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금 400만 원으로 시작한 21세기의 연금술 3D 프린터

연금술. 만화나 소설에서 곧잘 보이는 단어다. 연금술은 구리나 납 따위를 금·은으로 만든다는 등, 이런저런 설명이 붙지만, 요지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과학이 발달한 오늘날에는 학문이 아니라 마술로 인식하고 있다. 판타지적인 개념으로 쓰인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21세기의 연금술이라고 불리는 것이 등장했다. 3D 프린터가 그 주인공이다. 3D 프린터는 '상상하는 것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가장 주목받는 기술 중 하나다. 산업용품에서부터 공예, 건축, 의료, 의학 등, 심지어 먹거리에도 활용될 만큼 응용의 폭이 넓은 기술이다. 이런 3D 프린터 전문기업이 창원에도 있다. 상상을 현실로 구현하는 3D 프린팅 전문기업 이조를 찾아갔다.

이조의 사무실은 창원시 마산회원구 봉암동 경남테크노파크 ICT진흥센터 안에 있었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보이는 건 3D 프린터로 보이는 여러 장비들. 장비에서는 여러 가지 제품들이 출력되고 있었다.

잠시 사무실을 둘러보고 있는데 조성진(40) 대표가 도착했다. 인사를 나눈 뒤 워크브릿지라고 적혀있는 사무실로 자리를 옮겼다. 이정훈 기획이사도 함께 했다.

01.jpg
조성진 이조 대표./이종현 기자

세 기업의 합작, 이조

"고향은 함안입니다. 하지만 5살 무렵에 창원으로 이사 와서 쭉 살고 있습니다. 함안에 있을 때는 워낙 어려선지 기억에 없어요. 창원사람으로 보는 게 맞는 거 같습니다. 창원대학교 회계학과를 졸업했고 2002년에 결혼해서 슬하에 아이 둘을 두고 있습니다. 창업 전에는 회사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다 2013년에 개인 사업을 시작했고요."

2013년에 개인 사업을 시작했다는 말에서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 있었다. 이조의 설립은 2014년 말이었기 때문.

"이조가 설립된 건 2014년 11월 20일이 맞습니다. 아직 1년이 안 됐죠. 2013년에 시작한 사업은 이조가 아니라 마그넷이라는 기업입니다. 마그네슘을 이용한 제품을 생산하는 곳이죠. 이조는 지난해 저와 본솔루션의 김창현 대표, 우리 이조의 기획이사이자 워크브릿지의 이정훈 대표가 힘을 모아 설립한 회사입니다."

마그넷의 조성진, 본솔루션의 김창현, 워크브릿지의 이정훈. 이들은 테크노파크 ICT진흥센터의 모임에서 만나 3D 프린터 사업에 관심을 두게 됐다. 이 중 이조의 설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김창현 대표라고 한다. 김 대표는 10여 년간 3D 프린터 분야를 전공한 공학박사다. 모임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눈 이들은 김 대표가 가진 기술에 비전이 있다고 보고 공동지분출자로 이조를 설립했다. 워크브릿지가 마케팅 관련 회사이기에 마케팅과 기술, 영업의 전문가들이 모이게 된 셈이다.

04.jpg
3D프린터들./사진 제공 이조

"이전부터 3D 프린터 사업에 관심을 가진 건 아닙니다. 그냥 남들처럼 매스컴에서 접하는 정도의 수준이었어요. 그런데 김창현 대표가 가지고 있는 기술이 매력적이더라고요. 김 대표가 3D 프린팅 플랫폼 쪽으로 관심을 보였는데, 플랫폼을 하려면 출력서비스도 같이 따라줘야 합니다. 그래서 이를 아우르는 기업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 이조가 설립되었습니다."

조성진 대표는 이조 창업 초기를 떠올리며 여러 일들이 많았다고 한다.

"자금적인 부분에서도 문제가 있었고, 기기 문제나 오류 등…. 하루하루가 사건·사고였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그래도 초기보다는 많이 나아졌습니다. 저희가 시작할 때 초기 자본금을 400만 원으로 시작했었는데 이후에 자본금을 1500만 원으로 늘렸습니다. 지금은 1억 5000만 원까지 늘렸고요. 장비도 3대에서 200대를 운용할 정도로 확장했습니다."

처음보다는 안정권에 들어섰다고 담담히 말하는 조 대표의 모습에서 지금까지의 과정이 마냥 순탄치만은 않았음을 엿볼 수 있었다.

05.jpg
이조 제작 작품./사진 제공 이조

이조는 기존 3D 프린터 기업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점에서도 어려움이 있었으리라고 추측된다.

"보통 3D 프린터 사업을 하는 기업들은 소품종 다량생산에 초점을 맞춥니다. 사업 내용도 교육서비스 사업이 대부분이고요. 저희는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가닥을 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양한 제품들을 생산하려면 장비가 많아야 하는데, 이 장비를 준비하는 데 드는 비용이 부담스러웠습니다. 지금은 어느 정도 고비를 넘어서고 잘 해나가고 있는 단계입니다."

3D 프린터의 사업 분야, 이조의 사업 분야

조성진 대표는 3D 프린터 사업의 분야가 다양하고 여타 기업들과 이조는 다른 방향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기존 업체들과 차별성을 두는 것을 강조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3D 프린터 사업은 크게 교육서비스, 출력서비스, 장비판매 등 세 가지 사업으로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교육서비스에 치중하고 있고, 일부 기업들이 장비판매를 하고 있죠. 물론 장비판매를 하면서도 출력을 하고, 교육을 하면서도 출력하는 곳은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출력서비스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기업은 극히 드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 출력서비스 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02.jpg
이조 제작 작품./사진 제공 이조

3D 프린팅을 하기 위한 장비를 판매하는 사업, 3D 프린터를 운용하기 위한 교육 사업, 3D 프린터를 활용해 모델링 된 것을 출력하는 사업. 이조는 이 중 출력서비스 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지만 장비판매나 교육서비스 사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출력서비스를 위해서는 장비가 많이 필요했고, 장비에 여유가 있으니 구매 의사를 밝히는 사람에게 판매한다는 게 조 대표의 설명이다.

"종종 장비를 구입하겠다는 분들이 있는데요. 사실 장비만 가지고는 바로 활용하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장비를 파는 것과 동시에 운용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함께 드리고 있고요."

다품종 소량생산이라는 차별성을 무기로 3D 프린터 시장에 뛰어든 이조. 경쟁 상대가 적었고 주목받는 분야라는 이점 덕분에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일반인들에게는 3D 프린팅은 매스컴을 통해 익숙해진 기술일 뿐, 3D 프린팅에 대해 자세히 알거나 경험해본 이는 드물다. 스스로와 독자를 위해 3D 프린터로 출력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전체적인 3D 프린터 출력 과정에 대해서 먼저 말씀드리자면, 모델링 하고자 하는 사물을 정한 뒤 3D 모델링을 만듭니다. 그리고 프린터를 통해 이를 출력하는데 이때 내부를 가득 채우느냐, 비우느냐에 따라 출력시간이 다릅니다. 그런데 일반인이 3D 모델링을 만들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상담을 통해 만들고자 하는 제품을 스케치하고, 또는 사진을 활용해서 3D 모델링을 만들어 드리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정보 없이 아이디어만 가지고도 상담을 통해 모델링하고 출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조의 사무실 곳곳에 3D 프린터로 만들어진 제품들이 있었는데 그 장르가 무척이나 다양했다. 만화 속 캐릭터가 있는가 하면 사람의 형상을 한 인형들도 많이 있었다. 특히 사람이 탈 수 있는 1인용 배는 장관이었다.

"개인 소비자에 의한 의뢰도 꽤 있습니다. 대학생은 졸업 작품을 의뢰하곤 하고 일반인들도 아이디어 제품을 형상화하려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시제품이라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갈까요? 개인 연구 작품이나 발명대회를 위한 시제품이요. 3D 프린터의 가장 큰 매력은, 고객이 원하는 형상을 짧은 시간 내에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픽, 그림으로나 보던 것을 실제 형상으로 볼 수 있죠. 들어가는 비용도 기존에 비해 적고요."

06.jpg
이조 제작 작품./사진 제공 이조

창원에서의 3D 프린터 사업?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3D 프린터이지만 가장 활용도가 높은 분야를 떠올리자면 역시나 산업계다. 창원은 기업, 공장이 많은 도시이니만큼 3D 프린터에 대한 수요도 높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조성진 대표는 특별히 창원에서 수요가 많지는 않다고 한다.

"창원이 기업이 많은 도시라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제가 판단하기에는 80~90%의 기업들은 아직 3D 프린터에 대해 잘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지금도 문의를 하는 분들이 있고 점점 늘어날 거라고 전망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런 인식 강화를 위해 저희 주도로 진행된 '창원 3D 프린터 모임'도 있고요. 지금은 모임에 필요한 게 있다면 협조를 하는 형태로 참여하고 있는데, 3D 프린터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기에 3D 프린터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들을 모아 3D 프린터에 대해 설명하는 식으로 진행됐었습니다. 지금은 RC카의 모형을 만들어 직접 운전 가능하도록 하는 등의 일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조성진 대표는 주변 기관과의 협력도 이어가고 있다. 대학교의 실습요청이나 대학에서 지원하는 사업에 장비를 납품하는 등의 일이다.

03.jpg
이조 단체 사진./사진 제공 이조

"매 학기 방학 때마다 대학교에서 실습요청이 들어옵니다. 지난번에는 창원대학교 산업디자인과 학생들이 왔었는데요. 학생들이 사진을 찍고 이를 바탕으로 모델링을 하고 출력하도록 했습니다. 뭘 만들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학생들에겐 경남도청이나 풍력발전소 같은 형상을 만들어보라고 해서 만들었었죠."

최근에는 경남대가 중소기업청에서 지원하는 테크숍 구축 지원 사업에 선정되었고, 여기에 장비를 납품하기로 결정됐다. 테크숍 사업은 학생이나 일반인들이 3D 프린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업으로, 조 대표는 장비뿐만 아니라 관련 서비스나 운영·관리에도 도움을 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학생들이 필요하다면 모델링 제작에도 지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뛰어난 맨파워를 바탕, 전국으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묻자 조성진 대표는 언제까지나 창원에서 머무를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모델링에서부터 설계제작, 디자이너, 생산·A/S인력 등. 장비가 많다거나 기술이 좋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뛰어난 맨파워를 갖추는 게 제 경영전략입니다. 이러한 우수한 인력들을 바탕으로 계속해서 사업을 확장해나갈 생각이고요. 지난달에 서울 용산구에 사무소를 오픈했습니다. 이르지만 서서히 서울에서 마케팅을 하도록 준비하고 있고요. 지금은 서울에 장비 15대 정도만 보내놓은 상태인데, 공간이 확보되는 대로 장비를 늘릴 계획이고, 서울 진출 이후에는 전국의 주요 도시에 지사를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창립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상태인데 무척 빠르다. 조성진 대표는 우선 장비를 대량으로 준비할 생각이란다. 지금의 200대에서 만족하지 않고 1000~2000대 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대형장비 위주로 큰 모형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역시 조 대표의 전략 중 하나다.

"올해 매출 목표로 5억을 잡고 있습니다. 10월까지의 매출이 4억을 넘었기에 목표달성에는 지장이 없을 것 같습니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장비판매를 시작하면 50억 정도의 매출은 달성할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고, 2018년에는 매출을 100억 정도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400만 원으로 시작한 사업이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억 단위의 매출을 거두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내년에는 수십 억을 기대한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3D 프린터 사업이 모든 영역을 선점,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정밀도에서는 아직 미성숙 단계이고요. 우선은 시제품, 전시물, 형상의 제작이나 샘플링을 만드는 등, 다품종 소량생산에 힘 쏟고 있습니다. 이제 갖춰나가기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앞으로 기대해 주십시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