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다이노스 유니폼 입고 싶어요"

"NC 다이노스에 꼭 가고 싶습니다."

지난 10월 22일 강원도 강릉야구장에서 열린 '제96회 전국체전' 고등부 야구 결승전에서 마산용마고는 대구 경북고를 8-3으로 꺾고 무려 51년 만에 전국체전 우승을 차지했다.

용마고의 전국체전 우승에는 포수 나종덕(2년)의 활약이 컸다. 나종덕은 치열했던 지역 예선에서 결승포로 팀을 경남 대표로 이끌었고, 경북고와의 결승전에서 경기를 뒤집는 2점 홈런을 작렬하는 등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지역 야구계에서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대형포수감'이라는 후한 평가를 받은 나종덕을 마산용마고 야구장에서 만났다.

김태군 선배와 함께 뛰고 싶어요

아직 전국체전 우승의 감격이 가시지 않은 듯 체전 이야기부터 흘러나왔다.

"올해 2개의 홈런(전국체전 지역 예선, 전국체전 결승전)을 쳤는데 두 홈런 모두 영양가가 높아 기뻤습니다. 특히 전국체전 결승전보다는 지역 라이벌인 마산고를 상대로 때려냈던 3점 홈런이 더 짜릿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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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종덕 용마고 포수./박일호 기자

지난 8월 3일 마산구장에서 열렸던 전국체전 경남대표 최종 선발전에서 나종덕은 팀이 2-3으로 뒤진 7회초 2사 1·2루 상황에서 마산고 오지훈의 직구를 때려 왼쪽 담장을 넘기는 결승 역전 3점 홈런으로 연결했다. 이 홈런으로 용마고는 전국체전 출전티켓을 거머쥐었다.

기세를 몰아 나종덕은 지난 22일 전국체전 결승전에서도 2-2 상황에서 승부를 뒤집는 투런포로 51년 만에 용마고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185㎝ 95㎏의 건장한 체격을 자랑하는 나종덕은 1학년이던 지난해부터 용마고 안방을 지키고 있다. 탄탄한 수비에 타격감도 좋아 프로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야구를 시작해 올해로 10년 차인 그는 내년 시즌 프로 입단을 희망하고 있다.

프로팀 중에서는 단연 지역 연고팀인 NC 다이노스 유니폼이 가장 탐난다고 했다.

"NC 다이노스 창단 이전에는 롯데나 삼성에 입단하고 싶었는데 NC 창단 후에는 푸른 다이노스 유니폼이 꼭 입고 싶어졌어요. 그리고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5차전 때 스카이박스에서 NC와 두산의 야구를 지켜봤는데 그곳에서 포수 마스크를 낀 김태군 선배님을 보면서 언젠가 저 자리에 앉고 싶다는 강한 욕심이 생겼습니다. 노력해서 꼭 꿈을 이루고 싶습니다."

NC 다이노스에서도 기대감을 품고 유심히 관찰 중이다. 지난해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 예비 엔트리에도 들 만큼 기량은 충분히 인정받고 있는 나종덕이다.

내 롤모델은 박경완 코치

고교 1학년 때부터 주전 포수가 된 그는 중학교까지 투수 유망주였다.

2013년 신월중을 졸업할 당시 나종덕은 전국대회에서 21타수 7안타, 타율 0.333를 기록한 한편 마운드에서도 평균자책점 3.21을 기록해 '제4회 SK 야구 꿈나무 장학금 전달식'에서 대상을 받았다. 하지만 용마고 입단 후 투수에서 포수로 3년 만에 포지션을 옮겼고 정호진 코치(롯데 포수 출신)를 만나 포수로서 큰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동계훈련 때부터 정 코치와 개인 연습을 했습니다. 포수라는 포지션이 굉장히 힘든 자린데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몸으로 배울 수 있었습니다. 훌륭한 은사가 없었다면 큰 발전을 이루지 못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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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종덕 용마고 포수./박일호 기자

좋은 선생 밑에서 배우면서 하루가 다르게 실력이 좋아지고 있는 그는 박경완(SK 배터리 코치)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

"포수로서 제가 가장 지니고 싶은 것은 작전수행능력이에요. 거기다 수비와 공격을 겸할 수 있는 최고의 포수는 박경완 코치님인 것 같습니다. 많은 장점을 지닌 한국 최고의 포수가 되는 게 제 꿈입니다."

포수로서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지만 포지션 특성상 가장 많은 체력이 소모되는 탓에 나종덕은 볼멘소리도 한다. 

"예전에 김태군 선배가 투수는 귀족, 포수는 거지라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가장 가슴에 와 닿는 표현이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포지션이고 투수를 비롯해 팀원을 감싸줘야 하는 포지션이라는 점에서 공감돼요. 포수가 아닌 다른 포지션도 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만약이라는 가정을 단다면 포수 빼고 모든 포지션을 소화해보고 싶어요(웃음). 포수는 너무 힘들어요."

내년에는 일 한번 내보고 싶다

마산용마고는 올해 '2015 주니어 다이노스 윈터 파이널'에서 우승하면서 대회 2연패를 차지했다. NC 다이노스가 주최한 대회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우승한 뒤 청룡기 고교야구대회에 나섰다.

공교롭게도 첫 맞대결 상대가 전국체전 결승전 상대인 경북고였다. 9회초까지 0-0의 행진을 이어가던 용마고는 9회말 상대의 스퀴즈 번트에 허를 찔려 아쉽게 패했다.

"너무 순식간에 끝이 났어요. 감독님도 많이 아쉬워하셨죠. 하지만 3학년 선배들이 모두 빠진 상황에서 3학년 형들이 있는 경북고와 대등하게 싸웠다는 점에서 못한 것은 아니라 생각해요."

2015년이 마무리된 뒤 다시 내년을 위해 힘차게 뛰어야된다. 이제는 주장이라는 자리도 그의 몫이다.

나종덕이 뽑는 내년 최고의 기대작은 오영수(1년)다. 오영수는 1학년이지만 팀의 주축선수로 성장해 선발 라인업에 매번 이름을 올린다. 지난해 그가 걸어온 길을 1년 후배인 그가 걸어가고 있다.

"힘들 텐데 묵묵히 자기가 할 일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 기특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해요. 내년에 지운이를 포함해 우리 선수단이 단합된 모습을 보여 꼭 메이저대회 우승의 한을 풀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올해 51년 만에 전국체전 우승의 한을 푼 마산용마고가 내년 단 한 차례도 차지하지 못한 고교야구 메이저대회인 황금사자기, 대통령기, 봉황기, 청룡기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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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종덕 용마고 포수./박일호 기자

마산용마고 전국체전 우승 현장

무려 51년이 걸렸다.

마산용마고가 10월 22일 강릉야구장에서 열린 '제96회 전국체전' 야구 고등부 결승전에서 강호 경북고를 8-3으로 격파하고 정상에 섰다.

용마고가 전국체전 금메달을 획득한 것은 반세기 만의 일이다.

지난 1936년 창단한 용마고 야구부는 1964년 열렸던 체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에는 공동우승으로, 단독 1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용마고의 우승과 경남대 1회전 통과로 경남 야구는 전국체전 사상 처음으로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경기가 끝나자 용마고 감독으로 재임하며 전국체전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던 이재문 경남야구협회장도 헹가래를 받으며 우승의 기쁨을 함께했다.

마산용마고의 저력은 대단했다.

상대 경북고는 올해 봉황대기에서 34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올해 최고의 팀이었다. 특히 올해 최충연(삼성), 박세진(kt)이라는 원투펀치를 비롯해 7명의 프로야구 선수를 배출한 명실상부 국내 최강 고교 팀 중 하나였다.

하지만, 용마고는 최충연, 박세진으로 이어지는 두 투수를 상대로 장단 12안타, 8득점을 기록하면서 매서운 타격감을 선보였다.

특히 오영수(1년)는 5타수 5안타 1득점 2타점 3도루를 기록하면서 팀 타선을 이끌었고, 포수 나종덕(2년)은 결승 2점 홈런을 때려내며 팀에 승리를 안겼다.

용마고는 1-0으로 앞선 4회말 경북고 문성주에게 한 점 홈런을 내준 뒤 이태민에 적시타를 내줘 역전당했다.

5회 초 용마고가 경기를 뒤집었다.

홍지훈이 볼넷으로 출루한 뒤 윤관의 번트와 도루로 1사 3루 기회를 잡은 용마고는 안상현의 타구 때 상대 유격수 실책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나종덕이 좌측 담장을 넘기는 역전 결승 2점 홈런을 때려 팀에 4-2 리드를 안겼다.

6회 경북고 문성주에게 한 점 홈런을 내줬지만 7회와 8회 각각 2점을 달아나며 승리를 결정지었다.

용마고 김성훈 감독은 경기 후 "전국체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올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어 너무 기쁘고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에게 감사하다"면서 "객관적 전력에서 한 수 아래로 평가됐던 우리 팀이지만 4회 역전을 당했을 때도 질 것 같지 않다는 기분이 들었다"며 우승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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