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시상대에 나란히 서는 게 목표죠"

4년 전 런던에서 놓친 금메달은 잊은 지 오래다.

김종현(31·창원시청)은 어느덧 사격 국가대표팀의 든든한 에이스로 거듭났다.

런던올림픽 50m 소총3자세 부문에서 값진 은메달을 따냈던 김종현은 리우올림픽에서 메달 색깔을 바꿔 금메달에 도전한다.

올림픽 무대에 처음 초대받은 권준철(28·창원시청)도 무시하지 못할 존재다.

5차까지 가는 치열한 선발전에서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1위에 오르며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그동안 창원시청 직장운동부에서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는 있었지만, 한 종목에서 두 명의 선수가 출전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오는 8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하계 올림픽에 출전하는 창원시청 소속의 두 명사수 김종현과 권준철을 만났다.

01.jpg
권준철, 김종현 선수./박일호 기자

김종현 "올림픽 금메달 따서 예비 신부에게 프러포즈할 것"

사격 국가대표팀의 '기록 제조기' 김종현의 시선은 벌써 2016 리우올림픽으로 향하고 있다.

런던올림픽 이후 김종현은 국내 일인자는 물론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김종현은 메달 후보 0순위일 정도로 기록이 좋다.

그는 지난 2월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2016 올림픽 사격 아시아 예선 50m 소총 3자세'에서 2관왕에 오르며 절정의 감각을 자랑했다.

이번 우승은 지역 대회인 아시아선수권에서 올린 성과지만 의미가 크다. 김종현은 런던올림픽 은메달 이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아시아선수권에서 그라나다 세계선수권 챔피언인 주치난, 창원 월드컵과 가발라 월드컵 우승자인 후이쯔청, 포트베닝 월드컵 우승자인 유리 유르코프(카자흐스탄) 등 세계적인 강자들을 꺾고 자신감을 되찾은 것이다.

김종현도 최근 세계정상급 기록을 쏘면서 자신감도 부쩍 많아졌다.

그는 "올림픽 출전 자체가 영광"이라면서도 "큰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메달권 진입도 무난할 것"으로 자신했다.

03.jpg
김종현 선수./박일호 기자

대학시절까지 무명 선수였던 김종현은 실업팀 입단 후 공기총에서 화약총으로 종목을 변경하고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2008년 창원시청에 입단해 소총을 든 김종현은 2년 뒤 열린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 금, 개인전 은메달을 획득하며 기대주라는 애칭을 얻었다. 그리고 화약총 입문 4년 만에 다른 대회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올림픽 무대에서 당당히 2위에 오르는 쾌거를 달성했다.

김종현의 이번 대회 목표는 분명하다. 바로 금메달을 따서 예비 신부에게 프러포즈를 하는 것이다. 김종현은 청주시청에 같은 사격선수로 활약 중인 권나라(29)와 오는 10월 29일 웨딩마치를 올린다. 김종현은 "대표선발전과 올림픽 출전 등으로 예비신부에게 모든 결혼 준비를 맡기게 돼 미안한 마음"이라며 "이번 올림픽에서 반드시 우승해 금메달을 목에 걸어주는 프러포즈를 하고 싶다"고 빙긋 웃었다.

김종현은 런던올림픽에서 결선에 오른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하고도 은메달에 그친 적이 있다.

당시에는 본선과 결선을 합쳐 최종 순위를 매겼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결선 방식이 바뀌었다. 본선 점수를 무시하고 새로 시작하는 '제로 베이스'와 한 명씩 차례로 탈락시키는 '서바이벌' 방식으로 치러진다.

이번 리우올림픽은 4년 전 대회 결선에서 보여준 김종현의 강심장이 다시금 빛을 발할 기회이다….

김종현은 "프레 대회에 출전해보니 리우올림픽은 바람이 변수가 될 것 같다"면서 "평소 기록이 올림픽 메달권에 진입한 이상 실수를 하지 않고 경기를 마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권준철 "긴장되지만 나만의 노하우로 후회 없는 경기할 것"

인천 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 권준철은 이번 리우 대회가 첫 올림픽 무대다.

권준철은 "5차까지 가는 선발전이 끝나고 나니 한 시즌을 치른 것만큼 피로감이 몰려왔다"면서 "2차 대회부터 줄곧 1위를 하고 있었지만 자칫하면 탈락할 수도 있어 사격 입문 이후 처음으로 긴장을 했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권준철은 이번 대표 선발전에서 남형진(정선군청), 한진섭(한화갤러리아) 등 쟁쟁한 선수들을 모두 제치고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부산이 고향인 권준철은 고교 시절 전지훈련에서 본 경남대 사격부의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반해 경남대로 진학했고, 군 제대 이후에도 다른 실업팀의 스카우트 제의를 뿌리치고 창원시청에 입단했다.

02.jpg
권준철 선수./박일호 기자

이미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 은메달을 획득하는 등 국제대회 경험도 있지만, 올림픽은 최고의 선수들이 참가하는 무대인 만큼 살짝 긴장도 된다고 그는 솔직하게 말했다.

권준철의 강점은 과감성이다. 권준철은 2시간 45분 동안 치러지는 시합에서 가장 먼저 사선을 나올 만큼 총 쏘는 시간이 아주 빠르다. 그는 "사선에 서면 긴장할 때도 있지만 그럴 때는 손이 떨리기 전에 바로 방아쇠를 당긴다"고 자신만의 노하우를 전했다.

심리적인 부담감이 점점 강도를 더해가고 있지만 그럴수록 메달을 향한 독기는 더 바짝 달아오르고 있다.

권준철은 "각종 언론에서 사격하면 공기총만 두드러지고 있지만 종현이 형이랑 화약총에서 한 번 일을 내고 싶다"면서 "같은 방을 쓰면서 심리적인 부분 등 형이 많은 조언을 해줘 차분하게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김종현은 50m 소총 3자세와 소총 복사, 권준철은 소총 복사에 출전해 금메달을 정조준한다.

이들의 꿈은 메달 색깔과 관계없이 나란히 시상대에 서는 것이다.

리우올림픽 결선에서 금메달을 놓고 둘이서 맞붙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실제로 그런 상황이 오면 어떨까?

권준철은 "형이 양보하겠죠"라며 슬그머니 웃자, 김종현은 "페어플레이 해야죠"라며 화답했다.

창원시청 사격부 창단 이후 2명이 출전한 첫 올림픽 무대에서 과연 이들이 간절히 바라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