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와 푸짐한 반찬 가득한 정식 메뉴

고성의 산, 바다 경치 구경을 하고, 한산한 시골길을 지나다 들렀다. 정식 6000원에 회까지 먹을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서다. 몇 달 전 이곳을 다녀온 한 회사 동료가 이곳을 강력 추천했다. 고성군 동해면 동해초등학교 맞은편 '수양식당'이다. 빛바랜 식당 간판과 문을 보고 혹시 지금도 식당을 하는지 묻고서 들어섰다. 그만큼 오래돼 보이고, 허름해 보여서다. 점심때를 한참 비켜간 시간이라 손님도 없었던 탓도 있다.

회가 나오는 정식 메뉴

식당에 들어서자 쇠로 된 회색깔 둥근 탁자가 투박하게 곳곳에 놓여있다. 식당과 슈퍼마켓이 연결돼 있다. 식당 주인 전희순(60) 씨가 반갑게 손님을 맞았다. 전 씨는 남편 김명석(67) 씨와 이곳에 살면서 함께 식당과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손 글씨로 가게에 붙여놓은 메뉴를 보고, 별렀던 정식을 선택했다. 찬찬히 들여다보니 식당 안팎에 기르는 화분이 많다.

푸짐한 한 상이 차려져 나왔다. 고봉밥에 콩나물, 어묵, 무가 든 국, 매운 고추가 든 계란말이, 생선, 무말랭이, 숭어 무침, 김 등이 상에 올랐다. 듣던 대로 회가 반찬에 포함됐다. 밑반찬은 고봉밥에 어울리게 대체로 싱겁지 않았다. 조선간장, 멸치액젓으로 한 간이 조금 센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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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수양식당의 정식. 어묵볶음, 계란말이, 생선, 무말랭이, 숭어 무침 등 푸짐하다.

전 씨는 "좀 일찍 왔으면 생선회도 줬을 텐데, 일찌감치 다 나갔다"고 말했다. 안타까웠다. 하지만, 채소가 곁들여진 숭어회 무침도 괜찮았다. 주인은 멀리서 찾아왔다고 하니, 계속해서 다른 반찬을 하나씩 꺼내놓았다. 직접 담은 간장게장도 등장했다. 간장게장답게 짰다. 간장게장에 든 게도 시장에서 산 것이 아니라 직접 잡은 것이라고 했다. 왠지 귀한 대접을 받는 느낌이다.

30년째 이곳에서 밥집을 하고 있다는 인심 좋은 주인은 모든 반찬을 다 직접 기른 것만 쓴다고 했다. 쌀 한 톨부터 채소까지 다 농사지은 것만 내놓는다고 자신 있게 얘기했다. 그는 "우리는 사 먹는 게 없다. 1년 365일 시장에 안 간다. 양파고, 배추고, 채소는 다 길러서 먹는다. 요즘은 기계가 좋아서 남편과 둘이서 농사지어서 수확하는 게 가능하다"고 했다. 쌀, 고추, 깨 농사는 기본이다. 참기름도 다 직접 농사지은 것으로 쓴다고. 심지어 상에 오르는 물고기도 다 직접 잡은 것이라고 했다. 상에 올라있던 생선을 보고 '까지메기(농어새끼)'라며, 새벽에 남편이 배 타고 나가서 잡아온 것이라 했다. 매일 새벽마다 고기잡이를 해서 그날 식당 음식재료로 사용한다고. 밥 한 끼에 식당, 슈퍼마켓, 농사, 고기잡이까지 다 해내면서 30년째 흔들림 없이 자리를 지키는 부부의 정성이 느껴진다.

부지런한 부부의 정겨운 식당

대단히 부지런한 부부는 쉬지 않고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전 씨는 '내가 요 안에서 다 늙었다'고 표현했다. 작년에 아파서 부산 병원에 갈 때 말고, 이곳을 떠난 적이 거의 없다고 했다. 여태 기차 한 번 타 본 적 없이 바쁘게 살아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보다 남편이 훨씬 부지런하다고 했다. 남편분은 잠깐 밖에서 농기구를 손질하다, 어느새 나가버렸다. "경남에서 우리 아저씨 따라갈 사람이 별로 없다. 일하느라 손이 거칠고 뭉툭해졌다. 손자, 손녀들이 할아버지 손 거칠다고 안 좋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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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째 수양식당을 운영 중인 전희순 씨.

그는 "처음에는 학교 선생님들 하숙집을 했고, 나중에는 인근에 조선소가 들어오면서 식당을 했다"고 말했다. 젊은 시절에 하숙하고, 반찬 만들 때는 일이 너무 많아 바빴는데, 이제는 손에 익어서 날마다 제철 음식재료로 금방 만들어낸다고. 오전 6시 30분 정도부터 밤 10시 30분까지 가게를 연다. 인근 조선소 등에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회사 가기 전에 일찍 들러서 라면을 먹고 가기도 하고, 점심, 저녁 식사를 하러 들른다고 했다. 단골 조선소 직원이 쇠로 탁자를 만들어 줘서 지금 손님상으로 쓰고 있다.

전 씨는 "다른 식당들은 사서 내놓는 반찬도 있지만, 우리 식당은 다 내 손으로 하니까 믿고 찾아오는 단골손님이 많다"며 밝게 웃었다.

식당 앞에 기르는 꽃들이 정겨워 보일 정도로 따뜻한 느낌이 드는 곳이다.

<메뉴와 위치>

◇메뉴 △정식 6000원 △라면 3000원 △생선 매운탕 5000원, 1만 원 △오리고기 3만 원.

◇위치: 고성군 동해면 동해로 1590(동해초등학교 맞은편).

◇전화: 055-672-5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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