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은 모처럼(?) 레시피 소개 전에 음식 문화에 관한 '썰'부터 풀어볼까 한다.

얼마 전 인기 절정의 방송 tvN <집밥 백선생>에서 고등어·꽁치 통조림으로 요리하는 것을 봤다. '백종원 선생'의 능수능란한 솜씨에 감탄한 시청자가 많았겠으나 이래도 되는 것일까. 공공의 전파를 활용해 이렇게 노골적으로 특정 대기업 제품을 홍보해도 되느냐 이 말이다.

혹자는 제대로 된 '집밥'을 해먹기 어려운 시대, 쉽고 간편한 요리를 알려주는 백종원이 음식 문화에 무슨 '혁명'을 가져온 것처럼 말한다. 물론 미덕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 폐해 또한 만만치 않다는 게 기자 생각이다. 식품 대기업에 대한 열렬한 홍보는 그들의 음식 생태계 지배력을 높여 영세 상인·자영업자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자. 고등어통조림 같은 가공식품이 판을 치면 시장에서 제철 싱싱한 재료를 팔아 먹고사는 상인은 어찌 되겠는가. 가공식품의 '가짜' 음식 맛에 길들여진 우리가 정직하게, 하나하나 정성들여 만든 '진짜' 식당의 음식을 알아볼 수 있을까. 정성과 전문성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으며, 맛도 없고 비싸기만 한 대기업 한식뷔페 등이 '집밥 신드롬'을 타고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는 광경을 보라.

가짜라고? 그렇다. 먹어본 기억은 없지만 통조림 고등어를 이용한 요리는, 굳이 먹어보지 않아도 참혹할 것이라 확신한다. 오래 저장해 퍽퍽해진 데다 어떤 첨가물이 들어가 있는지도 모르는 통조림 고등어와 갓 잡은 생물 고등어로 만든 요리가 과연 맛이 비교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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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이 싼 것도 아니다. 통조림 하나에 1500원 꼴인데, 계절·어획량 등에 따라 다르지만 시장에서 2000원 정도만 주면 사는 게 생물 고등어다. 수입이나 냉동(해동)은 이보다 더 싼 편인데 이 역시 통조림 맛과 월등하다.

'절대' 먹지 말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기자도 종종 인스턴트·가공식품을 먹는다. 진짜 먹을 것 없을 때, 어디 나가기 귀찮거나 요리할 체력이 안될 때, 어디 놀러 갔을 때, 조리 환경이 마땅치 않을 때 어쩔 수 없이 선택할 수도 있다.

국민 삶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방송 프로그램은 그러나 달라야 한다. '진실'을 말하면 모르겠지만, '맛있다' '기가 막히다'를 연발하며 마치 무슨 천국이 대기업 가공식품 안에 담겨 있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 귀결은 빤할 것이다. <집밥 백선생> 말고도 이런 유의 프로그램은 수두룩하다. 특히 유재석·박명수가 나오는 KBS2 <해피투게더-야간매점>이 각종 인스턴트·가공식품 '찬양'의 최선봉이다.

고등어무조림 설탕 안 넣는 게 더 맛있다

이제 본론인 고등어무조림 레시피를 소개할 차례다.

먼저 핵심인 재료. 생물 고등어면 최상이지만 냉동도 너무 오래되지만 않았다면 나쁘지 않다. 잡내가 날 수 있으므로 이때는 청주나 소주 등을 좀 뿌려놓았다가 본편에 돌입하면 된다. 기자는 도수가 높은 고량주를 애용한다. 중국술인 고량주나 이과두주는 냄새를 제거해줄 뿐만 아니라 재료를 더 빨리 익게 해 해산물 볶음 요리 등에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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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림은 흔히 하듯 생선을 토막내 해도 되고 구이용처럼 길게 이등분해도 상관없다. 전자가 양념이 더 잘 배는 장점이 있지만 후자도 칼집을 군데군데 내면 거기서 거기다. 취항대로.

재료 다음으로 중요한 건 육수다. 진한 감칠맛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황태, 멸치, 다시마, 마른고추, 마늘, 생강 등을 넣어 우린 멸치다시마육수를 추천한다. 바지락이나 홍합 등 조개 육수를 써도 괜찮다.

'무'조림이지만 여름엔 제철인 감자를 써도 좋다. 무나 감자, 양파, 파, 고추가 보통 기본적으로 들어가나 시래기나 우거지, 고구마순 같은 것으로 색다른 맛을 살려도 좋겠다. 묵은김치와 고등어의 조합도 훌륭하다. 무엇을 넣든 좋은 재료+좋은 육수라는 핵심만 지키면 어떻게 조려도 맛있을 것이다.

넓적하게 썬 무를 냄비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양파를 얹는다. 여기에 육수+양념을 얹는데 양념 비율은 육수 1과 1/3컵일 때 고춧가루 3큰술, 진간장 1큰술, 국간장 1큰술, 참기름 약간이면 충분하다.

다진 마늘과 생강을 주로 넣기도 하지만 육수 우릴 때 썼으므로 빼도 상관없다. 뭐 하나 또 빠지지 않았냐고? 설탕?

온갖 조림 요리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게 설탕인데 기자는 최근 '작심하고' 설탕을 아예 넣지 않는 중이다. 생선조림뿐 아니라 닭도리탕, 오징어볶음, 불고기 거의 모든 요리에 그렇다. 앞서 '선생'께서 워낙 추천하는 재료라 당혹해 하는 분도 있겠으나 요리를 하면 할수록 설탕은 거의 불필요한 재료라는 확신이 커진다.

첫맛을 살짝 좋게 하는 장점이 있지만 잠시뿐이다. 젓가락이 더 자주 가는 건 양념으로 가린 음식이 아니라 재료 맛이 더 살아 있는 음식이다. 과감한 도전을 독자들께도 권해본다.

본론에서 좀 비껴갔다. 무와 양파에 육수+양념을 얹은 뒤 그 위에 고등어를 얹고 다시 육수를 또 좀 얹는다. 육수+양념은 한꺼번에 넣기보다 골고루, 그리고 끓이는 중간중간 얹으면 간도 더 잘 배고 맛있다.

불은 센 불에서 팔팔 끓이다 생선이 살짝 익으면 중약불로 옮겨 약 20여 분 간 끓이면 된다. 여기에 파와 청·홍고추, 좀 더 매운맛을 원하면 청양고추를 송송송 썰어 넣으면 모든 공정 완료다.

조금 복잡해 보이지만 따져보면 이보다 쉬운 것도 없다. 무엇보다 맛. 통조림을 이용한 것보다 훨씬 더 맛있을 거라고 자부한다. 오늘 당신은 자본이 유혹하는 '거짓' 맛으로부터, 그것의 지배로부터 한 발짝쯤은 자유로워진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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