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외과 전문의에게 듣는 어깨 통증 관리

비가 오락가락하며 우중충한 날씨를 보이던 장마철의 어느 날 오후, '꽃 중년' 유병희(55) 진주 복음병원장을 만났다.

20대 청년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주름 없는 피부는 유 병원장의 전문 분야가 피부과가 아닌지 의심케 할 정도.

하지만 정형외과 전문의인 유 병원장은 고관절, 무릎관절, 척추질환, 수부 및 족부관절 등의 질환을 주로 진료하고 있다.

"진주 외곽 지역은 농촌 고령 인구가 많습니다. 그래서 무릎 퇴행성 관절염과 어깨 회전근개 증후군 환자가 많죠. 무릎과 어깨 관절 내시경 수술을 오랫동안 해왔습니다."

유 병원장에게 어깨 관리에 대해 들어봤다.

생활 중에서 어깨 많이 상해

'회전근개'. 어깨가 아픈 사람은 한 번쯤 들어봤을 명칭이다.

회전근이란 어깨를 둘러싸고 있는 4개의 근육이다. 팔을 움직이는 역할을 하며, 어깨 관절을 안정적으로 유지시켜 주기도 한다. 말 그대로 팔을 회전시키는데 회전근이 필요하다.

회전근이 끝나는 부분이 팔뼈 머리를 덮고 있다고 해서 회전근개라고 부른다고 한다. 근육은 뼈에 붙을 때 힘줄의 형태로 붙는데, 회전근개는 이를 통틀어 말한다.

회전근에 파열이나 염증, 퇴행성 변화 등 여러 가지 질환이 생길 수 있는데 이것을 회전근개 증후군이라고 한다.

회전근 손상은 과격한 운동때문이 아닌 일상생활 중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팔을 들어 올려 벌린 상태에서 움직이는 작업들이 회전근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맷돌을 돌리는 자세를 생각하면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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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병희 진주 복음병원장./김구연 기자

"'요즘 세상에 무슨 맷돌…'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물건을 들어 올리는 동작, 치킨을 튀기는 동작, 중식당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는 동작 등이 모두 팔을 든 채 움직이는 것입니다. 생활 속에서도 손빨래를 한다든지, 아이를 안아 올리는 동작 등이 모두 회전근에 무리를 줄 수 있는 동작입니다. 팔을 옆으로 든 상태에서 앞뒤로 흔드는 동작도 피하는 게 좋습니다."

특히 시골에서 호미질·괭이질 등 평생 밭일 한 어르신들의 어깨가 많이 상한다.

회전근에 무리를 덜 주기 위해서는 물건을 들거나 아기를 안을 때, 팔을 들고 팔꿈치를 벌리기보다는 팔꿈치를 몸에 붙여 움직여야 한다.

스테로이드 제제 포함된 약물 투여 조심해야

"관절 치료를 위해 스테로이드 제제가 포함된 약물을 투여하는 것을 피해야 합니다. 관절에 좋다는 주위 소문만 듣고 스테로이드 제제를 사용하거나 효능이 확인되지 않은 민간요법에 의존하는 것은 질환을 더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농촌에는 '의약분업 예외지역'이 있다. 일반적으로는 약국에서 의사의 처방전 없이 약을 조제할 수 없지만 병·의원이 인근에 없어 의료 사각지대인 경우 예외적으로 약국 조제를 허용하는 것이다.

어르신 중에서는 이러한 약국에서 스테로이드 제제 약을 처방받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

또 어르신들이 '뼈 주사'라고 부르는 스테로이드 성분의 주사를 습관적으로 맞는 경우도 있다.

"강력한 항염 작용으로 관절 통증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며 선호하는 어르신들이 많은데 3주가 지나면 다시 원위치 됩니다. 그러면 또 주사를 맞죠. 이게 반복되면 주위 건강한 조직을 상하게 합니다. 예를 들어 손가락에 자꾸 맞으면 가느다란 힘줄이 끊어지기도 하죠. 요즘은 다양한 주사제나 치료법이 나와 있으므로 신뢰할 수 있는 의료진을 만나 조급해 하지 말고 꾸준히 치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즉 하루아침에 마법처럼 통증이 없어지기를 바라기보다는 더디더라도 제대로 된 치료를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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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병희 진주 복음병원장./김구연 기자

관절에 도움이 된다는 각종 건강보조식품을 맹목적으로 믿고 장기 복용하는 것과 혐오식품 섭취도 주의해야 한다.

평소 신체적·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이기려는 노력도 건강을 위해 필요하다.

질병은 치료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예방이다. 치료를 했다고, 통증이 없어졌다고 다시 무리했다가는 또 질환이 생기게 된다.

"생활습관을 점검하고 나쁜 환경을 개선해야 합니다. 아무리 치료해도 환경이 바뀌지 않으면 질병은 그대로일 수밖에 없습니다."

스트레칭·마사지로 뭉친 근육 풀어야

어깨가 아플 때 집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처치는 찜질이다.

"다쳐서 급성기로 통증이 있을 때는 냉찜질이 좋습니다. 하지만 만성으로 통증이 있을 때는 온찜질을 권하죠. 마사지나 스트레칭도 통증 완화와 어깨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유 병원장이 소개하는 간단한 스트레칭.

한쪽 손을 머리 위로 올려 반대쪽 귀에 대고 힘을 빼면서 서서히 머리를 당겨주는 스트레칭으로 목 쪽 근육이 뭉치는 것을 풀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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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병희 진주 복음병원장./김구연 기자

일을 하다 목이나 어깨가 뻐근할 때 고개를 최대한 숙인 후 목을 360도 돌리는 것도 좋다.

단 스트레칭도 갑자기 강하게 무리해서 하기보다는 힘을 빼고 천천히 하는 것이 포인트다.

어깨가 아프다고 팔을 강하게 뱅뱅 돌리는 사람도 있는데 좋지 않은 방법이다.

건강을 위한 조언으로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운동'이다.

"어떤 운동이 좋다기보다는 스스로 즐길 수 있는 운동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운동을 하면서 그것이 힘들고 지겹고 하기 싫으면 오래하기 힘듭니다. 그런 점에서는 혼자 하는 것보다 여럿이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이 좀 낫지 않을까 싶네요."

그래서 유 병원장은 특정 운동을 좋은 운동이라고 권하지는 않았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고 좋아하는 운동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매일 테니스로 건강관리

유 병원장은 좋아하는 운동으로 테니스를 꼽았다. 의외였다. 테니스나 배드민턴은 관절에 무리를 주기 때문에 정형외과 의사들이 잘 권하지 않는다는 선입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확한 자세가 중요합니다. 자신의 체력을 잘 파악하고 정확한 자세로 무리하지 않고 꾸준히 하면 좋은 운동이죠. 잘못된 자세가 부상을 부릅니다. 아내는 헬스를 8년 가량 하고 있는데 재미있어 하네요. 운동은 무리하지 않고 즐기는 게 중요합니다."

유 병원장의 테니스와의 인연은 대학 때부터라고 했다. 축구 등 구기 종목은 다 좋아하지만 특히 테니스 사랑이 유별나다.

"매일 테니스를 합니다. 저녁을 병원에서 간단히 먹고 걸어서 코트에 가서 2시간 이상 테니스를 합니다. 테니스는 대학 때부터 했는데 본격적으로 한 지는 7~8년 됐네요. 나이가 들수록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아령이나 팔굽혀펴기로 상체 근력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만보계를 가지고 다니는 데 하루 1만 5000보~1만 7000보정도 걷습니다."

그 외 건강법으로 설명한 것은 평범했다. 평범한 진리와 규칙적인 생활. 그러한 기본적인 것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스트레스 안 받기, 물 많이 마시기, 충분한 수면, 과식 절제, 금주와 금연이죠. 잠은 밤 11시 께 취침해 7시간 정도 자고, 스트레스는 운동으로 풉니다. 술과 담배는 원래 하지 않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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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병희 진주 복음병원장./김구연 기자

공학도가 되고 싶었던 소년

유 병원장이 진주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94년의 일이다.

진주 복음병원 김석희 전 병원장과의 개인적인 친분 때문이었다고.

이전에는 경남과 인연이 없었다. 천안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유 병원장은 가까운 청주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원래 뭘 만드는 걸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서울대 공대에 가고 싶어했는데 선생님이 의대를 추천했습니다. 그때서야 생각난 게 어릴 때 의사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그동안 잊고 있었다는 거예요. 초등학생 때 큰아버지가 암으로 고생하다 돌아가시는 것을 보면서 병에 속절없이 당하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의사가 돼서 암을 정복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죠. 자라면서 꿈을 접었는데 대학 진학을 앞두고 떠올랐습니다."

유 병원장은 경희대 의대에 진학했다.

암을 정복하고 싶었던 소년은 외과의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외과로 유명한 전주예수병원에서 인턴 생활을 했다. 하지만 운명은 그를 정형외과 전문의로 이끌었다.

"인턴을 마치고 레지던트를 지원할 때 당연히 외과를 지원했죠. 그런데 정형외과에서 강력히 스카우트를 하는 거예요. 원래 정형외과를 지원했던 사람을 거부하면서 말이죠. 그 이야기를 듣고 고민을 하다 선배 등 주위 사람들과 상의 끝에 정형외과를 택했습니다."

이렇게 암을 정복하고 싶었고, 공학도가 되고 싶었던 천안 소년은 정형외과 전문의가 돼 진주까지 오게 됐다.

공학도와 정형외과의. 어쩌면 의사 중에서 정형외과의가 공학도와 많이 가까울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료과목별 특화 강화

유 병원장은 21년간 젊음을 바친 진주 복음병원 원장으로 지난해 취임했다. 병원장으로서 그는 진주 복음병원이 지역 사회, 지역 주민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실력을 높이고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진료 과목별로 특화해서 '진주 복음병원이라고 하면 뭐다' 하고 환자들이 딱 떠올릴 수 있는 병원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올 들어 의료장비 확충과 신규 의료진 초빙 등으로 도약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지난 6월에는 대한소화기내시경연구재단과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우수내시경실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개인적인 꿈을 물었다.

"기분 좋게 일하고, 이 자리를 잘 마무리 한 후 네팔 등지로 선교활동을 가고 싶습니다. 그곳에서 의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활동하고 싶어요. 그러자면 건강관리를 잘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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