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빠가 무서워?

"예지가 요즘 자기를 좀 무서워하는 것 같아."

아내가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 거야.

마른하늘에 날벼락도 유분수지 무섭다니! 무섭다니!

억울할 수밖에 없었어.

가끔 딸이 무리한 행동을 하면 나무라기는 해.

하지만, 충분히 감성 성장 수준을 고려한다고.

아주 신중하게 한마디 하는 정도지.

게다가 평소 딸 기분 맞추는 거에 비하면

새 발의 피의 피피피… 수준이거든.

"뭐라 하는 것은 내가 할 테니 자기는 될 수 있으면 좋게만 대해."

이유야 어떻든 아내 얘기에는 짠한 생각이 들었어.

강철 심장, 무쇠 멘탈인 아내는 태어나기 전에 아빠가 돌아가셨거든.

갑자기 딸에게 좋은 아빠가 된다는 것과

아내가 그리는 좋은 아빠가 된다는 것을

함께 생각하게 됐어. 역시 어렵더군.

딸 좋은 생각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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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 서동진 기자.
 

2. 엄마가 무서워?

아내는 딸에게 강요하는 스타일은 아니야.

학교 숙제 정도야 챙기지만 하지 않았다고 재촉하지도 않지.

"예지, 숙제했니?"

"아니요, 좀 놀다가 하면 안 돼요?"

"그러렴."

"예지, 숙제했니?"

"아니요, 동영상 좀 보고 하면 안 돼요?"

"그러렴."

"예지, 숙제했니?"

"아니요, TV 좀 보고 하면 안 돼요?"

"그러렴."

"예지, 숙제했니?"

"아니요."

"숙제는 해야지. 계속 미루면 되겠니? 어서 숙제부터 해!"

평소 나에게 발휘하는 인내력을 고려하면

아내는 두 번째쯤 벌써 임계점을 넘었을 거야.

그런데도 딸은…

"엄마, 요즘 무서워."

한마디 남기고 책상으로 향하더군.

아내는 엄청난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난 또 아빠만 무서운 게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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