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동구밖 생태 역사 교실] (9) 미리벌 밀양

◇역사탐방 : 예림서원∼밀양시립박물관

가을 햇살이 맑은 10월 밀양 예림서원과 밀양시립박물관으로 17일에 역사탐방을 떠났다. 함께하는 지역아동센터는 전원해운·마산늘푸른·SCL·성동·중리·큰샘원 등이었다. 두산중공업 사회봉사단에서 선생님이 무려 11명이 함께했다. 지역아동센터 선생님까지 포함하면 어른 반 아이 반이라 해도 맞을 듯 싶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보살피러 나선 길이라지만 더불어 역사 공부를 하는 즐거움도 없지는 않으리라. 밀양은 어른은 물론 아이들에게도 그리 낯선 곳은 아니다. 아이들에게는 기대를 않고 어른들에게 질문을 했다. "혹시 밀양에 월연대를 아시는 분 손 한 번 들어보실래요?" 아무도 없다. "그러면 예림서원은요?" 역시 아무도 없다.

여름에 가족들 물놀이를 다녀왔던 표충사 계곡이나 캠핑을 했던 밀양강을 떠올리는 정도. 월연대나 예림서원이 밀양에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는 표정들이다. 공사 중이라 이번에는 가지 못했지만 밀양 어딘가에 월연대가 있는 줄 알게 됐다면 언젠가 한 번은 찾게 되는 기회가 있으리라.

버스에서 서원과 향교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해 역사탐방 때 서원은 사립학교고 향교는 공립학교라는 사실 하나를 알게 된 것만으로도 너무나 뿌듯해하던 봉사 선생님 모습이 기억에 남아있다는 이야기를 하자 모두 웃는다. 왜 웃었을까? 대부분은 서원과 향교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잘 몰랐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향교는 공자와 그 제자들을 기리고 모신다면 서원은 해당 지역 출신 인물이나 학자를 모시는 차이가 있지만 다 같이 제사와 교육을 담당했다는 설명도 무척 열심히 들었다.

예림서원에서는 제사 준비를 하고 있는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다.

예림서원은 가을 한가운데에서 한결 고즈넉한 운치를 내뿜었다. "야~ 좋다" 하는 탄성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마침 제사 준비를 하느라 한복을 차려입은 어르신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간단하게 미션 문제를 풀고 다들 정문격인 독서루 2층에 자리를 잡았다. 독서루에 오르니 서원과 들판 풍경이 한눈에 담긴다. 학생들 공부하던 교실, 선생님이 묵던 방과 교무실, 그리고 기숙사와 책판 보관방 등을 하나하나 짚어갔다. 이렇게 몸소 눈으로 담는 것이 훨씬 더 마음에 새겨졌으리라.

점심은 밀양에서 제법 소문난 태화루에서 짜장면과 탕수육을 먹었다. 오후 일정은 밀양시립박물관이다. 몇 해 전 새로 지은 밀양박물관은 넓어서 아이들에게는 마치 운동장 같다. 미션을 수행하느라 이저저리 뛰어다녀도 번잡하게 느껴지지 않아 좋다. 밀양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벌인 인물들이 많았다. 밀양시립박물관에 독립운동기념관이 따로 두어져 있을 정도다. 최근 인기를 얻었던 영화 <암살> 덕분에 재조명된 인물 김원봉도 밀양 출신이다. "나, 밀양 사람 김원봉이오." 이 대사를 많은 사람들이 기억할 것이다. 덩달아 밀양도 유명해졌다.

미션 해답 풀이를 하면서 그런 질문을 했다. 김구 선생이나 윤봉길·안창호 같은 분은 많은 사람들이 알지만 왜 김원봉은 모를까요? "유명하지 않아서요"라는 답이 나오기도 한다. 정답은 '교과서에서 제대로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자나 또는 관심이 있는 특별한 몇몇을 빼면 대부분은 역사 교과서를 통해 우리 역사를 배우게 된다.

'독도는 일본 땅이다' 이렇게 일본 교과서에 실으면 일본 학생들은 전부 그렇게 믿게 된다. 교과서를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한 까닭이 여기서도 다시 확인된다.

예림서원 마당을 거니는 모습.

◇생태체험 : 얼음골옛길∼남명초교 솔밭

10월 17일 밀양으로 떠난 생태체험에는 좋은씨앗교실·누리봄다문화·경화·창원행복한·팔용·메아리 지역아동센터가 함께했다. 얼음골옛길은 옛날에는 차들이 다녔으나 지금은 새로 큰길이 나면서 거의 다니지 않는다. 요즘은 이렇게 사람들이 마음놓고 걸을 수 있는 길이 흔하지 않다. 얼음골 들머리에서 동명마을회관까지는 양쪽으로 가로수와 사과나무까지 늘어서 있다.

막 단풍이 들기 시작한 얼음골옛길 나무들은 길가에 낙엽들을 제법 수북하게 깔아놓았다. 아이들은 느티나무 벚나무 등에서 떨어진 노랗고 붉은 나뭇잎들을 주워모은다. 길을 걸으며 살펴보니까 갖은 나무와 풀들이 다 단풍이 들고 있다. 담쟁이덩굴은 단풍이 빨갛게 들었고 꺼칠꺼칠한 환삼덩굴조차 노랗게 잎이 물들고 있다.

주운 나뭇잎으로 꾸미기를 하는 모습.

언덕배기 꽃술을 흔드는 억새는 물기가 촉촉하고 개망초는 여태 꽃을 피우고 있으며 구절초·쑥부쟁이는 여린 꽃을 가장 높은 데 매달고 있다. 이런 꽃들 보고 잎들 줍느라 아이들 걸음이 느려진다. 주운 단풍잎이 둥글거나 길쭉하거나 갈라지거나 하트 모양이거나 손바닥을 닮았거나 해서 저마다 다른 줄을 새삼 알아보고는 신기해하는 아이들이다.

여자아이들은 손잡고 걸으며 노랫소리를 높였고 남자아이들은 앞으로 뒤로 내달리기를 빠르게 한다. 한 여자애가 이렇게 말한다. "빨리 앞에 간다고 뭐가 좋아. 정말 예쁜 것은 보지도 못하고." 그 어른스러움에 놀라 누구한테 들었느냐 물었더니 어깨를 으쓱하며 "그냥 내 생각인데요" 한다. 이 친구 나뭇잎 담긴 봉지는 아주 수북했다. 이파리 갖은 색깔과 모양은 물론 억새 꽃술과 또다른 꽃의 노란색, 어떤 열매 검은색까지 다 들어 있다. 봉지에다 코를 갖다대면서는 "잎에서 정말 향기가 나요!" 한다. 어린 시인 한 명 탄생이다.

길바닥에 퍼질러 앉아 예쁜 척을 하는 아이들.

길가 동네사람들 늘어놓은 메주콩과 들깨를 지나니 삽짝 어귀에 씨앗을 묵직하게 매단 봉숭아가 나온다. 아이들 보라고 짐짓 멈춰서서 '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씨방'을 건드렸더니 씨앗이 사방으로 터진다. "우와!" 탄성을 내지르던 아이들도 저마다 한 번씩 터뜨려본다.

이번에는 할아버지를 한 분 만났다. 유명한 얼음골 사과를 농사지으시는 모양이다. 아이들 떼지어 걷는 양을 지켜보다가 어디에서 왔느냐 묻고는 따라오라 하신다. 가까운 농막으로 데려가더니 아이들한테 사과를 넘치도록 안겨줬다. 아이들 입이 모두 함지박 만해졌다.

점심은 산내남명초교 솔숲에 들어가 도시락을 먹었다. 가져온 돗자리를 펼치고는 삼삼오오 모였다. 아름드리 소나무는 이리저리 휘고 비틀며 자란 덕분에 바라보기에 그럴듯했다. 어른들은 짙은 솔그늘이 좋아 남았고 아이들은 도시락을 먹자마자 자리를 차고 학교 운동장까지 나가 놀기에 열중했다.

아이들에게 맛있는 얼음골사과를 나눠주는 인심좋은 부부.

이어서 주워모은 나뭇잎을 갖고 꾸미기를 했다. 저마다 다들 들판, 산, 사람, 얼굴, 꽃 모양 등등을 만들어냈고 선생님들은 마음에 드는 작품에다 돌멩이를 하나씩 얹어서 품평을 했다. 가장 많은 돌멩이를 얻은 팀에게는 1인당 2000원씩 '쥐꼬리장학금'이 돌아갔다.

마지막으로 소나무에 대해 알아보는 '소나무 도전 골든벨!'을 열었다. 소나무는 몇 년마다 잎이 질까 등 열세 문제였는데, 놀랍게도 아홉 문제나 맞힌 팀이 있었다. 가을길 거닐며 낙엽을 살피고 꾸미기를 하며 솔숲에서는 소나무를 알아보는 여정이었다.

※이 기획은 두산중공업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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