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밥 생각날 때 부담없이 식사할 만한 곳

'집 밥' 생각이 간절할 때 떠오르는 곳이다. 식당 외형과 메뉴가 '집 밥'과 잘 어울린다. 식당은 길목에서 주택가로 들어서야 발견할 수 있다. 식당 표지판을 보지 못했다면, 식당인지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작은 마당에 커다란 목련 나무가 심겨져 있고, 평상도 한자리 펴져 있다. 봄이면 목련 꽃이 화사하게 핀다. '집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라는 회사 동료의 소개로 그렇게 '푸짐한 우리집'을 찾았었다.

'집 밥'이 고픈 직장인들에게 인기만점인 정식

찬찬히 메뉴판을 살펴봤다. 김치찌개, 갈치조림, 생선구이, 장엇국, 아귀찜, 동태탕, 멸치 쌈밥, 오리·닭 백숙, 돼지 수육. 열거된 메뉴가 참 다양하다. 무엇을 주문해야 할지 고민스러울 수도 있다. 그런데 이 모든 메뉴가 점심때는 통하지 않는다. '오늘의 메뉴'가 정해져 있기 때문. 점심은 메뉴를 고르지 않고, 정식으로 통일된다. 매번 '오늘은 뭐 먹지?'를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고마운 일이다. 이곳을 오는 사람들은 익숙한 듯 메뉴판을 들여다 보지 않았다. 그저 자리에 앉으면서 식당 일하시는 분들에게 인사했다. 이 식당을 4년째 운영하는 사람은 강서윤(52) 대표이다.

"처음에는 메뉴 주문을 받아서 했어요. 그런데 점점 메뉴에 없는 정식을 드시는 분들이 늘면서 점심때는 정식만 내놓게 됐죠. 저녁때는 조용하게 단체로 식사하고 싶어 하시는 예약 손님을 받아요. 저녁 예약이 없으면 일찍 마치기도 하고요."

정식은 이곳에서 늘 점심을 먹는 이들에게 내놓는 식사 메뉴였다. 식당 인근에 있는 직장인들이 단체로 정해놓고 이곳에서 식사를 해서다. 월 단위로 예약을 해서 식사를 하는 이들이 고정적으로 생겼다. 그래서 식당에 들어와 앉으면서 메뉴가 아니라 인원수를 말하는 것으로 주문이 된다. 식당 한편에는 고정적으로 식사를 하는 이들이 그날그날 표시하는 장부도 있다. 식당에 들어오면서 장부를 들여다보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그날 아침 산 재료로 그날 상을 차린다

강 대표는 매일 식사 준비를 위해 아침 일찍 마산역 부근에 있는 번개시장을 찾는다. 오전 6시 30분쯤에 시장에 가서 그날 만들 요리의 음식재료를 구입한다. 식당 운영 시간은 저녁 예약을 빼면 대체로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로, 점심때가 대부분이다. 대부분 인근 직장인이 많아서 점심 시간에 금방 식사를 하고 일어서는 이들이 많다. 한정된 공간에서 찾는 이들이 대체로 정해져 있어서, 음식재료 양은 일정한 편이라고 했다. 매일 매일 오전에 재료를 사서 익숙한 손놀림으로 국과 반찬을 금방금방 만들어낸다. 고정 손님을 위해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다른 메뉴를 준비한다. 오늘은 장엇국, 내일은 소고깃국, 그 다음 날은 김치찌개 등으로 말이다. 저녁때는 예약 손님이 주문하는 음식에 따라 어시장에 가서 장을 보기도 한다. 저녁에는 주로 문어, 백숙, 수육 등의 메뉴 주문이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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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 손님을 위해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다른 메뉴가 나온다. 취재하던 날 메뉴는 소고깃국. 배추김치, 호박나물, 고등어조림, 쌈 채소, 고구마줄기 볶음, 감자볶음 등 밑반찬이 10여 가지 함께 나왔다. 한상 가득 '집 밥'이 차려졌다.

취재를 하던 날 식당에 들어서면서 인원수를 말하고 자리에 앉았다. 이날 메뉴는 소고깃국. 배추김치, 무김치, 호박나물, 고등어조림, 쌈 채소, 고구마줄기 볶음, 땅콩조림, 감자볶음 등 밑반찬이 10여 개가 함께 나왔다. 한 상 가득 '집 밥'이 차려졌다. 손이 많이 가서 집에서도 자주 하지 않는 반찬도 보였다. 얼큰한 소고깃국과 반찬으로 한 끼 식사를 든든하게 했다. 국과 반찬이 짜거나 달지 않고 담백한 편이었다. 조미료를 거의 쓰지 않고, 직접 담은 효소를 이용해서 반찬을 만들었다고 했다. 오미자, 가시오가피 열매를 직접 졸여서 만든 반찬을 내놓기도 한다. 요즘은 손님들이 먼저 싱겁고 건강한 음식을 찾는다고.

식당 일 힘들지만 손님들 보면 기운이 난다

"마산 석전동에서 4년 정도 식당을 하다, 10년 정도 쉬었다가 다시 4년째 이곳에서 식당을 하고 있어요. 남편은 사업을 하고, 저는 이곳에서 식당을 하고 있죠. 남편은 식당 일이 힘들어서 하지 말라고 하지만, 집 밥처럼 먹고 가는 손님들을 보면 기뻐요.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를 견디면서 일을 계속 이어가며 느끼는 점이 많았어요. 주위에서 많이 도와주신 덕분에 힘이 나서 더 잘해드리려고 해요."

그는 "건물을 잘 지어놓은 식당이 아니라 소박한 주택에 전세를 얻어서 하는 곳인데, 맛집으로 소개해도 되겠느냐"며 웃었다.

식사 후 오래된 단골에게는 직접 만든 식혜, 오미자차, 레몬차 등도 후식으로 내놓는다. 오랜 단골만이 얻을 수 있는 혜택이라고 강조했다. 단골은 아니지만, 향긋한 레몬차 한 잔을 얻어 마셨다. 단골 삼아도 좋을 곳이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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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와 위치>

◇메뉴 △(점심) 정식 6000원 △(저녁) 닭 백숙 4만 원, 오리 백숙 5만 원, 돼지 수육 2만 5000원∼5만 원.

◇위치: 창원시 마산회원구 산호천동길 206-1.

◇전화: 010-4591-7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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