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성장(1)
딸이 성장하는 것을 본다는 거
참 뿌듯하면서도 설명하기 어려운 먹먹한 느낌이 있어.
딸이 여섯 살 때였나?
종이에 손가락을 베였을 때
그 꼬맹이가 뭘 안다고 성큼 다가와 반창고를 붙이더라고.
그러면서 어쩌다 그랬느냐며 조심하라고 말하는 거야.
여덟 살 때였나?
엄마와 떨어지기만 하면 울던 '껌딱지' 아기가
엄마 보이지 않는다고 울먹이던 아이가
엄마·아빠 외출하는데 집에 있겠다는 거야.
코미디 방송 보겠다고.
아이는 어느새 그렇게 자라나 봐.
2. 성장(2)
요즘 부쩍 자전거 연습에 빠진 딸.
한동안 중심 잡는 것조차 버거운 모습이 그저 안쓰러웠어.
넘어지지 않고 출발은 된다 싶더니
곧 비틀거리면서도 꽤 먼 거리까지 페달을 밟더라고.
이제 방향을 바꿀 줄 알아야겠지.
"핸들을 틀면 비틀거려. 가고 싶은 쪽으로 몸을 조금만 기울이면 돼."
아파트 작은 광장을 몇 바퀴 도는 표정이 어찌나 뿌듯해 보이던지.
그날따라 동그란 이마는 유난히 반짝이더군.
뒤로 흩날리는 머리칼은 보는 것만으로 후련했어.
내 앞을 지나며 금세 작아지는 딸 뒷모습을 잠시 멍하니 봤어.
딸은 그렇게 자라며 멀어지고 더 큰 세상으로 나가겠지.
딸은 더 큰 세상으로 나가면서 멀어지고 또 자랄 거야.
늘 응원하는 게 부모 마음일 테고.
이승환 기자
hwan@idomin.com
2023년 3월부터 시민사회부 1호기가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