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면 왠지 육류가 당긴다. 느낌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과학적 이야기다. 겨울이 오면 몸속 에너지 소모가 늘어나기 마련이고 자연히 고단백·고열량 음식을 찾게 된다. '머리'가 생각하기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고기 요리가 있지만 거의 '대명사' 격이라 할 수 있는 수육과 불고기 두 종류를 소개하고자 한다.

많이 찾고 흔히 먹는 요리인 만큼 레시피 역시 다양하다. 이런저런 양념을 넣어보고 조리기구를 바꿔보고 복잡한(?) 공정이 넘치는데 몇 가지 원칙만 지키면 훌륭한 맛을 뽑아낼 수 있다고 본다. 좋은 고기, 과하지 않은 부재료·양념, 그리고 정확한 불 조절.

돼지수육

돼지수육은 삼겹살부터 목살, 앞다리살, 뒷다리살 등 여러 부위가 쓰인다. 삼겹살과 목살이 맛있긴 하나 사실 굽는 게 낫지 삶아 먹긴 아깝다. 값도 싸고 맛도 괜찮으며 또 돼지고기의 고른 소비에도 기여할 수 있는 앞다리살이나 뒷다리살을 추천한다.

삼겹살과 목살만 주야장천 먹어대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가격이 치솟는다. 시장이나 정육점, 마트에 가면 냉동되지 않은 질 좋은 돼지고기를 쉬이 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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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동우 기자

고기는 먼저 찬물에 담가 핏물을 뺀다. 잡내를 없애는 과정이다. 물이 빨갛게 변했을 때 중간중간 물을 갈며 약 2시간 정도 계속 담가 둔다.

고기 상태만 좋다면 부재료는 이것저것 넣을 필요가 없다. 소금만 넣어도 충분히 맛이 난다. 물론 유비무환. 고기 상태를 자신할 수 없다면 된장이나 마늘, 파, 생강 등을 약간 넣는 게 안전하다.

돼지고기 600g일 때 된장 2큰술, 마늘 10톨, 생강 2톨 정도. 통후추를 약간 넣는 것 역시 잡내 잡는 데 도움이 되고, 대파나 양파 또한 나쁘지 않다. 끓이는 중간 청주 등 주류를 살짝 붓는 것도 괜찮다.

물은 돼지고기가 푹 잠길 정도인 1.5ℓ 정도. 끓이긴 전 유의할 것은 부재료를 넣은 물이 팔팔 끓은 때 고기를 넣는 것이다. 그래야 고기 속 맛 성분이 덜 빠져나가고 맛이 좋다. 뚜껑도 열고 끓인다.

불은 센불에서 팔팔 끓이다 중·약불로 이동한다. 사실 고기든 생선이든 국물 요리 할 때 철칙이다. 역시 잡내를 제거하는 데 도움 되는 절차다.

시간은 약 1시간. 젓가락으로 찔렀을 때 핏물이 나오지 않으면 완성된 거라 보면 된다.

바로 꺼내 먹기보다 삶은 물에 1시간가량 담갔다 먹으면 더 부드러운 맛을 느낄 수 있다.

곁들이는 양념은 쌈장 등 보다 새우젓이 좋은 것 같다. 혹 수육이 남았다면 육수에 담가 냉동 보관하시길. 해동해 먹어도 맛 차이가 크지 않다.

고기 삶은 물은 그냥 버리면 아깝다. 김치찌개 등을 끓일 때 육수로 쓰면 더없이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소불고기

소불고기 역시 다양한 부위가 쓰인다. 흔히 스테이크로 먹는 등심·안심부터 설도, 우둔살, 앞다리 어느 곳도 가능하다.

앞서 돼지수육과 마찬가지 이유로 등심이나 안심은 제외하는 게 좋겠다. 소금만 살짝 더해 센불에 구우면 최상의 맛을 선사하는 부위에 간장 양념이라니. 물론 냉동 상태이거나 질이 안 좋으면 차선책이 될 수 있다.

양념 전에 중요한 것은 고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것이다. 설도, 우둔살은 보통 몹시 질기다. 양파즙이나 과일즙 등에 1시간가량 재우면 질겅질겅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때 청주 등을 더하면 잡내 제거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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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동우 기자

흔히 쓰는 불고기 양념은 간장과 설탕, 다진마늘, 다진파, 참기름, 깨소금, 후추 등이다. 기자는 과감히 간장만 써보라고 권하고 싶다. 다진마늘 등은 너무 일찍 타버려 식감을 망친다. 안 그래도 고소한 고기인데 굳이 깨소금을 왜 넣는지 모르겠다.

정 마늘 맛이 좋다면 즙을 내서 고기에 더하자. 설탕은 취향에 달린 문제인데 한 톨도 안 쓰는 게 불안하다면 하여간 최소화하라고 권하고 싶다.

불고기 역시 고기 자체의 맛을 느끼고 즐기는 요리다. 양념이 주인공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간장 비율은 고기 100g당 1큰술 정도로 보면 된다. 설탕은 보통 그 절반을 넣지만 앞서 말한 대로 최소화하기 바란다.

재우는 시간은 약 3시간 이상. 고기 상태가 좋다면 더 짧아도 되지만 넉넉히 재우는 게 좋겠다.

굽기 전 중요한 공정은 재운 고기를 실온에 꺼내두는 것이다. 그래야 센불에서 순식간에 익힐 수 있다. 재운 고기가 차가우면 아무리 불이 세도 잘 익지 않으면서 육즙이 많이 빠져나오게 된다. 약한 불에 해도 마찬가지다.

보통 불고기에 양파, 당근 같은 채소를 비롯한 당면 등을 많이 넣는데 권하고 싶지 않다. 물이 많이 나오거나 고기가 과잉 익힘 되는 악수다. 국물 위주 불고기는 밥 비벼 먹는 데 도움 될지 모르나 고기 자체 맛은 떨어진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채소가 좋으면 마늘이나 양파를 얇게 썰어 불고기에 곁들이면 된다. 굳이 함께 익힐 이유도 필요도 없다. 고기와 채소를 각각 따로 익힌 뒤 막판에 섞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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