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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내 동향을 살피던 중 눈에 띄는 내용을 발견했다. 갓 오픈한 커피점 대표의 인터뷰였다. 그는 사업에 실패해 어려움을 겪다가 고물상으로 재기에 성공했고 커피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그러면서 가맹점을 내는 데 내건 조건이 독특하다. 도내의 어려운 아동을 후원하는 것. 이게 커피싸가지의 가맹 조건이다. 커피로 따뜻함을 전하는, 커피싸가지의 정광수(39) 대표를 만나봤다.

마산에서 태어난 '창원 토박이'

마산이 고향인 정광수 대표는 쭉 마산, 창원지역에서 생활한 지역 토박이다. 학창시절은 물론 직장생활도 마산, 창원에서 했다고 한다. 인터뷰 당일에는 정장을 입었지만 평소에는 캐주얼한 차림을 즐긴단다.

"월영초등학교, 마산중학교, 창원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대학교는 경남대학교를 다니다가 중퇴했고요. 창원을 벗어난 적이 없는 지역 토박이인 셈이죠. 2009년에 결혼을 했고 아직 아이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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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광수 커피싸가지 대표./이종현 기자

정 대표의 과거 이력은 범상치 않다. 여러 가지 업종의 일을 경험했는데, 보통 사람들이 평생 경험해볼 일의 서너 배는 될 수준이다. 그 일들도 주변에서 쉬이 보이는 그런 일들이 아니다.

"첫 사회생활을 마창벼룩시장에서 광고 관련 일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광고기획사로 취직했었는데요. 광고 일을 하다가 알게 된 연예기획사에 입사했었습니다. 거기서 행사를 돕거나 연예인 매니저 역할도 맡았고요. 중고차 딜러, 부동산, 부동산 경매, 보험회사 등에서도 일을 했습니다.

광고 업무에서 고물상까지. 그가 한 업종들을 살펴보면 딱히 연관성이 없다. 그나마 사람 만나는 일을 주로 한다는 정도다.

"제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여러 경험을 하기는 했습니다. 거기에 별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에요. 결국에는 돈을 벌려고 한 거거든요. 광고기획사에서 일을 하다가 벌이가 시원찮아서 다른 일을 하는 식으로…. 중고차 딜러나 부동산 일의 수익이 적은 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자동차 딜러나 부동산 경매는 당장 수익이 나더라도 꾸준하게 일을 해나가기엔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결혼하면서 보험회사 일을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회사를 다니면 고정적인 수입은 나오니까요."

PC방 창업과 실패, 그리고 재기

정광수 대표는 여러 가지 일을 해왔으니 기억에 남거나 다시 해보고 싶은 일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광고기획사에서 일한 게 기억에 남긴 하지만 다시 하고픈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지금의 일에 충실할 생각이에요"

다니던 보험회사를 그만두고 그가 한 것은 PC방 창업이다.

"2012년에 PC방을 창업했었습니다. 제가 어릴 때부터 게임을 좋아했어요. 스타크래프트 같은 거요. 지역에서 대회가 개최되면 참여해서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언젠가 PC방을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도 가졌었는데, 그게 어린 시절의 목표를 이룬 거죠."

정 대표가 운영하던 PC방은 창원시 의창구 소답동에 있었다. PC방 창업이라는 꿈을 이룬 그는 의욕에 차 있었다. 하지만 썩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야심차게 준비했죠. 그런데 이게 잘 안 됐어요. 처음에 경영이 조금 어려웠는데, 거기에 더해 아르바이트생들이 말을 안 듣더라고요. 그래서 사업을 접었습니다. 문을 닫을 만큼 어려웠던 건 아니에요. 그런데 구성원끼리 소통이 안 되는 게 너무 싫더라고요. 손해를 보더라도 그만두자는 생각이었어요."

정 대표는 의욕적으로 일을 추진했지만 같이 일하던 아르바이트생들은 그 의욕을 따라오지 못했다. 그는 초기 투자금도 회수하지 못한 채 중도에 PC방을 그만뒀다. 그러다 보니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다.

"PC방 사업 이후로 한동안 어려웠습니다. 2012년 6월에 창업해서 반년도 안 됐을 때 문을 닫았어요. 그러다 2013년 초에 고물상, 광진금속을 하게 됐죠."

광진금속은 정 대표가 운영하는 고물상의 이름이다. 사업소는 창원이지만 고철장은 김해시 이동에 있다.

"친척 중 한 명이 고물상을 하고 있습니다. 그걸 보면서 '나도 할 만하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고물상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요. 뭘 취급하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고철만 이용한다거나 알루미늄만 이용한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고물상은 지역 곳곳에서 볼 수 있다. 하지만 고물상에 대해 세세하게 아는 이가 드물다. 광진금속은 알루미늄을 취급한다고 한다.

"제가 PC방을 할 때 빈 음료수 캔이 많이 생겼습니다. 손님들이 캔 음료수를 자주 마시거든요. 다른 PC방도 마찬가지죠. PC방 업주들에게 이 음료수 캔은 애물단지, 쓰레기라 가져가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공짜로 주는 편입니다. 여기에 착안점을 뒀어요. 이게 다 알루미늄인 겁니다. 고물상을 시작하고 창원지역 PC방을 다 돌았어요. 260여 곳 정도 되던가요. 업주들에게 얘기해서 빈 캔을 가져가겠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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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싸가지 입구./이종현 기자

커피싸가지로 새 출발

PC방 사업 이후 어려움을 겪었던 정광수 대표는 고물상을 통해 재기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커피 전문점 '커피싸가지'를 오픈해 새 도전을 하고 있다.

"커피싸가지 봉곡점이 7월 22일에 문을 열었습니다. 1호점이죠. 8월에 상남점이 오픈했고요. 둘 다 직영점입니다. 가맹사업을 할 생각입니다. 꾸준히 매장을 늘려나가야죠."

커피싸가지는 아기자기한 가게 디자인의 작은 테이크아웃 커피점이다. 매장을 방문하자마자 눈에 띄는 것은 입구에 큼지막하게 적힌 문구, '커피가 생수보다 싸다구'.

"지역 토박이다 보니 아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친구 중에 인테리어를 하는 친구도 있고요. 커피싸가지를 떠올렸을 때 친구에게 얘기해서 가게 인테리어를 부탁했었어요. 커피 재료나 메뉴도 주변 사람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아는 분이 커피점을 운영하고 계신데 솜씨가 좋거든요. 이분께 메뉴 상담을 부탁드리곤 하죠."

커피싸가지 아메리카노는 1500원이다. 오픈했을 때에는 2000원이었지만 가격을 더 낮췄다. 상남점의 경우 1400원. 4000~5000원이 넘는 커피값을 생각하면 확실히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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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광수 커피싸가지 대표./이종현 기자

"요즘 커피점이 워낙 많잖아요. 우스갯소리로 우리나라를 물보다 커피를 많이 마시는 나라라고 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커피의 가격은 터무니없이 비싸요. 가격을 낮춘다면 승산이 있을 거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정 대표는 여러 가맹점을 둘 생각이다. 7월 말에 오픈했는데 벌써부터 반응이 오기도 한단다.

"문의전화는 몇 차례 받았습니다. 바로 오픈하고 싶다는 분도 한 분 계시고요. 우선 올해까지 5개 정도로 가맹점을 늘릴 계획입니다. 목표는 100호점이고요. 지역을 기반으로 차근차근 넓혀서 전국적인 커피체인점이 되는 게 목표입니다.

따뜻한 나눔, 아동 후원

정광수 대표의 커피싸가지는 매장 크기가 작은 테이크아웃 커피체인점이다. 대형 커피체인점이 잔뜩 늘어선 지금의 커피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사람들에게 커피싸가지라는 브랜드를 인식시키는 게 우선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도 가맹점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정 대표는 가맹점을 내는 데 독특한 조건을 걸었다. 바로 '아동후원'이다.

"지역 내 어려운 아동 1명을 후원한다는 것을 가맹점 조건으로 걸었습니다. 저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통해 후원하고 있는데요. 기부나 봉사에 대해서는 항상 고민을 해왔습니다. 기부를 돈 많은 사람들이나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꼭 가진 게 많아야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커피싸가지를 오픈한 후 제 주변에서도 아이들을 돕겠다고 나선 분들이 여럿 있습니다."

정 대표가 기부에 뜻을 두게 된 건 어머니의 영향이 크다. 그가 17살일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어머니와 둘이서 생활했다. 그리고 정 대표의 어머니는 종종 "남에게 피해주지 말고 살아라.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남을 도와라"라며 나눔을 강조했다고 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조금 어려웠습니다. 그때 어머니께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라고, 나눔을 강조하시더라고요. 하지만 기부 같은 게 쉽게 되지는 않더군요. 의지를 떠나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알게 되고 후원을 시작했습니다. 나눔을 강요할 생각은 없어요. 다만 기회를 만들어 드리고 싶을 뿐입니다. 돕고 싶은 친구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 친구들이 훌륭하게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해 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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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광수 커피싸가지 대표./이종현 기자

이제는 커피싸가지에 매진할 것

정광수 대표는 사람 만나는 것과 스포츠가 자신의 낙이라고 한다. 조기축구회는 기본이고 겨울철이면 사람들과 스노보드를 타러 가기도 한단다. 지금도 3곳 이상의 운동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저 스스로 하는 스포츠도 좋아하지만 보는 것도 좋아합니다. 특히 야구 관람을 좋아하는데요. 지금은 NC 다이노스의 광팬이죠."

정 대표는 스포츠 얘기가 나오자 표정이 한층 밝아졌다. 그는 홈경기마다 예매해 관람한다고 한다. 매번 같은 좌석을 예매하기에 그 좌석은 거의 정 대표의 지정석이라고 한다.

"NC의 성적이 좋아서 만족스럽습니다. 내년에는 NC 야구장 펜스에 커피싸가지 홍보물을 설치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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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싸가지의 메뉴들./이종현 기자

여태까지 다양한 업종에서 일한 정 대표. 자연스레 '다음에는 어떤 일을 할지'가 궁금하다.

"젊었을 때 여러 경험을 해봤습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커피싸가지가 어느 정도 성장한다면 연구소도 만들고 유통도 잘 다듬어야겠죠. 이게 마지막이에요. 현재로서는 다른 사업을 할 생각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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