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란(명태의 알) 하면 짜디짠 젓갈이 떠오르겠지만 세상은 나날이 진화한다. 같은 젓갈이지만 요즘은 염도가 4% 수준인 명란젓이 나와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염도 15% 이상의 맵고 짠 젓갈은 밥과 함께 먹는 것 외에 다른 방도가 없으나 저염 명란은 구이부터 빵, 파스타, 국물 요리까지 선택지가 무궁무진하다.

다루기도 쉽다. 그냥 먹어도 알알이 터지는 그 맛이 일품이기에 적당히 굽거나 파스타 등 요리 막판에 슬쩍 섞어 주는 것만으로 훌륭한 맛을 선사한다. 어떤 이는 라면에도 명란을 넣어 먹는다.

아쉬움이 있다면 냉동 상태가 아닌 생명란은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명태 자체가 한반도 해역에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라 전량이 러시아 등 다른 나라에서 수입된다.

생명란이 있었다면 굳이 저염 명란을 쓸 것도 없이 훨씬 더 신선하고 촉촉한 맛을 즐길 수 있을 텐데 원통할 따름이다. 아무리 저염 명란이라 하더라도 보존제나 색소 등 화학첨가물·조미료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 더더욱 안타깝다.

허나 누굴 원망하랴. 지구 온난화와 남획의 결과라니 '하찮은'(?) 명란 앞에서도 인간들은 자신의 악행을 반성하고 또 반성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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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란파스타. / 고동우 기자

명란파스타

명란을 활용한 파스타로 익숙한 게 무엇인지? 아마 명란크림파스타일 게다.

짭짤하고 감칠맛 나는 명란과 고소한 크림이 어우러져 나쁘지 않은 맛을 내긴 하나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다. 크림이 고소함을 넘어 느끼한 경우가 많고 명란 그 자체의 맛은 쪼그라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담백하게, 심플하게 '알리오 올리오' 베이스로 가자. 마늘이 잔뜩 들어간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에 명란만 섞으면 되니 만들기도 수월하다.

팬에 올리브유를 넉넉히 두르고 약한 불에서 마늘을 굽기 시작한다. 마늘은 당연히 신선할수록 좋고 '다다익선' 많이 넣을수록 좋다.

마늘을 구울 때는 소금을 살짝 넣어 간도 한다. 마늘을 굽는 중간쯤에 이탈리오 고추인 페페론치노를 으깨 넣으면 느끼한 기름 맛도 제어되고 좋은데 페페론치노가 없으면 마른고추나 청양고추로 대신하면 된다.

파스타면도 삶고 있어야 한다. 이 연재를 통해 몇 번 설명했으니 더 말하면 입 아프지만 물 1ℓ당 소금 1큰술도 잊지 말자. 면 자체에 간을 하는 공정이므로 의외로 중요하다.

센 불 상태에서 물이 팔팔 끓을 때 면을 넣어 '요이 땅' 해서 파스타면 봉지에 써 있는 시간보다 1~2분 정도 덜 삶으면 된다. 마늘+오일에 볶는 시간을 감안해서.

오일에 마늘 향이 물씬 풍기면 다 온 것이다. 삶은 파스타면을 팬에 넣고 볶기 시작한다. 면에 오일이 달라붙도록 골고루 휘저어 가면서. 뻑뻑하다 싶으면 면 삶은 물(면수)를 중간중간 넣어주면 된다. 면을 투하하기 전 오일에 면수 약간을 더해 함께 끓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명란이 등장할 차례다. 명란은 저염 명란을 써도 되고 아니면 해동된 상태로 파는 명란에 소금을 양념을 했다가 써도 된다.

명란을 넣는 시점은 알리오 올리오가 완성된 뒤라 생각하면 된다. 그냥 먹어도 되는 명란이므로, 굳이 '굽는' 단계까지 갈 거 없이 완성된 파스타에 섞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팬과 면에 잔열이 남아 있어 이 정도로도 명란이 익는다. 파스타 곳곳에 알알이 퍼지면서 진한 감칠맛을 선사한다.

명란 양 조절이 궁금할 텐데, 저염 명란 맛이 의외로 강하므로 너무 많이 넣지 않아도 된다.

다 완성된 뒤에는 파슬리(가루)를 다져 넣어 향을 더한다.

간단하게 설명했지만 이 파스타의 핵심은 결국 알리오 올리오다. 많은 사람이 도전하나 제대로 된 맛을 내지 못해 끙끙대는. 어쩔 수 없이 치즈 등을 퍼부어 맛을 좋게 하기보다는 '개악'하게 되는.

앞서 언급한 '진한 마늘향'에 모든 진실이 담겨 있다. 좋은 마늘, 다량의 마늘이 맛을 결정한다. '명란'이라는 안전판도 있으니 오일 베이스 명란파스타는 실패 확률이 더 적을 수 있다. 도전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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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란구이. / 고동우 기자

명란구이

명란구이는 팬에 일반 식용유나 참기름을 두르고 그냥 구우면 되니 레시피로 소개하기 좀 민망하다.

포인트가 있다면 속까지 익게 굽기보다는 '레어 스테이크' 굽듯 겉은 바삭·노릇노릇 속은 명란 자체 맛이 살아 있게 촉촉하게 구우라는 것이다.

당연히 센 불이어야 한다. 센 불에서 겉면을 익히고 불을 줄여 속의 익는 정도를 조절한다.

명란구이 단점 중 하나는 일부가 '알알이' 터지는 걸 막을 수 없어 팬과 가스레인지 주변이 어지러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깊이가 있는 팬을 쓰거나 명란에 미리 기름을 발라 구우면 어느 정도 이를 막을 수 있다.

명란은 파스타와 마찬가지로 저염 명란을 써도 되고 해동 명란을 소금 양념해 구어도 된다.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마요네즈를 곁들이면 더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반찬으로도 좋지만 술, 특히 맥주 안주로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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