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판은 영향력 큰 또 하나의 매체가 될 것이다"

건물 밖 일정한 곳에 설치해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한 광고물인 옥외광고 시장이 지난 1월 관련 법 개정으로 변혁의 중심에 서 있다. 정부는 이전 옥외광고를 관리와 규제 대상으로만 바라보던 시각에서 산업으로 육성해야 할 진흥의 관점으로 패러다임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옥외광고는 한 명의 광고주만이 활용할 수 있는 고정형 이미지인 빌보드, 영상으로 다양한 광고주가 활용 가능한 전광판 광고, 고속도로 등에서 자주 봤을 법한 교통상황판 광고 등이 있다. 특히 최근에는 선명한 화질과 입체적인 동영상을 보여주는 LED 전광판이 주목받고 있다. 경남은 아직 전광판 광고가 활성화되지 않아 전광판이 열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다. 이마저도 제대로 작동되는 건 다섯 손가락 안이다. 수도권에 제작·관리 업체가 집중돼 있어 활성화에 유리한 조건도 아니었다. 전광판 제작·운영비가 비싸도, A/S 기간이 오래 걸려도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이에 기술력과 합리적 가격으로 도전장을 내민 지역 업체가 있다. 경남 창원시 의창구 봉암동에 사무실을 둔 KN LED 권경혜(52)·조경구(56) 공동대표를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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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N LED 조경구 대표와 권경혜 대표./김구연 기자

시작은 LED 플라워 조명

기자가 이들을 처음 만난 건 '2013 경남 창원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에서였다. 그해 4월 'KN LED'를 설립해 예비창업자들에게 LED 간판을 홍보하고자 박람회에 참석했다고 했다. 2016년 4월에 다시 만났으니 3주년이라는 의미를 더한 만남이었다. "3년간 치열하게 살아왔노라"라고 말하는 성과들을 앞에 두고 마주 앉았다. 공동 대표의 첫 만남부터 현재 고민과 먼 미래까지 풍성한 이야기가 쏟아졌다.

대기업에서 컴퓨터 개발 경력만 30년이 넘는 조경구 대표는 컴퓨터 프로그램 제작 교과서로 쓰이기도 한 <클리퍼 5.0>(크라운출판사)을 출간할 만큼 다양한 소프트웨어 구축과 운용 경험이 있다. 조 대표가 전국 250개 체인점을 가진 PC방 본점을 운영한 시기에 권경혜 대표는 LED 플라워 조명사업을 하고 있었다. 권 대표는 LED 플라워 시장조사 등을 위해 중국을 몇 차례 다녀오며 중국 전광판 시장에 관심을 뒀다. 권 대표는 중국에서 30층 건물 한 면이 LED 전광판으로 설치돼 영상이 움직이는 모습은 문화적 충격이었다고 회상했다. 실내 인테리어 조언자로 인연이 닿은 조 대표에게 몇 차례 사업 아이템을 논의하면서 자연스럽게 공동 대표가 돼 KN LED를 설립했다.

KN LED는 첫해는 개인사업자(휴대전화가게·빵집·약국·부동산 등) 등을 대상으로 동영상·그래픽을 활용한 LED 간판 제작으로 수익을 냈다. 글자 간판은 20만 원부터였다. 지금은 기존 간판에 전광판을 붙이는 하이브리드 간판, 동영상 그래픽 제작 기술을 바탕으로 한 초고화질 전광판 제작에 주력하고 있다. 매출은 해마다 5배씩 껑충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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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N LED 조경구 대표와 권경혜 대표./김구연 기자

조 대표는 앞으로의 옥외광고 시장 확장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이 올해 1월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로 법명과 내용이 개정됐어요. 정부가 옥외광고를 민원의 대상이 아닌 산업으로 인식했고 진흥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거죠. 그간 관리법은 시대 변화와 광고 수단의 발전은 고려하지 않은 채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로 작용해 왔고 전광판 등 관련 업체 역시 일부 상위업체가 독점하다시피 하며 안정적으로 운영해 왔어요."

옥외광고물 산업의 수요와 성장은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옥외광고물 산업은 매출액 연평균 증가율이 19%로 전체 광고시장 증가율의 3배에 이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공개한 '2015 광고산업 통계조사'(2014년 기준) 결과에 따르면 옥외광고가 1조 5104억 원으로 전체 매체 광고비 10조 7806억 원의 14%를 차지한다. 온라인(2조 4029억 원), 지상파TV(2조 825억 원)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신문은 7867억 원, 잡지는 4384억 원, 라디오는 2667억 원으로 각각 7·8·9위를 차지했다.

이에 정부는 2014년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개정 움직임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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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N LED 조경구 대표와 권경혜 대표./김구연 기자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제1조에서 옥외광고물의 표시·설치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하여 아름다운 경관과 미풍양속을 보존하고 공중(公衆)에 대한 위해(危害)를 방지하며 건강하고 쾌적한 생활환경을 조성함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올해 1월 개정한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은 목적부터 달라졌다. 제1조에서 옥외광고물의 표시·설치 등에 관한 사항과 옥외광고물의 질적 향상을 위한 기반 조성에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안전하고 쾌적한 생활환경을 조성하고 옥외광고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조 대표는 "부산, 대구만 해도 전광판 운영이 그나마 활성화돼 있다. 부산 로터리에는 3~4개의 전광판을 볼 수 있다. 경남은 아직 너무 보수적이다. 기술성·안정성을 강화하고 있음에도 운전자 시야 방해 등 민원을 이유로 시도조차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력으로 넘지 못할 한계는 없다"

권 대표는 3년 전 창업박람회에서 KN LED가 수도권에 집중된 5곳을 제외한 LED 간판과 전광판 제조가 가능한 유일한 지역 업체라는 자부심을 강하게 피력했다. 하지만, 뛰어난 원천기술이 있어도 홍보가 어려운 점을 호소하기도 했다. 지금은 어떨까?

권 대표는 "같은 품질임에도 타 업체의 3분의 1 가격에 판매하고 있어 꾸준히 인지도를 넓혀가고 있다. 그간 수도권 업체가 전광판 사업을 주도하고 있어 지역에서는 거기에 따른 고충도 나름 많았다. 전광판을 설치해놓고 제때 A/S가 안 돼 고장이 난 채로 방치된 것도 많다. 전광판 사업주는 당장 고장 나면 하루가 급히 고쳐야 하지만 몇 안 되는 업체는 순차적으로 일을 해 길게는 10일, 한 달까지 수리를 못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우리 업체 기술력이 알려지면서 그런 수요자들로부터 A/S 신청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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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N LED 조경구 대표./김구연 기자

조 대표는 옥외광고 신규업체가 관공서 사업에 참여하지 못 하는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전광판 설치·운영에 대한 공고 기준이 자치단체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관공서 입찰 납품 실적을 따집니다. 실적이 있는 업체만 관공서 사업에 참여시키면 신규업체는 영원히 납품 실적이 없게 됩니다. 정보통신업자는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고 돼 있어 실적만 있고 기술력은 없는 업체가 선정되면 우리와 같은 기술력만 있는 업체에 하청을 줍니다. 기술집약적이고 급변하는 전광판 사업에 신설업체도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권 대표는 조 대표를 '에디슨'이라고 칭했다. 사업 관련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다고 해서 붙인 별명이다. "기존 간판의 1.5배 금액에 해당하는 하이브리드 간판을 부담스러워하는 업체에 정수기처럼 임대방식으로 운영하면 어떨까?" 하는 반짝이는 아이디어는 셀 수 없이 이어진다. 이를 조율하고 현실적으로 고민하고 판단하는 역할을 권 대표가 함으로써 최고의 궁합을 자랑한다.

그중 이들의 공통된 사업 아이템이자 목표가 있다.

조 대표는 "대기업 근무 때 독일, 미국, 일본 등 외국 엔지니어들이 방문하면 창원에는 머무를 데가 없어 경주나 부산으로 관광을 간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창원은 면세점이 있고 의료관광지역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유흥가가 집중된 장점을 살려 상남동 분수광장에 공연시설과 접목해 전광판으로 볼거리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두 공동대표는 미국 뉴욕의 타임스퀘어(Time Square)와 같은 옥외광고물이 지역의 관광 명물이 되는 '창원스퀘어'를 만들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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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N LED 권경혜 대표./김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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