 있던 분이었죠. 프로그램은 지역별 특성화가 필요했는데, 진주를 비롯한 서부 경남지역은 약초 생산과 가공, 농산물 가공 등이 비교적 활발하니 6차 산업이 좋겠다고 판단했죠. 자기 농장을 공개해 체험 형태로 만들고 싶어 하는 분도 뜻밖에 많았고, 웹 마케팅 관련 기술을 보유한 이도 참여하고 있어서 홈페이지를 만들어 인터넷 판매망을 구축할 수도 있었습니다."

인터넷 판매망인 '바우샵'(baushop.kr)은 2015년 초에 문을 열었다. 운영 2년째인데, 아직 시작 단계로 봐달라고 한다. 홈페이지 들어가 보니 흑마늘 선식, 블루베리즙, 즉석 산채비빔밥 등 다양한 물건을 팔고 있다. 농산물, 가공식품, 체험장, 펜션 등이 소개돼 있고, 수익 목적보다는 정보 제공 차원에서 운영 중이다. '바우샵'을 통해 각 농장 체험 프로그램을 연계하고 있으며, 각종 판매 대행도 이뤄지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6차 산업 판매 회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해외시장 문도 두드려 봐야죠"

6차산업협동조합은 이사 6명, 준이사(운영 이사) 4~5명 등으로 구성돼 있다. '바우샵' 홈페이지에 물건을 입점했거나 사는 회원들도 넓게는 조합원에 포함된다. 홈페이지 입점에는 6만 원을 받고 있는데, 각 제품 상세 페이지를 만들어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 등을 넣고, 가장 중요한 '이야기(Story)'를 입혀 홍보한다.

조합 이사들은 매달 둘째와 넷째 주 목요일에 직접 만나 비즈니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창립 당시에는 진주 등 서부 경남지역 출신이 많았지만, 사업이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참여자들도 다양해지고 있다. 김 이사장은 경북 안동과 진주를 오가고 있다. "안동도 벌꿀 관련 사업과 체험 프로그램 등을 확장하고 있고, 저희 사례를 벤치마킹하려는 곳이 많은데, 제주도 쪽에도 발을 뻗는 중입니다. 정부 지원사업 계획서 작성이나 협업 과정 등을 조언하고 있고요. 6차 산업 아이템과 사업화는 웹에서 일어나기에 굳이 장소를 한정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물건 판매도 전국적으로 하고 있고요."

해외 진출도 야심 차게 준비 중이다.

"요즘 관심을 두고 있는 게 해외시장입니다. 우리나라 K-PLAZA(한국관 상설 전시 판매장)가 많이 열리거든요. 중국에서 주로 하는데, 제의가 계속 들어오고 있습니다. 또 사후 면세점(Tax Refund Shop·외국인이 물건을 사면 출국할 때 면세 혜택을 주는 면세 판매장)에서도 가장 인기가 좋은 것이 식품과 화장품, 바이오산업입니다. 농사짓는 사람들 대부분이 이런 것을 모릅니다. 그래서 저희가 중간에 대행해주는 거죠. 우리 사이트를 해외에서도 열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고, 해외직구 등이 이뤄지도록 오프라인 쪽도 확장을 시도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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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석 6차산업협동조합 이사장. / 박일호 기자

전국에서는 보기 드물게 농촌 창업과 관련한 엔젤투자(Angel Investment·개개인이 돈을 모아 창업하는 벤처기업에 필요한 자금을 대고 주식 등으로 그 대가를 받는 투자 형태) 마트를 열기도 했다. 일종의 투자 박람회였는데, 성공 사례도 나왔다. 일명 힐링 채소로 '새싹삼'을 판매하는 산애삼 영농조합법인과 농업회사법인 드림팜, '앉은뱅이밀'로 이름난 진주시 금곡면에 있는 밀알영농조합법인 등이 그 예다. 6차산업협동조합은 밀알영농조합과 체험장을 함께 쓰면서 체험 프로그램도 공유하고 있다.

왜 6차 산업인가

6차산업협동조합이 '6차 산업'에 주목하고 열의를 보이는 이유가 있다.

"농업은 1차 산업입니다. 밀 농사를 예로 들면, 재배한 밀을 사들여 따로 빵, 라면, 피자 등이 이렇게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고요. 밀 수확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가공식품도 만들고, 문화 체험도 할 수 있다는 얘기죠. 부가가치 창출 효과로 보면, 체험이 생산의 최소 10배 이상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6차 산업이 뜨고 있죠. 6차 산업 시스템은 혼자서 절대로 만들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협동조합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비즈니스 문제는 비즈니스와 협업으로 풀어야지, 협동조합이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으면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6차 산업'은 유통 구조를 혁신하는 일이기도 하다. 먼저 현재 유통 구조의 문제점을 들어보자.

"진주에서 농사를 짓고 소비자와 만날 방법 중에는 유통 중심지라는 서울 양재동으로 작물을 올리는 것이 있습니다. 이처럼 유통업체로 물건을 전달해 판매하면 가격을 자신이 결정할 수 없습니다. 생산한 작물을 차에 싣고 내리고, 중간에 포장도 하고 유통하면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인건비 등이 쓰여 판매 수수료가 들어갑니다. 농민한테 실제로 돌아오는 수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죠."

김 이사장은 이런 상황에서 직거래를 고민해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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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석 6차산업협동조합 이사장. / 박일호 기자

"경남 농산물을 실제로 서울 영등포구에 가서 팔려고 해봤는데요. 구청과 협의도 됐지만, 결국 판매를 못 했습니다. 왜냐하면, 영등포구청에서 판매하게 되면, 지역 소상공인과 마트에서 난리가 납니다. 이렇게 오프라인에서는 지역 상권과 맞물려 판매가 거의 어려운 실정이죠. 방법은 뭘까요? 가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오게 하는 겁니다. 농촌의 편안함과 쾌적함(Amenity)을 무기로 온라인으로 '여기 와보세요', '소량으로 주문해 맛보세요'라고 끊임없이 홍보하는 겁니다. 한 번 구매하거나 경험해본 이들은 재구매하거나 다른 이들에게 소개하기 때문에 파급 효과도 있습니다. 이것이 농업이 1차 산업의 한계를 뛰어넘고 유통 구조를 극복할 방법이죠. 유통 마진이 빠져 가격이 쌀 수밖에 없고, 제품 질이 떨어질 우려도 없고요. 농사짓는 분한테도 손해가 아니고, 사는 분한테도 이익이죠."

'협동조합들의 협동' 진주협동조합협의회

IMF 시기 전후로 김 이사장은 아버지와 함께 고향인 진주로 왔다. 그는 숭실대 겸임교수로도 활동하며 오래전부터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등에 관한 연구를 해왔다. 경영학 가운데 '창업'을 전공한 박사이기도 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론에는 한계가 있고 실제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는 6차산업협동조합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지역을 생각하면서 창업이나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해봤는데, 그때부터 사회적 자본과 네트워크, 커뮤니티 등에 빠지게 된 것 같습니다. 유럽 선진 사례는 정말 많은데, 경남에서도 비즈니스 모델과 성공 사례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막상 6차산업협동조합을 꾸려 인터넷 판매망 등을 구축했지만, 동시에 한계도 안고 있다. 가공식품을 만들고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하면, 반드시 소비하는 이들이 있어야 한다. 이를 보완하고자 협동조합끼리 힘을 모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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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석 6차산업협동조합 이사장. / 박일호 기자

올 7월 22일 진주시협동조합협의회가 창립했다. 경남에서 시·군 협동조합협의회가 생긴 것은 창원시에 이어 진주가 두 번째였다. 6차산업협동조합, 사나래사회적협동조합, 비전교육협동조합, 숨쉬는마을협동조합, 한살림생활협동조합, 행복중심생활협동조합, 아이쿱생활협동조합, 진주운돌협동조합, 한국심리협동조합, 허니드림협동조합, 슈퍼마켓 공동 브랜드인 '코사마트' 등이 참여하기로 했다.

"진주협동조합협의회에 아이쿱생협, 한살림, 행복중심생협 등 소비자 협동조합이 참여하고 있는데요. 장기적으로 보면 이들을 위해서 필요한 물품을 언제든지 확보해줄 수 있고, 저희가 생산자와 연결고리가 되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협의회 안에서 상호 거래를 통해 서로 이익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행사를 할 때 쓰이는 꽃은 화원협동조합에서 사주고, 물건뿐만이 아니라 다른 체험이나 교육 프로그램도 소개해주거나 공유할 수 있고요."

협동조합, 대기업에는 유쾌하지 않은 존재?

협동조합은 대기업이 장악한 유통 구조를 혁신하고 경제민주화를 앞당길 해결책이 된다고 김 이사장은 확신한다. "대기업이 볼 때 협동조합은 별로 유쾌한 존재가 아닙니다. 일례로 여러 생협이 대기업과는 상관없이 별도 소비문화로 자리를 잡았잖아요. 노키아가 몰락해 핀란드가 살아났다는 얘기가 있는데요. 대기업이 망하니 사장돼 있던 아이디어가 비즈니스 형태로 튀어나와 창의적인 상품 개발로 이어져 핀란드 경제가 예전보다 더 잘 돌아간다는 겁니다. 삼성이 망해야 한국이 산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삼성이 안 망해도 다양한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기업, 중소기업, 하도급 기업으로 이어지는 관리 형태와 구조를 깨야 합니다. 협동조합은 여기 어디에도 들어가지 않거든요."

또한 김 이사장은 우리나라에서도 협동조합 성공 사례가 나올 것이라고 단언한다.

"전 세계 시장을 좌지우지한다는 썬키스트가 협동조합입니다. 우리나라도 이런 사례가 나올 수 있습니다. 사실 협동조합으로 출발해 돈을 많이 벌게 된 기업이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헌 활동을 하는 사회적기업이 되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소비자 생활협동조합은 자리를 잡았다고 보지만, 협동조합 기본법에 따라 만들어진 협동조합 대부분이 자본금은 얼마 안 되고 수익성이 명확히 안 떠오르는 게 현실적인 문제죠. 실패 사례만 나오는 상황인데, 사회적기업이든 협동조합이든 충분한 재원을 확보해야 사회공헌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 일자리 창출과 소득 재분배를 위한 협동조합에 더 많은 사람이 열광할 것입니다. 여기에 진주협동조합협의회도 비전을 제시해야겠습니다."

협동조합에 관한 오해와 편견 깨야

우리에게 협동조합을 둘러싼 오해와 편견은 없을까. 김 이사장은 이것을 깨야 한다고 강조한다.

"협동조합에 관한 가장 큰 오해는 협동조합을 진보나 좌파로 보는 시각입니다. 우리나라의 복지 측면에서 노령화에 따라 연금을 계속 주면 나라는 망할 겁니다. 연금이 아니라 일자리를 줘야 합니다. 생산이 복지가 돼야 하죠. 생산형 복지인데, 협동조합만큼 좋은 대안은 없습니다. 유럽과 미국 등 서구 예가 다 그렇습니다. 학문적으로 협동조합은 사실상 생산력 분배를 위한 하나의 방침이거든요. 그래서 협동조합은 진보적인 이론이기도 하지만, 가장 보수적인 이론입니다. 과거 두레, 향약 등도 나라님이 가난을 못 없애니 더불어 사는 것을 대안으로 삼던 풍습이었습니다. 가장 보수적인 개념이 협업, 협동조합이죠. 그런데 협동조합을 진보, 심하게는 종북으로 오해하는 상황입니다. 이걸 극복하면 협동조합은 우리나라 사회 근간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오해만 사라진다면 농촌에도, 경제민주화에도 협동조합이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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