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속 경남-지리산]지리산에서 만난 사람들

"부모님 곁에 있으니 마음은 편해요"

◇산청군 중산리 언덕에서 카페 하는 조은새(29) 씨

-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카페일 것 같은데 어떻게 여기서 카페를 할 생각을 했어요?

"부모님께서 여기서 13년 동안 식당을 하셨어요. 올해 게스트하우스를 새로 시작했는데, 원래는 빈대떡 팔려고 그랬는데 제가 카페를 하자 그랬어요.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했는데, 많이 힘들더라고요. 이럴 때 아니면 또 언제 부모님과 같이 살아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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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청군 중산리 언덕에서 카페 하는 조은새(29) 씨.

- 언제부터 한 거예요?

"공사는 작년 10월부터 했는데 겨울에 땅이 꽁꽁 얼어버리더라고요. 그래서 올해 4월에 다시 시작해 정식으로 연 건 7월 20일이에요. 주로 등산객 위주로 많이 와요."

- 할 만해요?

"마음은 편하네요."

"비 오는 날 특히 조심하세요"

◇산청군 중산리 민간산악구조대장, 조홍규(61) 씨

- 민간구조대가 뭔가요?

"회원들 회비를 모아 운영하는 순수 자원봉사단체죠. 우리는 1982년 시작했어요. 지금은 회원이 16명인데 모두 응급처치 자격증이 있어요."

산청군 중산리 민간산악구조대장, 조홍규(61) 씨

- 언제 사고가 자주 나나요?

"비 오는 날이요. 미끄러지거나 바위 아래서 비를 피하다 깔리거나 그래요. 계곡에서 미끄러져서 정신을 잃기도 하고요. 그럴 때 우리처럼 경험 많은 이들이 신속하게 찾아내는 게 생명을 살리기도 하죠."

- 등산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 있어요?

"보통 관광버스 기사들이 산악회 만들어서 많이 오는데 사람들 관리를 안 해요. 사고 신고 들어와서 달려가 보면 혼자 비 맞고 멍하니 앉아 있는 때가 잦아요. 배낭 하나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요. 다들 하산해서 술 마시고 있고. 제발 같이 온 사람들 좀 잘 챙겼으면 좋겠어요."

"도란도란 이야기꽃 필 때 즐겁죠"

◇함양군 백무동 버스정류장 시골버스 운전기사, 김재수(55) 씨

- 지리산 몇 번이나 가보셨어요?

"안 가봤습니다. 원래 가까이 있으면 잘 안 가게 되잖아요."

함양군 백무동 버스정류장 시골버스 운전기사, 김재수(55) 씨

- 버스 운전은 언제부터 하셨어요?

"옛날에는 귀금속 대리점을 했어요. IMF 때 망했고, 그러고 식당도 좀 하다가 또 잘 안 됐어요. 버스기사 한 지는 1년 2개월 됐네요."

- 시골버스라서 좋은 점 있어요?

"할머니들하고 이야기하면 재밌어요. 할머니들 몸이 아프니까 버스에 못 올라와요. 그럼 나가서 손잡아주고 그래요. 나도 언젠가 늙겠지만 그런 거 보면 참 안쓰럽죠."

- 힘든 건 뭐예요?

"잠 오는 거요. 점심 먹고 나면 졸리는데 그게 제일 힘들어요."

"우리나라, 천하제일 될거야 두고 봐"

◇하동군 청학동 도인촌에서 만난 도인, 김덕준(86) 옹

- 어르신 여기서 태어나셨나요?

"아니야. 여기 들어온 지 50년은 넘었지."

- 왜 여기로 들어오셨어요?

"왜 들어오긴, 도 닦으러 들어왔지! 내 얘기 잘 들어봐. 앞으로 우리나라가 천하 제일이 된다는 말이라!"

- (손에 든 작은 다이어리를 보고) 교리 적으신 건가요? 석가모니 이야기도 있고, 예수 이야기도 있네요. 올해 다이어리네요? 이 작은 글자들 다 직접 적으신 거예요?

하동군 청학동 도인촌에서 만난 도인, 김덕준(86) 옹

"그럼. 아직 글이 보이니까 이러고 있지. 안 그럼 못해!"

- 그럼 어르신 올해 연세가….

"아흔이 다 돼가, 아흔이."

- 사진 찍어도 돼요?

"싫어! 찍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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