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개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음식이다. 물론 (잘 만들면) 맛이 좋으니까 당연한 것이겠지만 더 큰 이유는 '밥' 중심의 우리 식문화에서 찾는 게 옳은 것 같다.

서양 요리를 생각해 보자. 그들도 스튜니 수프니 국물 요리가 있긴 하나 우리처럼 거의 매 끼니 등장하는 수준은 아니다. 우리의 밥-국물을 대신하는 건 빵-음료다. 정확한 기원은 알 길이 없으나 수백, 수천 년간 각종 음식을 만들고 조합해 보고 먹어 온 결과 인간은 이 둘의 궁합이 가장 어울린다고 판단하게 됐을 것이다.

맨밥에 주스 같은 음료를 곁들이고, 빵과 찌개를 함께 먹는다고 상상해 보라. 뭐 못 먹을 것까지는 없겠으나 입맛이 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우리처럼 쌀을 주식으로 먹는 다른 나라, 즉 중국·일본·인도 등 아시아 국가에 다양한 국물 요리를 포함한 밥과 함께 먹는 음식이 왜 발달해 있는지 생각해 보면 될 듯하다.

서설이 길었다. 오늘 소개할 찌개 요리는 평소 가장 자주 먹는다고 할 수 있는 된장찌개·김치찌개·순두부찌개다.

서로 다른 요리 같지만 사실 기본 원리나 핵심 포인트는 그게 그거라서 그냥 뒤섞어 한꺼번에 설명하도록 하겠다.

결국 육수가 핵심이다. 물만 쓰면 아무래도 뭔가 심심한데, 이 경우 화학조미료·설탕 등 불필요한 양념을 과하게 퍼부을 가능성이 크다.

어떤 육수도 괜찮다. 멸치다시마 육수가 제일 많이 쓰이지만 조개 등 각종 해물 육수, 고기(사골) 육수 모두 훌륭한 맛을 낸다.

필자가 자주 애용하는 육수는 진하게 우린 멸치다시마육수인데, 된장찌개나 순두부찌개는 여기에 또 조개, 오징어, 새우, 미더덕, 굴 등을 잔뜩 넣어 더 깊은 맛을 낸다. 한 마디로 다다익선이다. 아낌없이 재료를 넣어야 후회가 없다.

김치찌개도 같은 방식으로 만들 수 있겠지만 역시 김치찌개는 돼지고기다. 멸치다시마육수에 신김치를 넣고 끓이다 적당히 썬 돼지고기를 넣으면 시원·칼칼하면서도 고소·묵직한 김치찌개를 즐길 수 있다. 고기가 싫다면 멸치다시마육수만 써도 전혀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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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치찌개. / 고동우 기자

멸치다시마육수는 말 그대로 멸치와 다시마가 중심이나 황태나 북어(머리), 마른고추, 다진마늘, 다진생강을 함께 더하면 더 깊은 육수가 된다. 이 역시 육수 재료를 풍성하게 넣어야 맛이 나지 대충 멸치 몇 마리 던져놓고 깊은 맛을 바라는 건 '우물에서 숭늉 찾기'와 다름없다.

다시마에 대한 오해 중 하나는 물이 끓으면 다시마를 건져내야 국물이 깔끔해진다는 것인데 패착 중에 패착이다. 다시마는 오래 끓이면 끓일수록 깊은 맛을 선사한다. 다시마에서 나오는 거품이나 끈적끈적한 성분은 나오는 족족 걷어내면 그만이다. 육수든 무엇이든 국물 요리 만들 땐 꼭 거품을 걷어내야 한다는 것, 잊지 말자.

육수가 완성됐으면 이제 거의 다 온 것이다. 된장찌개는 좋은 된장, 순두부찌개는 좋은 순두부, 김치찌개는 잘 익은 좋은 김치만 있으면 게임 오버나 마찬가지다.

이 중 가장 구하기 어려운 건 좋은 순두부 같다. 두부든 순두부든 가장 맛있는 건 갓 만든 것인데 시중에서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갓 만든 (순)두부는 육수니 양념이니 하는 것도 필요 없다. 그냥 먹는 게 가장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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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두부찌개. / 고동우 기자

아쉽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순두부를 고르는 법은 무슨 젤리처럼 덩어리진 것은 사지 말라는 것이다. 안 그래도 각종 첨가물을 이용해 만든 '공장 순두부'인데 여기에 또 뭔가 첨가물을 넣었다는 의미다. 덩어리가 풀어져 있어야, 푸슬푸슬 작은 덩어리로 뭉쳐져 있어야 그나마 나은 순두부다.

된장은 호불호가 엇갈릴 텐데, 시중 '공장 된장'는 너무 달고 맛이 깊지 못하다. 요즘은 제대로 숙성시킨 재래식 된장을 어디서든 많이 판다. 이 된장을 우선 권하고, 좀 짜다 싶으면 공장 된장을 섞는 것도 나쁘지 않다. 된장찌개 좀 한다는 식당 대부분이 이런 방식으로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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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된장찌개. / 고동우 기자

순두부찌개는 보통 고춧가루와 고추기름을 섞어 양념을 만들며 막판에 간은 국간장이나 새우젓으로 맞추면 된다.

된장찌개·순두부찌개에 함께 들어가는 채소는 그야말로 취향대로다. 양파나 호박, 고추, 파 정도가 기본으로 들어가는데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하면 된다. 된장찌개 하나 만든다고 호박 잔뜩 사놓았다가 썩혀 내버리는 일이 없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다. 채소는 뭐 하나 빠지고 더한다고 대세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한다. 앞서 강조한 대로 핵심은 결국 육수다.

김치찌개는 따로 양념이 필요 없다. 고춧가루, 다진마늘, 설탕 등을 많이 넣는데 육수만 잘 우리면 다 쓸데없다. 다진마늘이 좀 헷갈릴 텐데, 육수 우릴 때 마늘을 넣었으니, 또 김치 자체에 마늘이 잔뜩 들어 있으니 이것도 웬만하면 피하라 권하고 싶다. 설탕은 맛을 나쁘게만 할 뿐이니 타협하지 않겠다.

김치찌개는 완성 시점을 아는 게 중요하다. 김치가 육수를 머금고 충분히 익어서 투명해졌을 때가 바로 그때다. 너무 오래 익히면 흐물흐물해질 테고 덜 익히면 겉도는 맛이 될 테니 잘 눈여겨보시기 바란다. 통상 중·약불에서 20~30분이면 충분하다.

된장찌개와 순두부찌개는 보통 바로 먹는 것보다 좀 두었다가 먹는 게 더 맛있다. 해물·고기 등을 넣었을 경우 그 맛이 우러나오는 데 시간이 필요해서 일 게다. 특히 전통 된장은 오래 끓일수록 맛이 더 좋아지니 이것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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